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한국인의 인생살이는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엔터테인먼트라는 색다른 단어를 오늘의 한국인 인생살이로 분석한 김열규 교수의 『엔터테인먼트』에서 한국인의 인생살이를 맛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책의 저자소개와 함께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 김열규 교수는 경남 고성출신으로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거쳐 같은 대학원에서
민속학을 전공했으며 하버드대학과 엔칭연구소 객원교수,
UC버클리 한국학센터 공동연구 교수를 거쳐
현재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저서로는 『한국인의 문화코드 열다섯가지』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욕, 카타르시스의 미학』
『꿈엔들 잊힐리야』등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이 책은
 '엔터테인먼트'의 실체를 다양한 측면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그 실체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 엔터테인먼트는
이 시대의 로고이자 희망이며 이상과 맞먹고
이념과 어금버금할 지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여기에 취해있고
모두가 매료되어 있다면서
‘맛나게 먹자, 재미있게 즐기자, 신나게 놀자’
이 세 가지의 부르짖음 앞에서
보통 시민들은 오금을 펴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엔터테인먼트'라는 단어를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인의 인생살이로 분석해,
 '멋지게 맛나게 신나게'라는 한국적인 실체로
명쾌하게 정의내리고 있는 책입니다.

○ 요즘에는 일반적으로 엔터테인먼트하면 연예나 오락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엔터테인먼트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고 있습니까?

▶ 지은이는 엔터테인먼트라는 단어가
 ‘남들을 재미있게 해준다’, ‘남들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남들에게 큰 위안을 준다’, ‘남들을 반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또 ‘남을 잘 대접한다’, ‘남을 환대한다’라는 뜻과
‘우리의 옷깃을 여민다’, ‘좋은 생각이나 감정을 품고 있는 것’
등의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모든 뜻을 종합해보면
내가 내 마음속에 좋은 생각을 품고,
그것을 남에게 주거나 전하면서 남을 즐겁게 하는 것이요,
또한 남이 가진 생각을 내가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남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마음과 마음의 좋은 교류,
생각과 생각의 좋은 교류가
바로 엔터테인먼트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은이는 누구나 엔터테이너가 될 수 있고,
혹은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공공건물의 문을 들어서거나 승강기를 타고 내릴 때
옆 사람에게 먼저 양보하는 것처럼
우리로 하여금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행동이
바로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입니다.
더불어 지은이는 사랑과 우정과 같은 것이야말로
엔터테인먼트의 절정이자 최고의 경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베토벤이 심하게 다툰 친구에게
한 통의 편지를 씁니다.
그 편지에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절실하게 적어서
친구와의 우정을 회복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만큼 간곡하고 알뜰하게 그리고 절실하게
편지를 써서 보낼 친구를 가졌다는 것이
곧 우정의 극치가 아닐 수 없고
그런 경지에서 우정 또한
인생이 우리에게 베푸는 엔터테인먼트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활속의 엔터테인먼트는
열정의 현장에서는 물론이고
운동경기장에서도 확인할수 있습니다.
우리 민요에 ‘제 멋에 겨워서 흥흥’하는 그런 대목이 있고
그에 따라서 사람들은 노래를 흥얼대고 어깨 춤을
절로 추어댑니다.
이와 비슷하게 경기장의 관중들도 ‘제 멋에 겨워서’
소리에다 아우성까지 겹쳐서 지르고
벼락치듯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장내가 떠나갈 듯이 노래를 불러 댑니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당시의 붉은 악마의 응원처럼
사람들은 각별한 방법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다양한 영역의 엔터테인먼트가 있다는 말씀이신데, 한두가지 재미있는 예가 있다면 소개를 해주시죠?

▶ 말씀하신대로 이 책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정치 역시 예외일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정치풍자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탈린 시대가 끝나고 난뒤 당시만해도
러시아의 교통수단이 좋지 않아
맛있는 과일을 구경하기 어려웠을 때의 이야기 입니다.
러시아의 대통령인 고르바초프가 시장에 갔습니다.
고르바초프는 멜론을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 가서
멜론을 하나 사도 되느냐고 묻고
좌판을 보니 썪은 멜론 하나만 놓고 팔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고르바초프가 할머니에게
썩은 멜론 하나만 놓고 팔면 다른 걸 고를수도 없고,
무조건 썩은 것을 사야 할 판이니
손님이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당신이 러시아의 대통령인
고르바초프가 맞느냐고 물은 뒤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당신을 대통령으로 뽑을 때도 이랬단 말이야’
이러한 풍자는 정치가 스스로 능동적으로 또는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엔터테인먼트를 베풀기 어렵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는 엔터테인먼트가 우리에게 주는
궁극적인 기능이 무엇인지를 결론짓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산다기 보다는 인생을 앓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인생 그 자체가 병동일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엔터테인먼트가 절실해지는 것이며
이것으로써 삶의 아픔도 다스려 주고
삶의 질환을 고쳐주는 치유자로서의 엔터테인먼트를 찾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생활은 오래 써서 닳고 닳은 기계가 그렇듯이 스트레스의 연속이고,
우리들은 삶의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에
언제 파괴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엔터테인먼트의 수요를 증대시키고 있고
산업이 그렇고, 기업이 그렇고, 직업이 그렇듯이,
엔터테인먼트는 생필품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은이는 엔터테인먼트의 궁극적인 기능을
 ‘삶의 고통에서 우리를 풀어 놓아 주는 것’ 또는
 ‘인생의 멍에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는 것’ 그리고
‘우리를 가다듬어 주고 곱게 꾸며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이번 주 고전의 향기는 무엇입니까?

▶ 예나 지금이나 학문을 연마하는 것 즉, 공부는
부모나 학생에게 있어 최대의 관심사였던 것 같습니다.
사서삼경중의 하나인 중용에
옛날 학생들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적어 둔 대목이 있습니다.

博學之(박학지)하며 審問之(심문지)하며
愼思之(신사지)하며 明辯之(명변지)하며 篤行之(독행지)니라

이 글의 뜻은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물으며, 신중히 생각하며,
밝게 분별하며 독실히 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증자라는 사람은 이 문장에 주석을 달면서
 ‘이 다섯가지 중에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학문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에서 또 하나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앞의 네가지 즉,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고
밝게 분별하는 것은 공부 즉 알아가는 과정이지만,
마지막 한가지 독실히 행하는 실천을 하지 않으면
그 공부는 완성되지 않으며 의미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폭넓게 공부하는 즐거움을 모르고
학교 공부에만 매몰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일지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얻게 해주고
또 이를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공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10:04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