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소개해 주실 책은 성윤석 작가의 동화집「연탄도둑」인데요, 먼저 작가 소개를 해주시죠?

▶ 작가 성윤석은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고, 1990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1996년 첫 시집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를 펴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연탄도둑」은 한 평범한 아빠의 아주 작은 꿈에서 나온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의 첫 장편 동화입니다.
그리고 이 동화집에 삽화를 그린 김애영작가는 경남 마산 출신으로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와 1998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했고「추억쪽으로 나무들이 서 있을 시간이다」라는 장편소설이 있습니다. 

○「연탄도둑」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인데요, 요즘 어른들이 읽을만한 동화들도 꽤 많은 것 같던데요?

▶「스무 살이 넘어 다시 읽는 동화」라는 책을 쓴 웬디 패리스는 동화에서 인간관계의 법칙을 발견하겠다는, 다소 엉뚱하면서 기발한 주제를 들고 나온 작가이긴 하지만, 그는 동화가 우리에게 주는 삶의 지혜를 놓치지 않도록 꼼꼼하게 다시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화는 아이가 말을 배우고 글을 이해하는 순간부터 아이의 어린시절과 함께 하고, 그런 아이들에게 동화속 주인공은 바로 곁에 있는 친구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위기를 헤쳐 나가는 동화속 주인공들을 보면서 일찌감치 세상을 경험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얻으며 성장해 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른이 되면서 동화는 어느새 잊혀진 기억이 맙니다. 그러면서 어른이 된 아이는 동화는 고루하고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시시한 읽을거리 정도로만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동화에는 세월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살아가면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보석과도 같은 것이고, 그 보석을 다시금 쥐기 위해 스무 살이 넘어 다시 동화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 웬디 패리스의 주장입니다.
따라서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각박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어른들이 잊고 살았던 옛 기억들을 되새기는 추억의 창고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모임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 그럼「연탄도둑」에는 어떤 추억들이 담겨 있습니까?

▶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이 책이 쓰여진 동기를 알 수 있습니다.
작가는 세 번째로 집을 떠나게 됩니다. 일을 찾아서 멀리 지방으로 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빠는 집에 남겨지는 아이에게 미안했고 고민끝에 오래 전에 써 둔 동화를 꺼내 다시 고치고 다듬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본 엄마는 그림을 그려줍니다.
아빠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이가 조금만 더 크면 이 동화를 읽고 아빠의 마음을 이해해 줄것이고, 이 동화를 통해 친구와 슬픔과 우정, 그리고 믿음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끼고 만져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동화 연탄도둑은 이렇게 한 평범한 아빠의 작지만 아름다운 소망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연탄도둑」은 아빠인 성윤석이 자신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글로 쓰고, 엄마인 김애영이 그림을 그린 부부가 아이에게 주는 동화집입니다.
「연탄도둑」은 추운 겨울, 연탄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가난이 싫어 울었던 어린시절을 기억나게 하는 동화이면서, 1970년대 서울 변두리에서 있었던 가난한 아이들의 우정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동화집은 찰흙을 살 돈이 없어 하천의 진흙을 가져갔다가 냄새가 난다며 그 흙을 교실 창 밖으로 던져 버리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비롯해 모두 15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시골에서 전학 온 참이라는 아이가 겪는 실수담과 어려운 환경을 친구들과 우정을 쌓아가면서 스스로 헤쳐 나가는 유년시절의 슬프지만 따뜻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 책을 읽다보면 어린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 같은데요?

▶ 이 동화는 바로 지금 세대들이 오래 전 겪었던 어린시절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참이는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는 벌집촌에 살게 됩니다. 집이 가난해서 점심도 싸갈 형편이 안돼 수돗물로 배를 채웠고, 학교 준비물인 찰흙이 없어 하천의 진흙을 가져갔다가 선생님에게 혼이 나기도 합니다. 학교 준비물과 육성회비를 내지 못한 친구들이 선생님에게 혼났던 기억들이 어린 마음에 꽤 큰 상처로 남아 있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텔레비전이 귀하던 시절, 이웃집에 만화영화나 레슬링을 보러 갔던 추억들 있으실 겁니다. 참이를 비롯해 벌집촌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한 번 보는데 5원씩을 받는 만화가게 보다는 1원만 주면 아이들에게 최고 인기였던 '황금박쥐'는 물론이고 박치기 왕 김일의 레슬링을 마음껏 볼 수 있었던 친구집으로 달려갔던 추억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릴 수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친구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던 어느 날 참이네 가족이 연탄가스를 마시고 죽을 뻔 한 일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참이가 옆집에 알려 가족들은 불행을 피하게 됩니다. 그날 이후, 사기꾼을 찾아 나섰다가 찾지 못하고 막노동을 하며 지냈던 아버지가 돌아오게 되고 참이 가족은 비로소 함께 모여살면서 작지만 소중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아버지는 연탄 때문에 죽을뻔한 참이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합니다. '참이는 연탄이 그저 싫고 밉겠지만 그래도 불을 피울때면 볼품없는 연탄도 얼마나 환하고 따뜻한지 모를거다. 우리 마음속에도 이 연탄같은 것이 들어 있어서 어렵고 추울 때 따뜻한 불을 지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동화집「연탄도둑」은 어렵고 힘든 시절을 지나 온 그 흔적들이 결국에는 희망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는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이번 주 고전의 향기 내용도 소개해 주시죠?

▶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안영의 언행을 기록한 晏子春秋(안자춘추)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飽而知人之饑(포이지인지기)하고 溫而知人之寒(온이지인지한)하며 逸而知人之勞(일이지인지노)하라
풀어보면, '배가 부를때에는 굶주리는 사람의 사정을 헤아리고, 따뜻할때는 추위에 떠는 다른 사람의 사정을 이해하고, 편안하게 지낼 때는 곤란한 사람의 사정을 헤아릴줄 알아야 한다'라는 뜻입니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주위의 불우한 이웃을 돕는 사랑이 손길이 점점 줄어 들고 있다고 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고 정을 나누는 따뜻한 세모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09:39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