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책 이야기 4



○ 오늘은 왕성한 시 창작활동으로 전체 문단의 주목을 끌고 있는 강희근 시인의 시집「기침이 난다」를 소개해 주실텐데요, 먼저 강희근 시인에 대한 소개를 좀 해주시죠?

▶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강희근 시인은
동국대학교 재학시절인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문단에 나왔습니다.
시집으로는 <풍경보> <사랑제> <화계리> <소문리를 지나며> <깊어가는 것들> <바다 한 시간쯤> 등 13권의 시집과
<우리시문학연구> <우리시 짓기> <시 읽기의 행복> 등
13권의 저서를 펴냈습니다.
수상경력으로는 공보부 신인예술상을 비롯해서 경남도 문화상,
조연현 문학상, 동국 문학상, 설송 문학상을 수상했고
현 경상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공동주간, 경남펜클럽회장, 지역문학인회 좌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현재 강희근 시인은 지난 5년간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틀에 한 편씩의 시를 올리는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면서
한국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터넷에 올린 시가 930편을 넘어섰고,
이것은 지난 35년간 시인이 쓴
전체 시의 2배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강희근 시인은 지난 8월 교단을 떠난 뒤
강희근 시문학연구소라는 공간을 마련하고
부단한 시 창작과 후진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기침이 난다>는 강희근시인의 10번째 시집인데요, 시집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 강희근 시인은 시집을 펴내면서
머리말에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신작시 방을 개설하고
신작시를 쓰는 대로 올리면 여기에 댓글이 달리고,
손님 작품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기성시인이나 독자들 작품을 받아들이고,
또 그 작품에 대한 화답시를 쓰게 되는
살아있는 교섭체계를 이루는 그런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야 바야흐로 시인이 된 느낌이다."
강희근 시인의 열번째 시집 <기침이 난다>는
제1부 ‘벚꽃, 기울어지기’에‘억새꽃 바다’등 13편을 실었고, 제2부‘소리당 아래’는 '잡초’등 24편을 실었습니다.
제3부‘그리움 헌장’은‘홍명희 생가’등 25편을 실었고,
제4부‘시 가르치는 선생’은‘시 가르치기 헌장’외 5편 등
모두 예순 일곱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시 몇 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1부는 자연을 제재로 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단지 자연을 묘사하고 재현하는데 머물지 않고 있습니다.
시집중에 [빈계산 산행]이라는 시의 전문입니다.

3월에 폭설이다
그리움의 독이 오른 경락,
빈계산이 무명 베 빛깔로 부어있다.
내 가슴 언저리 부어 있는 데와 같다
둘러보니 경락이 빈계산만이 아니다
세상, 제 정신이 아니다
시인은, 바로 폭설이 그리움의 독이 오른 경락을 부르고,
그런 상황 때문에 붓게 된 빈계산은
바로 화자의 가슴 언저리 라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국에 이르러서는 그런 모든 경락이
'제 정신 아닌 세상' 때문이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됩니다.
이 시에서처럼 강희근 시인의 개성은
특히 인식되는 자연이나 그 속의 사물들이
따스한 인간화와 인간적인 숨결로 변용되는데서
한층 강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2부는 시인이 지닌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시편들로
엮여져 있습니다.
[잡초]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처음부터 잡초로 나는 풀은 없다
반듯한 풀이 다른데 가 섞이면
그대로 설명없이 잡초가 된다
잡초가 되고 나서
반듯한 풀이라, 주장해도 들어주는 이 없다

아, 처음부터 잡초로 나는 풀은 없지만, 잡초는 있다
잡초로 나는 풀은 없지만, 잡초는 무성하다

이 시는 처음부터 잡초가 아니지만 다른데 섞여 잡초가 되면
소리없이 뽑히거나 단죄없이 잘려나가고,
잡초로 나는 풀은 없지만 잡초는 무성하다는
이른 바 민중의 비애를 노래하고 있는 듯한
소위 '잡초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3부는 사람과 관련한 그리움을 다루고 있고,
제4부는 시 교육의 현장에서 얻은 체험들로 꾸며져 있는데요,
특히 제4부‘시 가르치는 선생’에는
시 교육 제자리 잡기를 위한 체험적 현실의
형상화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시 가르치는 선생]이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ㄱ학교 ㄴ선생은 시 지은이하고만 논다
ㄴ학교 ㄷ선생은 행과 연, 리듬과 사조, 참고서하고만 논다
ㄷ학교 ㄹ선생은 속뜻과 겉뜻, 비유와 상징 낱말하고만 논다

ㅁ학교 ㅂ선생은 시 하나가 갖는 맛
그 참맛이 내는 길 따라
시 하나가 흘려내는 묵향
그 뒤안으로 학생들 더불어 들어가는
들어갔다가 우려낸 맛으로 뜨여
얼큰이 돌아 나온다

나는 오늘
국정 국어 교과서 들고
시 단원 어디쯤에
무슨 지망으로 빠져 들어가는가

이 시는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시창작의 유형과 특징들을 언급하면서
어떻게 시의 참 맛을 느껴야 하는지를 알려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기침이 난다>라는 시는
대학생 시절, 시 채점에 대해 가졌던 거부감이
놀랍게도 지금은 바로 자신의 일이 되고 있으며
그 시를 채점하는 모순과 시를 줄 세우는 껄끄러움에 대해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이태수 시인은 “강희근의 시는 아름답다. 섬세하고 팽팽하다. 젖어 있으면서도 '불잉걸' 같고 감성이나 반짝이는 언어들이 튀어오르는가 하면, 지성과 지적 통어력이 바짝 따라붙어 있다"며 강희근 시인의 시세계를 평가했습니다.

○ 이번 주 고전의 향기도 소개해 주시죠?

▶ 공자는 「詩經(시경)」삼백편을 다 편집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詩三百(시삼백)에 一言以蔽之(일언이폐지)면 思無邪(사무사)라.'
뜻을 풀어보면
'시경 삼백편을 한마디로 잘라 말하자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공자는 시의 중요성을 알고
제자들에게도 시를 공부하도록 권했습니다.
'시를 읽으면 사물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으며,
무리와 더불어 화합하지만 방탕한 짓은 하지 않고,
억울한 일에 대해 원망할줄 알지만
그로 인해 성내며 상하게 하는 일은 없을뿐더러,
부모를 섬기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발로되며
정서가 풍부해져 아는 것이 많아진다'라고 했습니다.
오늘만큼은 시 한편 읽어보는 여유를 가져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09:39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