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16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세상에 공짜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공짜처럼 보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는게
마음이 편하실 겁니다.
만약 공짜로 얻었거나 혹은 자신의 노력에 비해
과도한 대가를 얻었다면
그것은 착각 아니면 사기, 둘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전을 읽다보면 세상의 평범한 이치에
눈을 뜨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공짜는 없다'는 고전의 가르침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 공짜를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요?

▶ 그렇긴 하지만 진정한 공짜는 없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공짜의 유혹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공짜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왜 생면부지인 남이 나에게 아무 이유없이 공짜로 주겠습니까.
정작 공짜를 주는 그 사람도
역시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정답은 간단합니다.
따라서 공짜처럼 보이는 것은
대체로 나중에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많습니다.
다시말하면 공짜로 얻은 것은
쓸데없는 것이거나 불확정 채무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면 부정한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불명예나 마음의 괴로움이라도 치러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공짜를 경계하는 많은 속언들이
나라마다 존재합니다.
일본에는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고,
영국에서는 '선물을 받은 사람은 구속을 받는다',
프랑스에서는 '공짜로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다',
중국에서는 '남의 것을 얻어 먹으면 입이 약해지고,
남의 선물을 받으면 손이 짧아진다'라는 속언이 있습니다.

○ 그래도 공짜는 상당히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아닌가요?

▶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지만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만 있다면
공짜를 좋아하는 습관을 떨쳐버릴 수 있습니다.
<전국책>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성인은 까닭없이 얻은 것을 큰 재앙으로 여긴다'
세상사의 모든 관계는 주고 받음의 형평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오는 것은 반드시 가는 것을 전제로 하고,
가는 것은 반드시 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까닭없이 받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우주의 법칙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사람이 만든 법칙은 어기더라도
요행히 걸리지 않으면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의 법칙을 벗어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공짜의 대가로
무엇을 얼마만큼 치러야 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근심거리가 되고,
때로는 그 대가로 이름을 더럽혀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성인들은 공짜를 재앙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채근담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 복과 까닭없는 소득은
조물주의 미끼가 아니면 곧 인간 세상의 함정이다'
합당한 대가없이 취하는 행동에는
반드시 허물이 따른다는 엄중한 경고입니다.

○ 세상을 살다보면 소위 공짜 좋아하다 봉변을 당하는 일들이 많지 않습니까?

▶ <묵자(墨子>라는 사람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낚시꾼이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은
물고기를 위하여 먹이를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묵자의 이 말은 낚시꾼이 바늘에 먹이를 매달아
물에 던지는 것이 물고기에게 밥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기 위한 미끼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정작 자신은 아무 의심없이 그 바늘에 달린 미끼를
덥썩 물기를 잘하는 지금의 세태를 꼬집은 말입니다.
최근 경남지역 몇몇 기관장들이
기업인들에게 공짜로 골프접대를 받았다가
끝내는 직위해제된 보도를 접하셨을 겁니다.
그 기관장들이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골프접대는
과연 공짜 였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들에게 있어서 골프접대는
바로 재앙이었습니다.
그들은 공짜로 골프접대를 받고 술과 밥까지 얻어 먹은 죄로
직위해제라는 중징계를 당했고,
끝내는 수 십년동안 쌓아올린 그들의 명예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불명예를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설원이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無方之禮 無功之賞은 禍之先也요
아미유왕我未有往 피유이래彼有以來는 시이우야是以憂也라
즉 '이유없는 예물과 공이 없는 상은 재앙의 앞잡이가 되고,
내가 보내지 않았는데,
남이 나에게 보낸 것은 근심거리가 된다'라는 뜻입니다.

○ 공짜를 경계하는 고전속의 좋은 글들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사실 공짜를 경계하는 글들은
고전 속 여러 경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공짜가 가지는 폐혜가 적지 않다는 뜻입니다.
먼저 관자(管子)라는 사람은
'얻는 바가 있으면 주는 바가 있게 되고,
굽히는 바가 있으면 펴는 바가 있게 된다'라고 했고,
장자는 '까닭없이 만난 것은 까닭없이 떠나간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설원이라는 책에서는
'남에게 베푼 사람은 그 만큼의 책임을 지우려 하고,
남에게서 받은 사람은 그 만큼 되돌려 주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공짜가 가져다주는 손해에 대한 글들도 적지 않습니다.
회남자라는 사람은
'공이 없이 얻은 큰 이득은,
뒤에 가면 장차 손실로 변한다'라고 했고,
명심보감에는 '까닭없이 큰 돈을 얻게 되면
큰 복이 아니라 반드시 큰 재앙이 있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공짜라는 말속에는 즐거움과 고통의 법칙이 병존하고 있습니다.
'즐거움이 앞서면 반드시 뒤에 고통이 따르고,
고통이 앞서면 반드시 뒤에 즐거움이 따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즐거움과 고통의 법칙'입니다.
구약성서에
 '속이고 취한 식물은 맛이 좋은 듯하지만
후에는 그 입에 모래가 가득하게 되리라'라고 했습니다.
구차한 이득과 즐거움은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등가교환'의 법칙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주는 것이 있어야 받는 것이 있고,
잃는 것이 있어야 얻는 것이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가 없이 얻는 것은
반드시 뒤에라도 잃는 것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복권으로 거액을 얻은 사람들과
마약으로 환락을 누리는 사람들이
결코 오랫동안 행복 할 수가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공짜를 좋아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마하트마 간디의 이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의무의 이행을 통해 얻은 권리는 오래간다'
자신이 땀흘린 대가로 얻는 이익만이,
남이 강제로 빼앗을 수 없고
스스로 잃어버리지도 않는 진정한 소유가 된다는 뜻입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09:05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