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66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인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 최근 교육계 안팎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체벌 전면금지 등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에대해 최근 교과부가 발표한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은
오히려 교육내 내부에서 더욱 격한 논란만 부추기고 있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공자(孔子)가 말하는
진정한 ‘배움과 가르침’과 현대교육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겠습니다.
○ 공자가 말하는 배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죠?
▶ 공자는 ‘배움(學)’이라는 것을
‘자기자신을 향상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해 보이는 공자의 이 지적이
우리의 삶의 현장, 혹은 교육의 현장에서는
결코 당연한 일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늘 배움을 통해 자기 향상을 염원하고 있으면서도
그 효과적인 수단을 찾지 못한 채 일생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같은 배움을 통한 자기향상에 대해 가지는
일반인들의 막연한 절망은
단순히 호학(好學) 즉 배우기를 좋아해야 한다는 강조만으로
쉽사리 타개하기 어려운 벽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자는 우선 배움의 길에 반드시 필요한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사람이 믿음이 없으면 그를 어찌할 수 없게 된다.
큰 수레에 수레채잡이가 없고, 작은 수레에 끌채잡이가 없다면
무엇으로 그 수레를 나아가게 하겠느냐?’
공자의 이 말은 배우는 사람들이
자신이 걷는 배움의 길에 대한 방향에 믿음이 없다면,
그를 가르치는 그 어떠한 인도자도 학생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인도자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학생 역시 미래에 대한
어떠한 전망도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강조한 말입니다.
선생과 학생 상호간의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현재와 같은 교육상황이 지속된다면
미래에 어떤 전망도 가질 수 없다는
교육자로서의 공자의 이 말을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 배우는 사람이 지녀야 할 자세도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요?
▶ 공자는 배움에 있어
다음과 같은 자세를 가질 것을 주문했습니다.
「學如不及(학여불급)이요 猶恐失之(유공실지)라」
풀어보면 ‘배움은 따라가지 못할 듯이 하고도,
오히려 잃을까 두려워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공자의 이 말은
‘만약 배우는 사람이 자신이 앎에 미쳤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때부터 배운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경고한 말입니다.
이 짧지만 시사적인 한마디는
배움의 자세가 인간의 진정한 앎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만약에 배우는 사람이
어떤 사실에 대해 배워 알게 되었다고 자부하는 순간에
그 사람은 다른 모르는 것을 부인하게 될 것이고,
그것을 부인하는 순간
앎의 세계와 알지 못하는 세계는
다시는 화해하기 힘든 불능의 벽을 쌓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자가 제자인 자로(子路)에게 들려준 말을 통해
진정한 앎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자로야 너에게 아는 것을 가르쳐 주겠다.
아는 것을 아는 것이라 말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
공자가 말하는 이같은 앎의 문제는
단순히 여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과오(過)’ 혹은 ‘허물’의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오의 극복은 과오의 절대적 극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오의 이중성 즉 과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을 극복하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공자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무지(無知)로부터
직접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배움에 있어 단지 그 경건한 자세를 유지만 해도
무지를 단숨에 앎의 차원으로 승격시킬 수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가 배우고자 애쓰는 것과
현명한 자가 다 배웠다고 자만하는 것 사이에서
공자가 어느 쪽을 지지했을지는
굳이 설명이 없어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배우는 사람의 자세가 경건하지 못하면
설혹 그 배움이 완성의 단계에 이르렀다 할지라도
공자를 비롯한 그 누구의 지지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
오늘날의 교육현실에 고스란히 적용되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 공자가 원했던 바람직한 교육현장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 공자는 논어 자한(子罕)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학문을 산을 쌓는 것과 비유하면,
한 삼태기의 흙을 덜 쌓고 그치더라도 내가 중지하는 것이며,
비유하면 산을 만드는데 있어
평지에 흙 한 삼태기를 처음 쏟아 붓더라도
나아감은 내가 나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공자는 산을 쌓는데 있어 한 삼태기의 흙을 더하는 일과 그치는 일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공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나아가느냐, 그치느냐’하는 것이었습니다.
학문 즉 배움의 길로 나아가는 한
모든 가능성은 함께 하게 되지만,
만약 배움의 길을 스스로 그치게 되면
모든 문이 닫힌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공자의 이 말은
이른바 선생과 학생 모두에게 반드시 적용되어야 할
중요한 인식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고 본것 같습니다.
공자가 제자 가운데 가장 좋아했던 안연(顔淵)이 죽었을 때
‘하늘이 나를 버렸다’라고 하면서 통곡한 것은
그가 배우기를 좋아했던 유일한 제자였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분야에 있어서는
늘 자신이 부족하고 미비하다고 자탄했지만
배우고 가르침에 있어서는 유일하게 자부를 했던
스승 공자(孔子)와
결코 자신이 이미 이루어 놓은 분야에 안주하는 일이 없이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했던 제자 안연(顔淵)이
오늘날의 교육현장에 시사하는 바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만약 공자와 안연같은 사제가
오늘날의 교육현장에 가득 채워지는 날이 온다면
어쩌면 교육의 근본문제보다는
지금과 같은 교육 외적인 문제에만 연연하는
비교육적인 행태가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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