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소설가 김동민의 작품인 난계 박연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 역사소설 「피리소리」를 소개해 주실텐데요? 먼저 작가 소개부터 해주시죠?

▶ 소설가 김동민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월간문학』『문예사조』로 등단했고,
전경련 소설 현상공모 당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로 현재 국립 경상대학교 문학강의와
경남과학고등학교 영재교육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한국소설가협회와 국제펜클럽 회원이면서
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과 독서신문 편집위원인 소설가 김동민은 최근 구한말 여성교육의 선구자인 정부인 김씨 평전을
집필하는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난계 박연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피리소리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 1378년 8월 20일, 충북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서
아주 신비스러운 일 하나가 벌어집니다.
밀양박씨 천석과 정부인 경주 김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다른 일반 아이들의 울음소리와는 전혀 다른
청아한 피리소리를 내며 세상에 태어남을 알린 것입니다.
이같은 탄생의 신비를 간직한 아이는
어려서부터 피리불기를 좋아했고, 학문도 게을리 하지 않아
이치 정연한 유학자로서의 소양도 쌓아가면서
침착하고 사려 깊은 소년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유학자였지만 피리를 잘 불었고, 종묘제례악의 기틀을 세웠으며, 벼슬이 대제학에 이르렀으나 말년에 막내아들이
단종 복위 사건에 연루돼 관직을 박탈당한 뒤,
피리 하나만 들고 낙향했던 사람,
난계 박연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 「피리소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고향땅 영동에서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며
소년시절을 보내던 박연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망연자실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두 번의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생애 최초의 음악스승인 김순재를 만나
피리와 음악의 역사를 배운 것이 그 첫 번째고,
그의 딸 초림과 첫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이
두 번째 운명적인 만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만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초림의 부친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초림 모녀가 한마디 말도 없이 마을을 떠나버린 것입니다.
첫사랑의 아픔을 달래지 못하던 박연은
오랫동안 책을 펴지 못했고,
대신 피리를 부는 시간만 부쩍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박연은 피리소리를 통해 새로이 그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그 만남은 죽음마저도 갈라놓지 못하는 영원한 만남이었습니다.
박연은 태종 5년인 1405년, 스물 일곱 살의 나이에
생원에 급제를 하면서 유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됩니다.
어느날 종묘를 거닐던 박연은 한평생 살아가면서 잊지 못할
또 한 명의 귀인을 만나게 됩니다.
이 사람이 바로 좌의정에 올랐으나
소를 타고 다녀 사람들이 재상인줄 알지 못했다는
청백리 고불 맹사성입니다.
맹사성은 갓 출사한 신출내기 박연이
음악에 대한 소질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조선에 종묘제례악이 없음을 한탄하면서
박연에게 은근히 큰 기대감을 내비칩니다.
이렇게 해서 박연의 최대 업적인 종묘제례악의 탄생이
고불 맹사성과의 만남에서부터 그 싹을 틔우게 됩니다.
맹사성과의 만남 이후 박연은 음악에 대한 경륜을 쌓아가는 한편 학문에도 진력해 정5품 벼슬인 교리에 임명이 되고,
나중에는 집현전 교리로 일하면서
전악서를 찾아가 음악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됩니다.
이후 박연은 세자인 충녕대군에게 글을 가르치는
세자시강원 문학이 되고,
태종 18년, 충녕대군은 22세의 나이로
조선조 제4대 임금으로 등극합니다.
바로 그 임금이 세종입니다.
세종은 세자시절 박연에게서 배운 영향때문이었는지
예조의 일에 어떤 선왕보다 각별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후 박연은 악학별좌가 되어
이른바 우리 음악의 기틀을 새로 세우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문묘제례악을 비롯해 편종 등 여러 악기를 개량하는데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훗날 박연이
조선조 최고의 악성이라는 칭호를 받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문묘제례악이 완성을 보게 됩니다.
특히 편종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악기를 만든 박연은
악기도감 기술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수천 년 넘게 대물림 될 수 있는 훌륭한 악기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단 백년도 살지 못하는 우리네 인생이
천 년을 살 수 있는 방법이다"
한평생 피리하나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온 박연에게
뒤이어 엄청난 시련들이 찾아옵니다.
세종이 등극한지 스무 해가 되는 1438년,
이순의 나이를 넘은 박연에게
마치 날개가 꺽이는 듯한 아픔이 찾아오게 됩니다.
평생의 동반자이면서, 마음의 스승이었던
고불 맹사성이 세상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고불과의 이별 뒤에 또 한번의 큰 이별이 찾아옵니다.
그것은 바로 세종의 붕어였습니다.
세종의 붕어는 박연의 몸과 마음에 엄청난 독으로 남아
오랫동안 박연을 괴롭혔습니다.
박연이 눈물과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던 그 시기에
세상에는 또 다른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면서 세상이 바뀐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감사납고 뜨거운 태풍속에
박연의 막내 아들 계우가 연루돼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이 일로 박연은 파직을 당하고 마침내 평생을 바쳤던
궁궐을 떠나 피리하나만 든 채 낙향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를 배웅나온 젊은 악공의 간절한 청에 따라
마지막으로 피리를 불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제 훌훌 떠나자꾸나. 버들내 흐르고 월이산 솟고,
옥계폭포 쏟아지는 내 고향 영동 땅으로...
내 거기 가서 난초와 산토끼 너구리와 청솔모와 새와 더불어
피리를 불며 학처럼 영원히 살고 싶구나"
조선조 최고의 악성 난계 박연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
피리 소리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소설가 김동민의 피리소리는
지금 세대에는 생소한 악기 제작 방법이나 악기 명칭,
각종 행사때 연주하던 음악 등 많은 지식을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고
박연의 음악적 자질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아픔도 엿볼 수 있는
사실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 이번주 고전의 향기는 어떤 내용입니까?

▶ 맹자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天將降大任于是人也(천 장강 대임 우시인야)는
必先苦其心志(필선 고기 심지)하고
勞苦其筋骨(노고 기근골)이니라
글을 풀어보면
'하늘이 장차 커다란 임무를 맡기려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몸을 고생스럽게 만든다'
라는 뜻입니다.
맹자는 하늘이 이렇게 하는 것은
그들의 마음을 분발케 하고 그 성질나게 하는 것을 참게 하여
자기가 해내지 못하던
일을 더 많이 해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에
몸과 마음이 힘들다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09:39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