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65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말과 행동을 합니다.
이러한 언행(言行)이
분위기를 부드럽고 활기차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남에게 상처를 주고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말과 행동의 신중함’에 대한
고전의 가르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수한 분쟁과 논란의 대부분이 말과 행동이 신중하지 못한데서 온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 말(言)의 중요성에 대한 글은
고전의 여러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논어(論語) 이인(里仁)편을 보면
 ‘고자(古者)에 언지부출(言之不出)은
치궁지불체야(恥躬之不逮也)니라’라는 글이 있습니다.
풀어보면 ‘옛날에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은
몸소 행함이 말에 미치지 못할 것을 부끄러워해서이다’라는
뜻입니다.
범조우(范祖禹)라는 사람이 이글에 주석을 달기를
 ‘군자는 말을 하는데 있어 부득이한 뒤에 하는 것이니,
말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말하는 것을 그 행실과 같이 하고,
행실을 그 말한 것과 같이 한다면,
말을 할때 반드시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말을 한다는 것은
곧 행동이 뒤따라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옛 선인들이 함부로 말하는 것을 경계했다는 뜻입니다.
이어서 공자는 눌어언이민어행(訥於言而敏於行)이라고 했습니다. ‘말은 어눌한 듯 하면서도 행동은 민첩하게 하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이른바 군자(君子)의 올바른 말과 행동법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자의 제자인 자유(子遊)는 친구와 사귀는데 있어서도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임금을 섬기는데 있어 자주 간언하게 되면 욕(辱)을 당하고,
친구간에 자주 충고를 하게 되면 소원해진다’라고 했습니다.
풀어보면, 임금을 섬김에 있어 간하는 말이 행해지지 않으면
마땅히 떠나야 하고,
벗을 인도함에 착한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마땅히 중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너무 자주 말하게 되면 말하는 사람은 가벼워지게 되고,
듣는 사람은 싫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영화를 구하다가 도리어 욕을 당하고,
친하기를 구하다가 도리어 소원해지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입니다.
조선시대 문신인 노경임(盧景任 1569-1620)이라는 선비는
〈인설(忍說)〉이라는 그의 글에서
말과 행동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참을 수 있다면, 잘못된 말이 없게 될 것이요
하고 싶은 행동을 참을 수 있다면, 잘못된 행동이 없게될 것이니,
말과 행동에 잘못이 없으면,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가벼운 말과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가
의외로 큰 파장을 불러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늘 경계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아닌가 싶습니다.
○ 말과 행동의 잘못이 초래한 역사적 증거가 바로 조선 5백년동안 이어진 당쟁이 아닐까요?

▶ 사실 조선 5백년의 가장 큰 역사적 사실은 당쟁이고,
또 조선 일대의 지도이념이 유학사상이었던 만큼
이 당쟁과 유학사상 사이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것도 당연합니다.
현상윤의『조선유학사(朝鮮儒學史)』라는 책에는
조선시대에 지속된 당쟁의 시작이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의 구별에서 비롯되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있어서
‘군자를 배우고 소인을 배척하는 것’은
자기 수양의 척도였습니다.
다시말하면 내적으로 자신을 수양하는 의미에서 볼때
항상 자신이 ‘군자(君子)’와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소인(小人)’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을 경계하며
엄격하게 삼가는 신독(愼獨)과
소인을 경계하고 두려워 하는 ‘계구(戒懼)’를
자기수양의 지표로 삼았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같은 자기수양의 방법이 외부에 적용될 때
일상적인 다툼이나 당쟁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사회구성원을 양분해서
‘군자’와 ‘소인’으로 구분한 뒤에,
나는 군자이고 다른 사람은 소인이라고
낙인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평가하면서 저 사람은 군자이지만
이 사람은 소인이라고 규정을 짓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인으로 지목당한 상대방이 마음으로 받아 들여서
자기수양의 자료로 삼는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고
자신의 인격에 모욕을 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됩니다.
때로는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우의가 깨져
혹은 논쟁을 일삼기도 하며
또는 질시, 반목하기도 하며
나아가서는 원수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견해의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견해의 차이를 자신을 수양하는 방편으로 삼지 못하고,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전하게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말과 행동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 이른바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저자인 손자(孫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왕은 분노에 못 이겨 병사를 일으키지 말고,
장수는 감정으로 싸우지 말라’
분노와 감정은 인간 행동에 있어서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것이 마음에 있게 되면
말과 행동에 힘이 가해질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어떤 일이든지 분노와 감정이 앞서게 되면
시야가 좁아져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칫 판단을 그르쳐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게 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입니다.
삼국지에서 유비는 자신의 동생인 관우가
오나라 손권의 계략에 휘말려 죽게 되자,
중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손권을 토벌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유비는 이능(夷陵)전투에서 대패를 하고
패배의 아픔으로 수명까지 재촉하고 말았습니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더욱 어려운 것은 감정에 휘둘려 있는 상황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일입니다.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앙의 많은 부분은
말과 행동에 있어 참을성의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