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곤드레 만드레 하는 주사파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슬퍼서 술을 마시거나, 술을 마셔서 슬픈 '불효한 어린 왕자형'. 이런 사람들은 평상시엔 집에서 전화만 와도 펄펄 뛰던 사람인데, 술만 한 잔 들어갔다 하면 어릴적 어머니 고생한 얘기하면서 왕눈물을 흘려 술자리를 숙연하게 한다.
다음은 '얄미운 선견지명형'. 모임있는 날이면 용케 알고 끈 달린 구두나 목구두, 운동화를 즐겨 착용하는 부류로 주변 인물들을 잘 매수해서 계산할때즘 휴대폰이 울리도록 미리 손 써두는 신종 기법을 즐겨 사용한다.
술자리에서 안주발만 최대로 세우는 '50년대 걸식아동형'도 있다.
걸식아동형은 최악의 비판을 마다하지 않는 정치인들 보다 더 미움을 받는 부류로 낙인 찍히면서도 맥주 한 모금에 땅콩 3개, 오징어 다리 1개, 골뱅이 세 젓가락은 기본이다.
물론 안주 떨어지면 메뉴판을 들고 설치는 사람은 백의백 이들이다.
근데 최근에는 주사파 가운데 세간의 인정과 함께 동조를 받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 바로 '사회 불만형'이다. 이들은 술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하자마자, 평소보다 100배쯤 말이 많아지면서 정계와 재계가 난자당하고, 연예계의 비리가 무차별 폭로된다.
얼마전 중국산 냉동 꽃게에 납덩이가 들어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전파를 타면서, 이들 사회불만형 주사파들의 거침없는 목소리가 지역 곳곳에서 마구 터져 나오고 있다.
젊은층의 본거지인 호프집을 비롯해 실비집, 소주방 등 술과 안주가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꽃게 이야기에다 단골안주인 정계와 재계인사들이 도마에 오른다.
'죽일 놈들'은 그래도 양반이고, 일년 열두달 납이 들어 있는 꽃게탕만 먹여서 잘 사는지 두고 보자는 과격파들이 주류를 이룬다.
꽃게에 이어 아귀, 복어에 까지 숭칙한(?) 녀석들이 들어있었다는 보도에는 거의 폭동수준에 다다르기도 한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이번 사건으로 꽃게 잡이 어민들이 본격적인 출어기인 9월에 출어를 완전히 포기하는가 하면, 상인들의 매출이 거의 바닥수준이라고 한다.
주사파는 아니더라도 사람이 먹는 음식에까지 중금속을 넣어 잇속을 챙기려는 이들이 있다는데 이르러서는 일년전에 겨우 끊은 술이 땡길 판이다.
오늘 저녁에 납덩이 든 꽃게를 들여온 사람들과 앉아, 독한 소주 한 잔과 국산 꽃게로 만든 싱싱한 '꽃게탕'을  먹으며 한마디 하고 싶다.
'너, 죽을래? '
  <200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