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하기를 구하는 데에는 도가 있지만,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는 천명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의 성패에는 인간의 노력뿐 아니라
하늘의 뜻도 관여하고 있음을 설파한 글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고전속에 나타난 '성공과 실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일의 성공과 실패에 있어서 그래도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삼국지』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삼국시대 열강들이 치른 수많은 전투 가운데
가장 통쾌한 전투장면을 꼽는다면 단연 적벽대전일겁니다.
삼국시대 최강자로 등장한 조조에 대항해
오나라의 손권과 촉나라의 유비가 연합해서
양자강에서 싸운 적벽대전은
최근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삼국지 독자들을 가장 아쉽게 하는 전투는
바로 호로곡 전투입니다.
유비가 세상을 떠나자
어린황제인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출정한 제갈량은
혼신의 노력으로 최상의 작전을 준비해
사마중달을 호로곡으로 유인해 화공을 펼치게 됩니다.
제갈량의 작전은 대성공을 거두고 사마중달에게 남은 것은
후회와 통탄, 그리고 죽음밖에 없게 된 그 순간,
하늘에서 비가 내려 사마중달을 살리게 됩니다.
하늘이 사마중달의 편을 든 것입니다.
이때 제갈량이 통탄어린 한마디의 말을 내뱉게 됩니다.
'謀事在人(모사재인)이요 成事在天(성사재천)이로다'
풀어보면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라는 뜻입니다.
세상의 일은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노력은 일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그 일이 때에 맞느냐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때에 맞는다는 것은 하늘의 뜻에 맞는다는 것인데,
사람은 하늘의 의도를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람은 최선의 역할을 다하는데서 그치고
그것을 이루느냐의 여부는 하늘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일의 성공을 위해서는
하늘의 뜻에 의한 실패의 경우까지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지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을 이룰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역경(易經)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窮理盡性(궁리진성) 하여 以至於命(이지어명)이라'
즉 '이치를 궁구하고 본성을 다해야만
천명에 이를 수 있다'라고 해서
성공으로 가는 길을 분명히 제시해 놓고 있습니다.

○ 요즘처럼 세상이 어려울때는 성공보다는 실패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위로가 될만한 글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진서(晋書)라는 책에
'天下不如意(천하불여의) 恒十居七八(항십거칠팔)'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풀어보면 '세상의 일은 뜻처럼 되지 않으니,
열 중에 일곱 여덟이 그렇다'라고 했습니다.
세상의 일은 사실 되는 일보다는 안되는 일이 많습니다.
본래 사람이란 불완전해서 하는 일에 빈틈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일을 빈틈없이 준비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늘의 뜻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늘이 내 편이 아닌 경우까지 고려해서
일을 추진해야 하고
예기치 못한 실패에 좌절해서 자포자기하지 않고
하늘이 내 편이 될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불굴의 의지 또한 가져야 합니다.
원호문(元好問)이라는 사람은
'사람이 이 세상에 사노라면 긴 노정에 험한 길도 있고
쉬운 길도 있는 법이다.
험한 길을 만났다고 피하려 한다면
어찌 모든 일을 이룰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사마천은 사기의 관안열전에서
'재앙을 복으로 만들기를 잘하고
실패를 돌이켜 성공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패배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패배라는 것은 전쟁터에서 늘 싸움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항상 있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실패하는 것도 사람의 보통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위대함은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넘어질 때 마다 일어선다는데 사람의 위대함이 있는 것입니다.


○ 비록 여러번 실패한다 하더라도 마침내 성공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습니까?

▶ 고전에서는 성공의 지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역경(易經)에는
천행건(天行健) 군자 이 자강불식(君子而自强不息)이라 해서
'하늘의 운행이 건강하듯이
군자 역시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하늘이 잠시도 쉬지 않고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과 같이 사람들 역시 솔선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먼저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맡은 바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가장 먼저이고
뒤를 이어 스스로의 인격을 연마하는데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법가이자 철학자인 한비자(韓非子)는
'자주 직업을 바꾸면 공력이 쌓이지 않고,
일터를 자주 옮기면 그 공력을 잃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들은
자기 일에 끈기를 가지고 집중한 사람들입니다.
끈기와 집중만이 도를 통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철강왕 카네기 역시 성공에 있어서
집중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 어떤 분야에서건 탁월한 성공을 이루는 진정한 길은
자기 자신을 그 분야의 대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능력을 여기 저기 분산시키는 방법을 신뢰하지 않으며,
경험상 다방면에 관심이 있으면서 돈을 버는데서도
현저한 성공을 거둔 사람을 거의 만난적이 없다'
동양의 격언에서도 집중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들이
적지 않습니다.
설원이라는 책에서는
'사람의 판단은 두가지 것에 동시에 예리할 수 없고,
일은 두가지가 동시에 융성할 수 없다'라고 했고
회남자는 '상인은 여러 가지 장사에 손을 넓혀 나가면 실패하고, 공인은 여러 가지 기술을 몸에 익히다 궁해진다'라고 했습니다.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한곳에서 오랜세월을 버텨낸 돌만이
몸에 아름다운 역사를 두를 수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가지 일에 천착하지 않고 전전해서는
이룰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시대에 힘든 사람들이 많은데요, 힘이 될만한 글이 있다면 소개를 해주시죠?

▶ 채근담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쇠퇴의 징후는 가장 융성한 시기에 나타나고,
새로운 변화는 쇠락한 기운의 끝에 생겨난다.'
사실 이 글은
우리가 사는 인생의 모든 상황에서 통하는 내용입니다.
하는 일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지금부터
무엇인가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날이 오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 보신다면 든든한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채근담에서는 '군자는 편안할 때는
마음을 다스려 어려울 때를 생각하고,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굳게 참으며 일의 성사를 도모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일이 순조로울때는 마음을 잡아 변화에 대비하고,
난관에 부딪혔을때는 초지일관 뜻을 관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비록 부족할지라도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살림살이 때문에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침체국면에 접어들었을때야 말로
새로운 시작의 순간임을 인식하고,
시야를 보다 넓히고 귀를 기울이면
새롭게 태동하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고전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겨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09:05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