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불온과 매혹, 불꽃의 작가로 불리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소설가 전경린의 『엄마의 집』을 소개해 주실텐데요, 작가 소개와 함께 전체 줄거리를 먼저 좀 알려 주시죠?

▶ 전경린은 경남 함안 출생으로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사막의 달」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소설집으로는 「염소를 모는 여자」「환과 멸」
「물의 정거장」「바닷가 마지막 집」이 있고,
장편소설로는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열정의 습관」
「황진이」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는 「나비」「붉은 리본」등이 있습니다.
수상경력으로는 문학동네 소설상, 한국일보 문학상,
21세기 문학상, 대한민국 소설문학상,
그리고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소설 엄마의 집은
미스 앤 의식을 가진 엄마 윤진과
88년 이후에 태어난 새로운 세대인 씩씩한 딸 호은,
두 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386세대를 부모로 둔 현재 스무 두 살의 세대성과 이혼을 하고 다시 싱글로 살아가는 엄마의 여성적인 삶,
그리고 흩어진 가족들이 나누는
서걱이는 애정의 풍경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소설은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세계의 본질에 접근하려던 시도에 실패한
남성들의 모험을 대신해서
전경린, 은희경, 신경숙, 공지영, 공선옥 등
이른바 페넬로페의 후예로 불리는
여성 소설가들이 이루고 있는 한국 소설의
새로운 줄기의 하나이지만,
냉소를 택한 은희경, 신파를 택한 공지영,
자연주의 택한 공선옥과 달리
전경린은 여성들의 성과 존재찾기에 관련된 소설을 쓰는
소설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전경린의「엄마의 집」이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의 21세기 버전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엄마의 집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한번 들어가 볼까요?

▶ 소설가 전경린은「엄마의 집」에서 
처녀의식을 가진 엄마들에게 미스 앤이라는 이름을 부여합니다. 미스 앤은 종래와 달리 엄마의 정체성을 획득하고도
동시에 처녀의식을 간직하고 사는
새로운 엄마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따라서 엄마의 집은 아버지에게도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종속당하지 않는 미스 앤을 세상에 내던지며
여성의 존재찾기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작가는 한 여자가 자신만의 집을 갖는다는 것은 경제적이고, 정신적이고, 육체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남자가 아닌 여성자신이 전적으로 통제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적인 공허와 경제적인 강박이
외풍처럼 넘나든다고 해도 나의 집을 가지고,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자유롭게 존재하는 것은
초월적일 만큼 즐거운 일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소설 엄마의 집에서 아빠는 지난 시대의 컴퓨터 용량같이
처량한 386세대이자 소위 운동권으로,
지난 시절 겪었던 ‘밤새 커져 있는 감방의 백열등과
살찐 변소 쥐와 감옥의 목욕탕’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고,
그 시절을 뛰쳐 나와서는 ‘진실을 택하지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생존을 택하지도 못한,
그래서 가정을 저버린 셈이 된 무능한 가장입니다.
최루탄을 뒤집어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엄마의 미술실로
뛰어 들어온 그와 인연을 맺은 엄마는
마치 속세에 사는 스님같은 남편과 갈등을 겪게 되고,
마침내 이혼을 하게 됩니다.
집을 떠나기 전 엄마는 유리로 만든 발레 인형같이
하루중 많은 시간을 침대에서 지내면서
언제까지나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어느날 엄마는 침대에서 일어나 집을 나가고,
먹고 살기위해 돈이 되는 일러스트를 그리며 살아갑니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결손가정에 자란 딸 호은이에게
자신만의 집을 마련하게 된 이유를 말하면서 이렇게 회상합니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낯선 곳으로 와 몇 년동안
원룸에서 밤낮없이 일을 할 때, 난 자신에게 이렇게 독려했어.
지금은 아무것도 원하지 말자.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 말자.
해내야할 일만 생각하자. 그것이 막다른 곳에서 나가는 길이다. 일을 하는 한 나는 밖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힘들게 자신만의 집을 마련한 엄마는
자신만의 일도 가지고 있고 애인도 있으며,
똑똑한 스무 살 딸 호은이와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이른바 미스 앤으로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은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사별한 전처의 딸인 승지를
엄마의 집에 데려다 놓고는 말도 없이 사라집니다.
딸과 승지를 데리고 아빠를 찾아다니던 엄마는
결국 포기하게 되고,
세상을 떠난 승지 엄마의 마음을 안타깝게 헤아려
승지와 함께 살게 되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더불어 남편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갖게 되면서
자신의 상처도 점점 아물게 됩니다.
4개월 후, 다시 사라진 아빠가 나타나고 승지를 데려가던 날,
승지에게 자신을 친척 아줌마로 부르라고 했던 엄마는
딸 호은이에게 승지의 언니가 되어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개념의 자를 가지고 들이대는 순간
사랑은 없단다, 어디에도 없어’
소설 엄마의 집은 미스 앤의 탄생일뿐 아니라
스무 살 대학생 호은의 탄생이기도 합니다.
호은이는 엄마의 집에서 엄마와 살면서
‘레몬의 윤리의식’을 배우게 됩니다.
‘생은 나에게 시어빠진 레몬 따위나 줄 뿐이지만,
나는 그것을 내던지지 않고 레모네이드를 만들 것이다.’
레몬의 윤리의식을 배운 덕분에 호은이는
 ‘자기 자신이 여기 살아있음을 기뻐’하고
‘자주, 자립, 자애’를 꿈꿀 수 있는
한 여성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소설 엄마의 집에서 여성은
 ‘엄마가 저질렀던 오류와 실수로부터도 자유로운 온전한 존재, 삶에 모욕당하지 않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백가지 적과 늘 싸울 각오가 되어 있는
젊은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작가는 ‘엄마의 집’이라는 소설을 통해
엄마의 집은 지상위에 반드시 지어져야할 집이라고
담담히 말하고 있습니다.


○ 오늘 고전의 향기는 어떤 내용입니까?

▶ 효경(孝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立身行道(입신행도)하고 揚名於後世(양명어후세)하야
以顯父母(이현부모)라야 孝之終也(효지종야)니라

‘몸을 세우고 도리를 행하여 후세에 이름을 날려,
낳아준 부모를 세상에 드러나게 하는 것이 효도의 끝이다’라는
뜻입니다.

이제 방학을 마치고 새로운 공부를 앞두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반드시 가슴속에 지녔으면 하는 말입니다.
수학공식 하나 외우고, 영어단어를 하나 더 외우는 것이
공부의 목적이 아니라고 하지만
현재의 교육현실은 이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철이 들어야 공부를 잘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이른바 몸을 세우고 도리를 행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제대로 된 공부를 할수 있고,
이로 인해 부모를 드러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공부이고 어떤 것이 효도인지를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10:04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