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64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묵자(墨子) 겸애(兼愛)편에
‘남을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에게 잘하는 것이 결국 자신에게 잘하는 것이 된다는 뜻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주는 것이 곧 받는 것’이라는
고전의 가르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최근 기부문화의 확산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같은 의미로 봐도 될까요?
▶ 고전을 보면 이른바
기부의 의미를 가진 많은 글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경(詩經) 위풍(衛風)에는
투과득경(投瓜得瓊) 즉 ‘오이를 주고 구슬을 얻는다’라고 했고
채근담(菜根譚)에도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실제로는 자신을 이롭게 하는 바탕이 된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설원(說苑)이라는 책에서는
『경인자 비경인야(敬人者非敬人也) 자경야(自敬也)요,
귀인자 비귀인야(貴人者 非貴人也) 자귀야(自貴也)라』고했습니다.
풀어보면 ‘남을 공경하는 것은 실은 남을 공경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공경하는 것이요,
남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실은 남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높이는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가끔은 선행에 대해 상대방의 보답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되돌아 오는 것은 없지만
자신이 행한 덕행(德行)은 남고,
이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긴 안목으로 보면 이것은 더 큰 보답이 되는 것입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남에게 못하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못하는 것이 된다는 것입니다.
맹자(孟子)는 진심장(盡心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내가 남의 아버지를 죽이면 그도 나의 아버지를 죽이게 되니,
이는 내가 아버지를 죽인 것은 아니지만 사소한 차이일 뿐이다’
남에게 모질게 굴면
결국 자신에게 모질게 구는 것이 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맹자는 남에게 하는 일이 곧 자신에게 하는 일이 되고,
주는 것이 곧 받는 것이 되기 때문에
어찌 남에게 좋지 않은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설원이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얻는 것이 얻는 것인줄은 알지만,
주는 것이 얻는 것이라는 것은 모른다’
오로지 자신의 몫만 챙길 줄 알고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살펴보지 않는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 치열한 경쟁사회에서도 과연 이러한 법칙이 통할까요?
▶ 한비자(韓非子)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장욕취지(將欲取之)면 필고여지(必姑予之)하라』
풀어보면 ‘장차 얻으려 하거든, 반드시 잠시 주라’라는 뜻입니다.
보통 상대방의 것을 취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의 대비되는 전략이 있습니다.
하나는 상대방을 힘으로 제압해서 빼앗는 방법이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먼저 줌으로써 원하는 바를 취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두 가지의 전략 가운데 강제로 뺏는 방법은
상대방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실제로『회남자(淮南子)』의 한 구절 처럼
‘내가 갑옷으로 튼튼히 무장하면
상대방의 무기는 더욱 예리해지고,
내가 성을 쌓으면
상대방은 성을 부수기 위한 병거를 만드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만약의 경우 상대방을 힘으로 제압하고
원하는 것을 취했다 할지라도,
훗날 원한을 품고 복수를 다짐하는
상대방을 감당해야 하는 뒷걱정도 남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음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받는 것은 돌려 주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즉 사람의 마음은 은행과 같아서
받은 것을 증식시켜서 돌려주는 속성이 있는 것입니다.
비단 인간관계에만 이러한 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관자(管子)는
‘주는 것이 받는 것임을 아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라고 했고,
맹자(孟子)도
‘선으로써 남을 복종시키려는 자는 남을 복종시킬 수 없다.
선으로써 남을 기른 뒤에라야
천하를 복종시킬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사랑하고, 미움받고 싶다면 먼저 미워하라는 말과 의미가 통하는 것 같은데요?
▶ 사실 인간관계의 핵심을 말하는 수많은 책들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바로 애인(愛人) 즉 ‘사람을 사랑하라’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평생을 성공하는 인간에 대해 연구했던 데일 카네기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죽을때 까지 남에게 원망 받고 싶은 사람은
남을 신랄하게 비난하라.
그 비난이 맞으면 맞을 수록 효과는 커진다.
비난이란 집비둘기와 같은 것임을 명심하라.
집비둘기는 항상 집으로 돌아온다’
사실 비난만이 집비둘기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과 미움도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받고 싶은가? 먼저 사랑하라!
미움받고 싶은가? 먼저 미워하라!’
가는 소리가 아름다우면 오는 소리도 아름다운 법입니다.
따라서 가는 것을 보면 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남에게 한 것이
바로 남이 나에게 하는 것과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역으로 볼때도 남이 나에게 하는 것을 보면
내가 남에게 어떻게 했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남이 나에게 잘못을 할때 상대방을 비난하기 보다는
내가 남에게 잘못한 것이 없는 지를
스스로 돌이켜 보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공자(孔子)는 이 세상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행동요령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젊은이는 집안에 들면 효도하라.
사회에 나서면 질서를 지키고 평화를 사랑하라.
그리고 변함없이 믿음직하며 사람을 사랑하고
어진 사람을 가까이 하라. 그리고 여력이 있으면 학문을 하라.’
공자의 이 글은 사람을 사랑하기 보다는
사람을 이용하려고만 하는 세태를
통렬하게 비판한 말이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걸어야할 사람의 길을 제시한 글이기도 합니다.
올 한 해는 남에게 받기 보다는
주는 것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공자가 말한
이 세상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 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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