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62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공자는 시(詩)와 함께 예(禮)를
중요한 교육과목이자 교육방편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예(禮)라는 것은 단순히 거추장스럽거나
귀찮은 것 정도로만 치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공자가 말한 예(禮)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사실 요즘에는 예절(禮節)이나 예의(禮儀)와 같이 예(禮)라고 하면 겉모양을 꾸미거나 겉치레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사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례(祭禮)나
일상생활에서 적용되는
보편적인 예의의 기준이 되는 의례(儀禮)를 막론하고
예(禮)는 삶의 형식적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예(禮)라는 것은 형식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숨겨져서 취급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예를들면 ‘사람이 어질다’라는 표현같은 경우에는
그 자체가 형상화되기 어려운 정신적 영역이기 때문에
주관적인 언급에 이어 설명이 부가될 경우
거짓을 양산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예(禮)의 경우는 그 자체가 이미 정형화되어
드러나 있는 형식적 요소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교육수단이 될 수 있었습니다.
공자가 예(禮)를 시(詩)와 함께 중요한 교육과목이자
교육방편으로 중요시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공자가 말하는 예(禮)라는 것은
오늘날에 와서는 그다지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禮)라는 것이 단지 번거로운 형식처럼 여겨지고,
몸에 꽉 끼이는 옷처럼 불편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자가 말하는 예(禮)라는 것은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임방이라는 사람이 공자에게 예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에대해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예라는 것은 사치스러운것 보다는 검소한 것이며,
돌아가신 부모를 모실 때 이것저것 갖추기 보다는
마음으로 애통해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공자는 사람을 속이지 않고 검소한 것이
예(禮)의 출발이 되고,
남을 앞세우고 나를 뒤로 물리는 겸허한 마음이
예(禮)의 발걸음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이런측면에서 공자가 말한 예(禮)라는 것은
단지 형식적이고 거추장스러운 것이기 보다는
수신(修身) 즉 자신을 수양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됨을 알 수 있습니다.

○ 사실 예(禮)라는 것이 사람을 속이지 않는 것이라는 말은 좀 생소한데요, 재미있는 예를 좀 들어주시죠?

▶ 도마뱀은 자신에게 위기가 닥치면
꼬리를 자르고 도망을 갑니다.
그리고 청개구리는 뱀을 만나면
죽은 시늉을 하면서 가만히 있습니다.
또 까투리 새끼들은 하늘을 빙빙도는 수리가 있으면
발랑 누워서 배의 솜털을 바람에 날리게 해서
마치 자신을 마른 풀처럼 위장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동물들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꾀를 부립니다.
하지만 이러한 꾀부림은 속임수와 같은 잔꾀가 아닙니다.
이것은 그들이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편입니다.
도마뱀은 도마뱀을 속이지 않고,
청개구리는 청개구리를 속이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을 해치려고 하는 다른것에만 속임수를 써서
살아남는 꾀를 부릴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때로는 사람을 속이고 훔치고 죽이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법이라는 것이 만들어져서
사람을 구속하고 법률적인 힘으로 강제하기 까지 합니다.
공자는 이러한 제도로써 사람을 구속하는 일을
위험하게 여겼습니다.
왜냐하면 법이나 힘을 행사하는 사람이 사납고 잔인하면
백성들이 말 못할 고통으로 신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예(禮)로써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논어 태백편에 실린 이 글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공손하지만 예가 없으면 수고롭고,
신중하지만 예가 없으면 겁약해지고,
용맹하지만 예가 없으면 세상을 어지럽히고,
곧으면서 예가 없으면 냉혹해진다’
여기서 공손하고, 신중하고, 용맹하고, 곧음은
모두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기본 자질이지만,
만약 이런 자질에 예(禮)가 더해지지 않으면
사람의 삶이 때로는 수고로워지고, 겁약해지고,
세상을 어지럽히고, 냉혹해져서
사람다운 삶을 살기 어렵다는 것을 경고한 글입니다.
공자가 말한 예(禮)가 교육과목이자
교육방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이른바 공자가 말하는 예(禮)에 대한 산교육이라는 어떤 것인지 궁금한데요?

▶ 공자는 실제로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세상을 교화하는데 있어 예악(禮樂)에 먼저 나아가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른바 ‘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예를들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악수(握手) 하나만 가지고도 예(禮)의 모든 덕목을 가르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공자는 악수라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해,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존경,
나아가 그 시대가 쌓아올린 인간성에 대한 기본 이해가
포함되어 있다고 봤습니다.
다시말하면 정중하게 악수하는 법을 한 번 가르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상호신뢰의 필요성에 대해
열 번 강의하는 것 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인사(人事)하는 법을 가르치면서도
인사(人事)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인사라는 글자를 풀어보면
바로 ‘사람의 일’ 즉 ‘사람이면 반드시 해야 할 덕목’이 됩니다.
따라서 인사라는 것이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덕목인데도
오늘날 제대로 된 인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진정으로 교육이 가야할 길이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자신에게 진지하게 예(禮)의 실천을 묻고,
새해에는 더욱 돈독히 실천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