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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의 책 이야기 - 18 진주이야기 100선
글쓴이 : 황경규 날짜 : 2009-03-23 (월) 16:23 조회 : 11199
○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가 진주공연 당시 묵었던 복도여관과 진주 동학농민군의 봉기장소가 너우니였다는 사실을 혹시 아십니까? 오늘은 진주의 역사가 남긴 흔적을 100가지의 이야기로 모은 김경현의 '진주 이야기 100선'에서 진주사람들이 잘 모르는 진주이야기를 들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작가와 책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해 주시죠?

▶ 지은이 김경현은 진주신문 기자를 거쳐
민족문제연구소 친일반민족행위 조사관으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저서로는 진주이야기 100선을 비롯해
진주지역 향토지인 명석면사를 썼고,
최근에는 일제시대 '일제강점기 인명록'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진주이야기 100선은 1억 2천만년 전의 공룡시대 이야기부터
진주 최초의 아파트였던 남강아파트 재건축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진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는 진주사람이면서도
그동안 잘 몰랐던 진주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진주이야기 100선이 가지는 자료사적 의미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지은이가 이 책을 쓰고 난 뒤 결론은
‘진주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 역사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주의 역사와 문화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 자체였고,
진주민중의 보편적인 생활사이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파편적으로 고립된 진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발전한 것이고
때로는 주체적으로 나타나기도 한
자랑스러운 진주민중들이 일궈낸 삶의 흔적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이 책을 쓰는 동안 그 시대를 살다간 어느 누구라도
‘역사와 문화라는 공간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달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해답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찾는 과정은
사라져간 진주민중의 힘을 재확인하는 과정이면서
이른바 중앙사에 매몰된 지방사를 복원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일제침략과 식민지라는 암울한 현실속에서도
진주민중은 역사의 전면에 나서서
전국에서도 유래가 드문 주체적인 항쟁을 많이 이루어냈습니다. 일본군과 직접 단독으로 대규모의 전투를 벌인 사례는
진주동학농민군 밖에 없고,
진주는 전국 최초로 공립학교에서 남녀공학을 시작한 곳이었으며, 백정 해방운동인 형평사 활동이 맨 처음 시작된 곳이자,
전국 최초로 소작인대회가 벌어졌던 곳도 바로 진주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진주지역 지방사 연구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 진주에 살면서도 그동안 잘 몰랐던 진주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데요,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 책에 소개된 100가지 이야기 가운데
평소 우리가 잘 몰랐던 몇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960년대에는 진주시가 경영한 영화관인
시공관(市公館)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원래 시공관은 글자 그대로 진주시의 공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1958년에 건립한 행정기관 건물이었습니다.
한국전쟁 때 진주시청이 불에 타
마땅한 행정공관 장소가 없었던 시가
부족한 행정수요를 해소하고자
1958년 본성동에 대규모 강당용 공관을 세웠는데
이것이 시공관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각종 회의와 강연 등이 많이 개최되었지만
개천예술제 기간중에는 수많은 연극과 음악 그리고
갖가지 무용이 공연되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와 각종 행정건물이 복구되면서
공관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되자
시는 민간 영화업자와 시공관을 극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진주최고의 영화관으로 자리잡았지만
영화관 탈세사건이 일어나면서 문을 닫게 됩니다.
시공관은 1969년 4월 25일 ‘제일극장’이라는
민간 영화관이 되었다가
진주성 정화사업으로 문을 닫으면서
진주시민들의 기억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1960년대 진주성 안에는
진주사람들이 ‘진주의 파수꾼’ 또는 ‘진주의 불침번’이라고 불렀던 진주중계탑이 있었습니다.
당시 진주시민들이 통칭 ‘반짝이 불’이라고 불렀던 진주중계탑은 진주방송역사에 새 장을 열었을 뿐 아니라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안테나 철탑으로 인해
진주사람들의 기개를 상징하는 명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중계탑은 1978년 KBS진주방송국이
신안동으로 이전되면서 철거돼
다시는 진주성에서 그 추억어린 반짝이 불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진주에 제일 먼저 세워진 아파트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1971년 11월 21일 옥봉동에 세워진 남강 아파트가
바로 진주 최초의 아파트입니다.
요즘의 초고층 아파트와는 비교도 안되는 규모였지만
그 당시로서는 현대식 주택문화의 상징으로
대단한 호평을 받았고
진주시민들은 남강아파트를 가리켜
부자동네라고 부를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진주 최초의 아파트인 남강아파트는 세월이 흐르면서
연탄보일러에서 기름보일러로 바뀌고 구조변경도 했지만
흐르는 세월을 감당하지 못하고 노후불량 아파트로 전락했고, 1991년 최신식 고층아파트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요,
지금의 동방호텔 옆에 있는 남강한주아파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외에도 관찰사의 집무실이며
30년간 경남도정의 총본산이었던 선화당과
진주에서 가장 오래 존속한 사립서당이었던 각후재,
‘배건너 먼당’이라는 말의 기원이 된 배다리,
해마다 전국 문인들의 시화전이 개최됐던 문학사랑방이었던
 ‘은전다방’,
구한말 진주의병 투쟁의 중심지였던 낙육재 등이 실려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는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여러 기록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일제에 전투기를 헌납한
요시노 국민학교로 불렸던 길야국민학교를 비롯해
진주의 대표적인 황국신민화 교육장이었던 ‘진주신사’
그리고 일제시대 최고급 문방구점으로 총독상을 받기도 했던
 ‘청수문방구점’,
식민지경영자금의 출처역할을 한 진주의 관치금융기관이었던
진주식산은행 등이 실려 있어
일제강점기 당시의 연구자료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진주이야기 100선에는 진주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촉석루나 논개, 삼장사 등이 이야기가 빠져 있고,
진주고보와 진주농업학교의 항일학생 운동과
진주 노동공제회의 소작쟁의 등
근현대사 부분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공부하는데
아주 중요한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시고 싶은 분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 이번주 고전의 향기는 어떤 내용입니까?

▶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학봉 김성일은
그의 문하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써 공부하기를 권면했습니다.
‘사람들이 뜻 세우기를 진심으로 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할지언정, 어찌 재주가 부족한 것을 걱정하겠는가.
재주가 없다 하더라도 군자되는데 방해받지 않고,
재주가 있더라도 때로는 소인배가 되기도 한다.
다만 공부를 하는 것이 위인지학(爲人之學)인가
위기지학(爲己之學)인가에 달려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위인지학이란
학문을 닦아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힘쓰는
군자의 학문을 말하는 것이고
위기지학이란
남에게 보이고자 학문을 하고 이를 이용해 출세하려고 하는
소인의 학문을 말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하고 있는 공부,
혹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권하고 있는 공부가
과연 어떤 공부인지 한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10:04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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