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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의 책 이야기 - 19 박재삼 시선집
글쓴이 : 황경규 날짜 : 2009-06-12 (금) 09:21 조회 : 9601
박재삼 시선집 우리고향 우리집

○ 오늘은 김소월, 김영랑, 서정주로 이어지는 한국 전통 서정시의 맥을 이은 사천 출신 박재삼시인의 시선집『우리 고향 우리 집』을 소개해 주실텐데요, 먼저 작가와 시세계부터 소개 해주시죠?

▶ 박재삼 시인의 유년시절은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사천 앞바다의 품팔이꾼 아버지와
생선장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중학교 진학도 못하는 절대 궁핍을 경험했던 시인은
어렵게 삼천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을 했습니다.
1953년〈문예〉에 시조〈강가에서〉를 추천받은 후
1955년 〈현대문학〉에 시 〈섭리〉․〈정적〉 등이 추천되어
등단을 했습니다.
그의 시는 당시 서정주와 유치환이 서로 반해서
추천을 다툴 만큼 출중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그의 시 작품의 탁월함은
무엇보다도 가락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우리말을 의미․개념에만 맞추어 쓰는 것이 아니라
운율에 맞추어 리드미컬하게 구사하는,
리듬의 중요성을 태생적으로 알아차린 시인이었습니다.
전통적 가락에 향토적 서정과 서민생활의 고단함을 실은
시세계를 구축했으며,
'한을 가장 아름답게 성취한 시인', '슬픔의 연금술사'라는
평가를 받았기도 했습니다.
때로 그의 시들은 '퇴영적인 한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절창(絶唱)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등에서 드러나듯
'생활과 직결된 눈물을 재료로 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시인 박재삼은 1955년부터〈현대문학〉등에 근무하다
1968년 고혈압으로 쓰러져 반신마비가 된 이후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았고,
위장병과 당뇨병 등 병치레를 하기도 했습니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약 25년간
요석자(樂石子)라는 필명으로 바둑 관전평을 집필해
생계를 해결했으며,
바둑계에선 '박국수'(朴國手)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처녀시집〈춘향이 마음〉 이후 〈뜨거운 달〉․
〈찬란한 미지수〉․〈햇빛 속에서〉․〈천년의 바람〉․
〈비 듣는 가을나무〉․〈해와 달의 궤적〉․
〈다시 그리움으로〉에 이르기까지
시집 15권과 수필집 〈차 한잔의 팡세〉를 냈으며,
현대문학상․한국시인협회상․노산문학상․인촌상․
한국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 박재삼 시인이 펴낸 여러 시집중에서 오늘 이 시선집을 소개 해 주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오늘 소개드릴 이 책은
지난 2001년 한국이 낳은 서정시인인
박재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박재삼 문학기념사업추진회가 발족되면서 만들어진 시선집입니다. 사실 박재삼 시인의 시집이나 저서가
시중에 많이 보급돼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기념사업회가 박재삼 시인의 대표시를 비롯해
잘 알려진 시들을 모아 이 시선집을 발행한 것입니다.
이 시선집에는 박시인의 시집을 망라하되,
주로 향토를 노래한 시를 중심으로 150여편을 실었고,
박시인의 시세계와 적나라한 인간상과 인품을
남녀노소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김열규교수의 평론과 생전의 글벗이었던 민영 시인,
학창시절의 고향 벗이었던 이정기씨,
그리고 아들인 박상하가 본 아버지 박재삼에 대한 글들이
실려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선집 한 권을 통해
박재삼의 시세계와 삶의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특히 박재삼 시인은 그의 고향인 삼천포에 대한 시들을 많이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중 몇 편을 소개를 좀 해주시죠?

▶ 박재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한 박재삼 문학관이
지난 2008년 작품의 주 배경이 된 노산공원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문학관을 오르는 계단 옆에
문학관 건립을 기념한 시비가 세워져 있는데요,
그 시비에 박시인의 대표 시인
 ‘울음이 타는 가을강’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 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봐 저것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소리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1959년 2월 사상계에 실린 이 시는
제삿날을 맞아 큰집이 있는 고향을 찾아가다가
노을에 젖은 가을 강을 바라보며
슬픈 사랑의 추억을 되새기는 화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주는 시입니다.
그리고 잔잔한 가락을 자꾸 되씹으면, 눈물도 일고,
추억이나 회고에 물러앉아
이 땅에 오래오래 굽이쳐 내린
한국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는 서정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 시는 문학교과서에 실리면서 유명해진 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박재삼 시인의 또다른 대표작은 ‘천년의 바람’입니다.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이 시는 자연이 자연으로써 교환(交驩)하는 영원성을 보면서
사람됨을 새로 각성하는 도리를 적은 짧은 시이지만,
바닷가에서 태어나 자란 시인의 음풍(吟諷)이
마치 무슨 잠언처럼 느껴지는 시입니다.
마지막으로 박재삼 시인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듯한
시 한 편을 소개하면서 오늘 책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집과 고향
박재삼

저 집 말이죠
물론 울타린 없죠
키를 넘는 옥수수 그게 바로 울타리죠
그 새로 볕에 노는 아이들이 보이죠
자세히 자세히 보세요
가끔 아이들의 때묻은 손발들이 보이죠

여름날  나뭇잎 새로 언젠가는 별빛에서 눈물 얻고
오늘은 저 옥수수 새로 손발 보는 가난에 눈물 얻다

벗이여
불꽃 밭에 든 우리 집과 고향을
나는 그렇게 보고 산다

○ 이번 주 고전의 향기는 어떤 내용입니까?

▶ 논어 양화편에 공자가 그의 아들 백어에게
시경의 주남편과 소남편을 배웠는지를 묻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들인 백어가 시경을 아직 배우지 않았다고 말하지
공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시경을 배우지 않으면
담장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
주남과 소남은 시경의 첫머리에 나오는 편이름으로
그 내용이 모두 자기 몸을 닦고
집안을 다스리는 일들을 기록한 것입니다.
따라서 시를 배우지 않는 것 즉
담장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가까운 곳에 나아가도 한가지라도 보이는 물건도 없고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갈수 없음을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공자는 아들 백어에게 예(禮)를 배웠느냐고 물어 보고는 ‘예를 배우지 않으면 손발을 둘 데가 없다’라고 이야기합니다.
2,500년전 공자가 아들에게 시경과 예의 중요성을
엄격히 가르친 것처럼,
오늘날에도 시와 예의 혹은 예절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그런 교육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10:04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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