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6

爲政以德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덕으로 하는 정치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또 법으로 하는 정치는 또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오늘날의 정치는 과연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과연 덕으로 하는 정치 즉 덕치일까요,
아니면 법으로 하는 정치 즉 법치일까요?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고전이 말하는 정치가
오늘날의 정치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유학에서는 당연히 덕치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논어』에 󰡐爲政以德(위정이덕)󰡑이란 글이 있습니다.
덕으로 정치하라는 말인데,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수고를 하지 않고도
세상을 다스릴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북극성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도
뭇 별들이 에워싸고 돌고 있는 것과 같이,
공자는 덕이 있는 사람이 정치하는것을 북극성으로 비유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덕(德)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도덕적․윤리적 이상을 실현하는 인격적 능력 혹은
공정하고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나 행동을 말합니다.
유학에서는 오덕(五德)이 있다고 하는데요
온화, 양순, 공손, 검소, 겸양을 오덕이라고 합니다.
흔히들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는 이 오덕을 갖추어야 하는데요,
온화는 온화한 기색으로 부드럽게 이야기 하는 것을 뜻하고,
양순은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덕행이 높은 것을 말합니다.
공손은 말이나 행동이 겸손해서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으며 예의가 바른 것을 말하고, 검소는 사치하지 않고 꾸밈없이 수수함을 말하며,
겸양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로
남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하는 마음이 있는 것을 말합니다.
꼭 나라를 이끌고 가는 군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바로
이 오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현실정치에 익숙한 사람들은
정치의 근간이 되는 이 오덕을 갖추기 보다는
권력에 빌붙거나 자신의 이익만을 최우선 가치로 두지 않으면
정치를 할 수 없다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철새처럼 이리저리 떠돌다가 한자리 차지하거나
무력으로 정권을 차지하게 되면,
자신에게 근본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비로소 자신에게 없는 덕을 남에게서 빌려오게 됩니다.
이른바 맹자가 말하는 가인(假仁)
즉, 남에게서 인을 빌린다는 것입니다.
덕으로 다스려지는 나라가 아니고
이렇게 신하가 임금을 시해하고 정권을 차지하는
역성혁명이 일어나면 정치는 점점 가혹해 집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정의사회구현 따위의 구호가 더욱 요란해지고
사회는 점점 어지러워지게 됩니다.
따라서 덕치는 백성들이 가지고 있는 덕에 따라, 혹은
위임받은 사람의 덕에 따라 가지고 있는 덕만큼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덕을 가진 사람을 뽑아놓고
그 이상의 덕을 요구하는 것도 안되지만,
자신은 그렇지 못하면서
백성들에게 턱없이 높은 덕을 요구하는 사람을 뽑아서도
정치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
덕치를 할 수 있는 덕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덕을 잘 갖춘 사람을 선택하는 국민들이 있어야
비로소 정치가 제대로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전에서는 충분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 덕치(德治)와 법치(法治)는 분명 차이가 있겠죠?

▶ 물론입니다.
말 그대로 덕치는 덕을 근간으로 하고,
법치는 법을 근간으로 하는 정치를 말합니다.
덕치와 법치 가운데 어떤 것이 옳으냐에 대해서는
분명 서로 다른 의견이 있습니다.
오늘날 국가들은 대개가 법치국가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덕치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볼 수 도 있습니다.
법의 내용 여하에 따라서는 단순히
법치주의의 요구를 채우는 것에 불과한 것도 많지만,
문제는 법치주의의 근본이 사람에게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정치 그 자체가 나쁜게 아니라
정치하는 사람이 나쁘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논어 위정편 제3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법으로 백성을 인도하면서
따르지 않는 백성을 형벌로 다스린다면,
백성들은 형벌만 면하려고 할 뿐
법 어기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을 쓰되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써 다스린다면
백성들은 법 어기는 것을 부끄러워 할 줄 알게 되고
또 바르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법치보다는 덕치의 중요성을 설파한 글입니다.
그리고 공자가 말년에 노나라에 있을 때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습니다.
이에대해 공자는
󰡒정사를 다스리는 것이 사람을 얻는 데에 있으니(爲政在人)
사람을 취하는 것은 자신의 수신 여부에 달려 있고(取人以身),
수신은 도로써 하고(修身爾),
수도는 인(修道以仁)으로 해야 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글을 다시 풀자면, 정치란 사람을 쓰는 데에 달려 있으니
좋은 사람을 쓰려면
우선 자신이 먼저 수양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것이, 윗사람이 德(덕)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정치가 잘 이루어지느냐 못 이루어지느냐가
판가름 난다는 것입니다.
옛날 堯舜(요순)이 仁(인)으로써 천하를 다스리니
백성들이 仁(인)을 따르고,
桀紂(걸주)가 暴惡(포악)으로 천하를 다스리니
백성들이 포악을 따랐다고 합니다.
마치 바람 아래 풀이 눕듯이(草上之風)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따라서 그대로 닮는다는 것입니다.
또한『도덕경』에는 󰡐無爲而化(무위이화)󰡑라는 말도 있습니다. 나는 아무 하는 일이 없는데
백성들이 스스로 교화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무위󰡑라는 말 역시,
덕이 있는 사람에게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덕이 있는 사람이 정사를 행한다면
움직이지 않아도 사람들이 교화되고,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믿어줄 것이며,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어도
사람들이 스스로 이루어 나간다는 뜻입니다.
옛날에는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道德政治(도덕정치)를 金科玉條(금과옥조)처럼 소중히 여기고
찬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는 과연 어떻습니까?
만약 지금 이 시대에 덕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하고
백성이 주인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아마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고
마구 비웃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혹은 정치인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사회는 仁(인)을 필요로 하는 사회일까요?
그리고 德(덕)을 숭상하기나 할까요? 
옛날은 적어도 道德(도덕)과 仁義(인의)와
하다 못해 禮(예)라도 숭상했지만,
지금 시대는 과연 무엇을 숭상하고 있을까요. 
덕으로써 하는 정치가 아니라 엄격한 법으로써 하는 정치는
그 대가 역시 냉혹합니다.
전국시대 진나라의 법가인 상앙이라는 사람은
자신이 만든 엄격한 법 때문에
자신의 사지가 찣겨나가는 형을 당하면서
엄격한 법의 폐혜에 대해 스스로 탄식을 하며 죽어갔습니다.
법이 준수되는 나라가 아닌
도덕이 준수되는 나라에서 살아가고자 희망하는
그런 사람들이 넘쳐나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공자의 이상향이 이 나라에서 실현되는 그 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08:33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