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63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토끼는 장수(長壽)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올 한해 모두 건강하시고,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모두 이루어지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새해를 맞이해
가슴속에 새겨둘 만한 좋은 글귀를
몇가지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 ‘세상만사 마음먹기 나름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새해를 맞아 자신만의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 해마다 새해가 되면 마음으로 되새기는 글귀가 하나 있습니다.
묵자(墨子) <친사편(親士篇)>에
「비무안거야(非無安居也) 아무안심야(我無安心也)요
비무족재야(非無足財也) 아무족심야(我無足心也)니라」라는
글이 있습니다.
풀어보면 ‘편안한 자리가 없는게 아니라
나에게 편안한 마음이 없을 뿐이며,
만족한 재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만족하는 마음이 없을 뿐이다.’라는 뜻입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꿈 자체보다는 해몽이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사실은 꿈만 아니라 세상만사가 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겪는 많은 일들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겪는 객관적인 상황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의 주관적 해석입니다.
즉 내 마음을 한번만 돌리면
세상의 모든 것이 돌아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도에 ‘99의 악순환’이라는 우화가 있습니다.
평소 가진 것이 없이 평범하게 살던 이발사가
갑자기 99루피라는 돈을 갖게 되자,
나머지 1루피를 채우기 위한 욕망 때문에
자신의 삶이 불행해진다는 내용입니다.
그 이발사는 ‘99루피’를 ‘99루피의 풍족함’이 아니라
‘1루피가 부족한 100루피’로 이해했던 것입니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그 인도의 이발사에게 닥친 불행의 원인은 ‘99루피’가 아닌 바로 ‘그의 마음’이었습니다.
온 나라가 경제를 외다시피 하고 있는 이 때에
안분지족(安分知足)이 주는 삶의 편안함을 염두에 두는 것도
활기찬 새해를 출발하는 좋은 방법인것 같습니다.

○ 지난 해는 유난히도 비인간적인 사건이 많은 해이기도 했는데요, 올해는 우리 사회가 보다 인격적인 성장의 해로 삼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 묵자(墨子)라는 책에
‘군자불경어수 이경어인(君子不鏡於水而鏡於人)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풀어보면 ‘군자는 물을 거울로 삼지 않고,
타인을 거울로 삼는다’라는 뜻입니다.
사실 물에 비추어 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얼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삼는다면
자신의 인격이 어떤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흔히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쓰곤 합니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려거든 거울을 자주 보라.
그러나 자신의 인격을 가꾸려거든
자신을 대하는 다른 사람의 태도를 보라’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 역시
‘각각의 개인은 타인 속에 자기를 비추는 거울을 갖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이 말은
‘내가 마음을 쓰는 바에 의해, 나의 행동거지가 결정되고,
이러한 나의 행동거지에 의해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와 태도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로상인구승비(路上人口勝碑)라』
‘길가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비석의 내용보다 더 정확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성인들은 
‘자신의 삶에 찾아드는 길흉(吉凶)을 알고 싶다면
점치는 집을 찾을게 아니라
나를 대하는 남들의 태도를 보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 돈을 많이 벌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도 많은 사람들의 소망이기도 한데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요즘 세상에 돈을 많이 벌기 보다는
다른 무언가 의미있는 일도 해야 한다고 말하면,
아마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볼 분이 많으실 겁니다.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을 잘 아실겁니다.
원래 이 말은 ‘눈을 비비고 상대를 대한다는 뜻’으로,
남의 학식이나 재주가 놀라운 정도로 부쩍 향상되었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원래 이 말은
『삼국오지(三國吳誌)』의 여몽전(呂蒙傳)에 나오는 말로
‘사별삼일즉 갱괄목상대(士別三日卽 更刮目相對)’가 원문입니다.
후한(後漢)시대 오(吳)나라의 장수인 여몽(呂蒙)이라는 사람은
본래 용맹스럽고 지모가 출중했지만 배운 것이 없었는데,
오나라 왕인 손권(孫權)의 권유로 글을 배웠다고 합니다.
어느날 노숙(魯肅)이라는 사람이 여몽과 토론을 한 뒤
여몽의 언변과 지식이 예전과 달라져 있음을 보고 놀라자
여몽이 ‘선비가 헤어진지 삼 일이면
마땅히 서로 눈을 비비고 보아야 하는 것이오’라고
말했다는데서 유래된 글입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는 것은
이 세상 누구나 바라는 바이지만,
자신의 학문과 덕행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또 그 결과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드문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통 새해가 되면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바로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입니다.
‘진실로 새롭게 하려거든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는 뜻을 가진 명언입니다.
그리고 논어(論語) 자장편에서는
‘날마다 그 부족한 것을 알며(日知其所亡),
달마다 그 할 수 있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月無忘其所能)’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말이 가진 의미는 잘 알고 있지만,
스스로 새로워지기 위한 노력과
자신이 해야 할 바의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는
그리 끈기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해마다 되새기는 글 가운데 늘 마음이 끌리는 글귀는
맹자가 말한 다음의 글귀입니다.
‘물은 원천이 계속 솟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파인 곳을 채우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서 바다에 이른다.
근본이 있다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신묘년 새해에는
‘진정 뜻을 두면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없다’라는
희망의 메시지와
‘사람의 노력이 다하지 않으면
하늘의 공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노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마음속에 다잡아 두면서
새로운 일년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