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축년 새해 첫번째 책으로 작가 김영수의 『사마천의 인간탐구, 난세에 답하다』를 소개해 주실텐데요, 저자 소개와 함께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 저자 김영수는 경남 진해출신으로 홍익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고대 한중관계사를 주제로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그 뒤 16년간 100여차례 중국을 돌며 동양사의 현장을 답사했습니다.
역사가 전하는 지혜와 통찰을 오늘을 사는 사람과 사회의 맥락에서 사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견지하고 있는 지은이는 지난 20년간 연구한 <사기>를 통해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열어갈 방법을 고민하고 그것을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지혜로 읽는 사기> <사기의 인간경영법> <역사를 훔친 첩자> 등이 있고 옮긴책으로는 <간신론> <맨얼굴의 중국사> <황제들의 중국사> 등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이 책은 지난 2007년 32회에 걸쳐 진행되어 각계각층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EBS기획시리즈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라는 강의를 주제별로 정리해 엮은 책입니다.
○ 사마천이 본 난세는 어떤 세상이고, 이 책은 난세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 사마천은 꿈과 희망과 이상의 기반인 믿음을 상실한 상태를 ‘난세’라고 정의했습니다. 바로 국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세상, 계층간의 극심한 갈등으로 서로 불화하는 세상, 기득권층의 부도덕이 만연한 세상을 바로 난세라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사마천과 사기는 난세를 헤쳐 나갈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마천은 지인논세(知人論世), 즉 ‘사람을 알고 세상은 논한다’라는 말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글자 풀이는 간단하지만 이 지인논세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성찰입니다. 따라서 사마천과 사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성찰의 기회를 줍니다.
이러한 난세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통해 사람과 세상의 본질을 깊이 파고들고,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믿는 자신을 회복할 때 비로소 난세를 끊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기의 화식열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가장 못난 정치가는 백성과 다투는 자이다.’ 이 말을 들으면 한때 촛불정국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이 과연 잘된 것인지 틀린 것인지 생각나게 합니다.
그리고 명정승인 자산은 정치가들을 향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정권을 잡으면 반드시 인덕으로 다스려야 한다. 정권이 무엇으로 튼튼해지는지를 잊어서는 안된다.’ 정권만 잡으면 민심은 뒤로 한 채 당쟁에만 골몰하는 오늘날의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영수의 난세에 답하다는 <사기>에 담긴 다양한 인간의 삶을 서술의 중심에 놓고, 인물 저마다의 모습과 삶이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의 삶에 어떻게 유용한 좌표가 될 수 있는지를 알려 주고 있는 책입니다.
수많은 인간의 선택과 고뇌가 절실하게 투영된 <사기>의 인물과 그들이 펼치는 드라마가 오늘을 창조적으로 열어나갈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한번 만나볼까요?
▶ 사마천의 사기에는 3천년의 시간과 그 시간속 주인공들이 빚어낸 지혜와 통찰력의 성어나 명언, 명구들이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울 만큼 많이 들어 있습니다.
요즘 언론관련 법개정을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만, 3천년전 사마천이 중요하게 여긴 것이 언론 통제 및 관련 법 조항입니다. 이런 법들은 전국시대에 독재를 행한 왕이나 진시황, 그리고 한무제때에 만들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우어기시(偶語棄市)라는 말은 극단적 언론통제를 비유하는 고사성어입니다. ‘우어’란 길에서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이고, ‘기시’는 목을 베어 저잣거리에 전시하는 혹형입니다. 즉, 두 사람이 서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들켜도 공개처형한다는 법이 바로 우어기시입니다.
더 심각한 법도 있습니다. 이른바 ‘복비법’이라는게 있는데, 속으로 비방해도 사형에 처한다는 법입니다. 자기에게 반대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법을 멋대로 적용해 처단했던 당시의 언론통제 방식이었습니다. 과연 지금은 어떤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그리고 사마천은 세상에 아부하는 지식인을 가장 증오했습니다. 배운 사람들이 정도를 걷지 않고 권력자에 빌붙어 아부하거나 권력을 추구하는 일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했습니다. ‘곡학아세’라는 고사성어가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사마천은 이런 사람들을 과염선치 즉 염치가 없는 자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오늘날 선거때만 되면 정치권에 추파를 던지는 폴리페셔들이 대표적입니다.
<사기>에는 21세기 CEO 모습과 닮은 사람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 주나라를 건국하는데 큰 공을 세운 주공이 대표적입니다. 주공은 사람을 만나고 대접할 때 목욕을 하다가도 뛰쳐나와 손님을 접대했다는 ‘일목삼착’과 밥을 한 끼 먹는도중에 손님이 찾아오면 먹던 것을 뱉고 손님 맞이하기를 세 번했다는 ‘일반삼토’라는 고사성어의 주인공입니다.
하루에도 70명 이상의 사람을 면담했다는 주공의 전설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여기서 알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자기 뜻을 펼쳐 보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평민이든 은자든 가리지 않았던 주공에 비해 대통령은 물론이고 시장 군수만 되도 한 번 만나보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지금을 생각하면 진정한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사기에는 이상적인 관료상이 어떠해야 하는지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물과 제도에 대한 반성과 인문적 통찰,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인재의 조건들에 대해 충분한 사례를 들며 소개하고 있습니다.
난세의 치욕을 발분의 용기로 승화시킨 사마천을 비롯해, 약육강식이란 무엇인지를 증언하는 춘추오패, 자신의 부로 공자를 천하에 세운 자공, 인간심리의 참혹한 국면을 보여준 손빈과 방연, 유머의 힘으로 나라를 구한 순우곤, 진화하는 리더십의 경지를 보여준 유방 등의 기록에는 이른바 난세를 이겨내고 믿음을 회복시킬수 있는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김영수의 『사마천의 인간탐구, 난세에 답하다』는 새해 첫걸음을 내디디면서 반드시 한번 읽어야할 책이라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이번주 고전의 향기는 어떤 내용입니까?
▶ 계명우기(鷄鳴偶記)라는 책을 보면 친구의 유형을 4가지로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먼저, 서로 잘못을 바로 잡아주고 큰 의리를 위해 노력하는 친구인 외우(畏友)가 있고
힘들 때 서로 돕고 늘 함께 할 수 있는 친구인 밀우(密友)
좋은 일과 노는데만 잘 어울리는 친구인 일우(昵友),
이익만 챙기고 나쁜 일이 있으면 떠넘기는 친구인 적우(敵友)가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친구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친구는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스스로 뒤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10:04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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