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국치라 불렸던 국제통화기금시대에 우리 백성들 모습은 이랬다.
소비불감시대라, 손님 안드는 가게엔 파리 날리는 이웃집 사장님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군용모포 한 장을 떡 하니 펴고는 동양화를 그리고.
은행을 제 집 드나들듯 다니며, 대출해 여기저기 뿌려놨던 어설픈 중소기업 사장님은, 어느날 텅빈 공장에서 질긴 동앗줄 하나에 의지해 하늘로 달려가곤 했다.
학교도 아닌데 '졸업했다' '아니다'로 한 판 설전을 벌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이나라 백성들은 외국여행이며, 백화점을 다니며 싹쓸이 판에 나선 모양이다.
말그대로 졸업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경제위기'운운해대니, 한달 꼬박 기다려 월급 타먹는 샐러리맨들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제강점기, 이나라 백성들을 교란시키기 위해 들여왔다는 이놈의 '화투'는 심하면 가산탕진에 계집과 자식까지 내다팔게 하는 또다른 마약이었다.
이같은 망쪼는 국제통화기금시대를 지나, 경제가 이제야 겨우 허리를 펴고 있다는 지금에 까지 이어져 '육백' '삥오도시' '섯다' '짓고땡'에서 '아도사키'로 이어지고 있고, 급기야 한때는 '박정희고스톱' '전두환고스톱' 이 부활해 막가기도 했다.
'현금 박치기' '안면몰수' '촌수불문'인 화투판은 '어머님 죽어요' '아버님 쌋어요'에 까지 이른다.
상가에서 밤새기 고스톱은 그래도 양반축에나 끼지만, 해외 공항 로비에서 신문지 쩍! 하니 깔고 서너명 둘러 앉아 치는 고스톱은 이제 진풍경도 아니다.
정치판과 고스톱 판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데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는듯 한데. 요즘 세상돌아가는 꼬락서니 역시 이와 똑 같으니, 세상 살 맛 안난다.
화투판의 불문율에 칠것없으면 '비풍초똥팔삼'을 버려란 말이 있다. 이를 요즘 세상에 비춰보면 하나도 틀린게 없다.
'비'는 비리 많아 민초들의 오장육부를 뒤집어 놓는자들인데, 무기구입 비리에서 출발해 린다 김과 모국방의 스캔들로 확산되더니 급기야는 '했다' '않했다'로 까지 이어지니 억장이 무너지고.
'풍'은 바람잘날 없는 장영자씨의 사기극이 막판에 '비공개 재산의 사회환원차원'의 사기극으로 포장돼 바람에 날려 갈 판이지만 두고 볼 일이고.
'초'는 초치고 다니는 정치인들을 이름인데,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잘해보자고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나가면서 까지 머리 굴리고 앉았는데, '부동산 명의신탁'으로 초를 치고는 4개월6일만에 거리로 나 앉은 정치인.
'똥'은 말그대로 구린내 나는 자들인데, '억대의 돈을 수뢰하고도 정치탄압이라 '운' '운'하던 '김운환씨'가 드디어 털커덕 했다네 그려. 공무원은 500만원만 받아도 구속인데 자기는 2억원이나 받아먹고도, '뭐' 정치탄안 '운운'했다나. 역시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는 말이 맞네.
'팔'은 겉으로는 팔팔한데 속은 팍삭 늙어가는 이를 말하는것 같은데, 공적자금 투입을 놓고, 이번에는 '제일 높은 어르신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자' '왕자의 난'을 일으켰던 당사자들의 마음이야 오죽하랴.
'삼'은 로터리에 서서 '이리갈까' '저리갈까' 손바닥에 침뱉어 갈길 점치는 자니,총리지명을 놓고 당사자가 보여줬던 해괴한 말주변은 우리를 아연실색케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풍초똥팔삼'은 버려야 한다는 고스톱판의 선각자들 얘기가 맞는듯 하다. 아끼다가는 '피박' '멍박' '설사'로 피칠갑하기 십상일테니까.....
<200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