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하면 생각나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아마 가장 먼저 논개를 떠올리실 겁니다. 오늘 황경규의 책이야기에서는 천년진주의 문화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진주문화를 찾아서’ 라는 시리즈 중에서 첫 번째로 발간이 된『논개』를 소개해 주실텐데요, 작가 소개와 책에 대한 소개 먼저 해주시죠?
○ 진주문화의 진수를 담고 있는 진주문화를 찾아서 라는 시리즈는 지난 2001년 편간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논개를 비롯해 지금까지 10권의 책이 발간이 됐고 앞으로 총 33권의 책이 발간될 예정입니다.
편간위원회는 책의 머리말에서 진주문화를 찾아서 발간사업의 취지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로부터 뿌리 내려 살면서 가꾸어온 고장의 문화를 찾아 공부하는 일이야 말로 일제와 외세로 말미암아 끊기고 잘렸던 삶의 핏줄을 잇는 일이다”
우리 것을 제쳐두고 남의 것을 추종하기 좋아하는 지금,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의 전통과 멋, 그리고 삶의 이야기들을 맛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진주문화를 찾아서’입니다.
현재 발간된 도서는 논개를 비롯해서 남명 조식, 형평운동, 1862년 진주농민항쟁, 진주옛이야기, 진주의 선사 가야문화, 진주차맛, 진주팔경, 진주오광대 탈놀음, 진주의 지질과 화석 등 지금까지 10권이 발행됐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논개를 쓴 김수업교수는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국거교육과 교수를 역임했고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삼광문화연구재단이사장, 배달말학회 이사장, 진주오광대보존회 이사장을 지냈습니다. 저서로는 <배달문학 길잡이> <배달문학의 갈래와 흐름> <국어교육의 길> 등이 있습니다.
글과 잘 어울리는 사진을 찍은 김용철 작가는 진주경해여중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고 산영사진연구회, 진주일요사진클럽 등에서 활약하면서 개인전 4회와 초대전 1회를 개최한바 있는 사진작가입니다.
○ 아무래도 논개가 진주의 대표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서 제일 먼저 책으로 발간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본격적으로 책 소개를 좀 해주시죠?
▶ 김수업 교수가 쓴 논개는 1593년 6월 29일 진주성 함락 후 벌어졌던 왜군들의 전승 축하연때, 적장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한지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설과 역사사이를 넘나들고 있는 의기 논개의 일생과 업적을 엮었습니다.
그리고 논개의 드러나지 않는 죽음의 실상을 비롯해 백성과 관청이 힘을 모아 세운 의암사적비 및 기생 독립운동, 진주 교방문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수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논개하면 진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지만 특별한 관심이 없는 경우라면 논개에 대한 이야기를 5분 이상 할 수 있는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진주사람으로서 진주성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려면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앞이 막막한 것과 비슷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천년이 넘도록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가 우리 고장의 문화를 찾아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책을 펴면 가장 먼저 진주성 동쪽 문 앞에 있는 수주 변영로의 논개시비 사진과 시가 나옵니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변영로의 시집 『조선의 마음』에 실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시이기도 합니다.
이 시가 진주사람들의 마음에 살아있는 것은 논개의 모습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논개의 죽음은 죽음을 입맞춘 거기서 시작됩니다. 그처럼 찬란하게 입맞추지 않았다면 논개의 삶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진주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녀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했고 지금에 와서 논개는 진주정신의 대표적인 인물이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논개의 죽음을 거룩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목숨을 나라에 바쳤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나라에 바쳤지만 논개의 죽음을 유독 거룩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천한 기생의 몸으로 의로움을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 지금까지 논개의 신분과 출생문제로 10년이 넘게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습니까?
▶ 지금까지 논개의 신분과 출생문제, 그리고 역사와 전설 사이에서 여전히 시끄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이 책에서도 일부 책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진주성이 떨어지던 그 날 촉석루에 올라 춤추고 노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적고 이것이 역사의 진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녀가 왜장을 껴안고 순국한 사실 자체를 나라에서 인정해 조선 최초로 여성에게 의기사라는 사당을 내렸고 그 사당과 논개의 행적을 기록한 의암사적비와 논개가 뛰어 내린 바위인 의암은 지금까지 진주에 남아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논개는 나라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역사적 인물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부 학자들의 주장처럼 역사적 진실을 덮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 하나 분명하지 않은 사료와 구전에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현재 진주에 남겨져 있는 역사적 상징물을 통해 그 역사가 가르치는 교훈을 바로 보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이 책에는 논개의 역사적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의기논개와 관련된 각종 문헌들과 역사자료를 통해 새롭게 논개를 알게 되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제기되었던 논개와 관련된 각종 논의에 대해 자신만의 논리를 세울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습니다.
시인 한용운은 논개에게 용서를 비는 시를 지은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용운은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라는 시에서 그는 논개와 더불어 서로 ‘금석같은 굳은 언약’을 했지만 논개는 지켰지만 그는 그 약속을 저버렸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논개는 겨레의 재단에 목숨을 내 놓았지만 정작 자신은 도적이 쳐들어와 나라를 빼앗고 온 강산을 짓밟는데도 그 언약을 지키지 못하고 목숨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논개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습니다만, 정작 우리가 논개에게서 배울 점은 바로 이러한 시대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이번주 고전의 향기는 어떤 내용입니까?
▶ 이사(李斯)가 지은 상진황축객서(上秦皇逐客書)라는 글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태산(泰山)은 불사토양(不辭土壤)이라 고(故)로 능성기대(能成其大)하고
하해(河海)는 불택세류(不擇細流)라 고(故)로 능성기심(能成其深)이니라
풀어보면
큰산은 작은 흙덩이도 사양하지 않기 때문에 그 큰 것을 이룰 수 있고
넓은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 때문에 그 깊고 깊음을 이룬다는 뜻입니다.
혹시 작고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해서 그동안 무관심했거나
늘 함께 있어 뒤돌아보지 않은 분이 문득 생각나신다면
마음으로부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10:04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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