'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말이 있다.
미팅을 하면서 '킹카'를 기대했는데 꼭 '지뢰밭속의 폭탄'과 짝이 되고 마는, 아마 '머피의 법칙'과 친척뻘 쯤 될거다.
제12회 아시안컵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인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전.
'혹시나'하는 기대로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들은 '역시나'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일본쯤이야' '중국은 아직 멀었어'라는 자존심 하나로 근근히 버텨온 한국축구가 바야흐로 '밑천'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수비수 하나 제대로 요리하지 못하는 개인기와 '변병주식 치고 달리는' 80년대 기술, '무전술 무대포'로 밀어부치는 체력전.
한마디로 '아니올시다'이다.
밤잠을 설친 대가는 '졸린 눈과 하품'이고, 뒤이어 닥쳐오는 당연한 질책.
'한국축구 정말 이대로는 안된다'
모 자치단체가 구조조정을 하면서 '나이가 많은 순서대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순'으로 한다 해서 구설수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나이가 적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는 사람을 특채했는데, 그게 그만 말썽이 되고 만것이다.
근무경험과 업무의 연속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특채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데야 할말이 없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역시 '아니올시다'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세상이 험악해지다 보니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은 언뜻 이해되는 측면은 있을지 몰라도, '인사'에 있어서는 전혀 그러하지 못하다.
공정한 인사원칙의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면, 룰이 깨지고, 조직이 와해되고, 분열이 초래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인사'때만 되면 승진예정자들은 '이번에는 혹시나...'하고 기대를 해 보지만, '역시나'로 끝나는 것이 현실이다.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인사임에야 무슨 말을 하고 항변해 볼것인가. 근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한국축구가 '아시아의 종이 호랑이'로 추락하게 된 것도 다 그 '기본'이라는 것이 없어서가 아니던가.
뭐든지 하려면 제대로 해보자. 열심히 하다가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원칙과 기본에서 벗어난다면 그 뒷일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이럴때마다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하는 말이 있다. '아니올시다'
<2000년 10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