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일본 속담에
'괭이를 둘러 맨 거지는 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속담의 속뜻을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부지런하게 일하는 사람은
결코 가난해 질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한다면
조상 탓, 나라 탓, 남의 탓을 할게 아니라
자신의 등에 과연 늘 괭이를 둘러매고 있는가를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근면은 가난을 이긴다'는 평범한 진리를
고전속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 예나 지금이나 부지런하지 않으면 가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말에는 아마 모두들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당나라 송약소(宋若昭)의 여논어(女論語)에
大富由命(대부유명)이요 小富由勤(소부유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해석해보면 '큰 부자는 운명에서 비롯되고,
작은 부자는 근면에서 비롯된다'는 뜻입니다.
보통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고 합니다.
이는 큰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하늘이 도와야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작은 부를 이루는데는 근면과 절약만으로도 가능합니다. 하늘의 도움 없이도 사람의 근면과 절약만으로
한 가정을 꾸릴 정도의 재산은 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난은 하늘을 탓할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나태와 헤픈 씀씀이를 탓해야 할것입니다.
사실 너무나 평범한 진리지만 고전속에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을 중요시하는 글들이 적지 않습니다.
설원(說苑)이라는 책에서는
力勝貧(역승빈) 勤勝禍(근승화)라 해서
'노력하면 가난을 면하고 근면하면 화를 면한다'라고 했고,
譚子化書(담자화서)라는 책에서도
奢者富不足(사자부부족)이요 儉者貧有餘(검자빈유여)라 해서
 '사치하면 비록 부자라 할지라도 부족하게 되고,
검소하면 비록 가난해도 여유가 있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북송 시대의 시인이자 문장가인 소동파 역시
 '봄에 수고를 아끼지 않으면, 가을에 큰 희망이 있다'라고
말했고,
중국 전한의 역사를 기록한 책인 한서(漢書)에도
'사치하고 무절제하면 부유해질 수 없다'라고 해서
근면함이 가난을 이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전은 재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국시대 조나라의 사상가였던 순자(荀子)는
'君子役物(군자역물)이요 小人役於物(소인역어물)'이라 해서
'군자는 재물을 부리지만, 소인은 재물에 부림을 당한다'며
재물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군자에게 있어 재물이란 뜻을 이루기 위한
삶의 한 수단에 불과해서 재물에 얽매이지 않고
재물을 잘 부릴 수 있기 때문에
재물이 그의 삶에 봉사할 수 있게 합니다.
반면 소인들은 재물이 곧 삶의 목적 그 자체로 여기기 때문에
재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뿐더러
재물의 부림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학(大學)이라는 책에서는
 '德者本也(덕자본야)요 財者末也(재자말야)'라고 했습니다.
덕이 근본이 되고 재물은 말단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증선지(曾先之)라는 사람이 편찬한
중국의 역사서인 십팔사략(十八史略)에는
賢而多財則損其志(현이다재즉손기지)하고
愚而多財則益其過(우이다재즉익기과)라 해서
'현명하면서 재물이 많으면 그 뜻을 손상하게 하고,
어리석으면서도 재물이 많으면
그 허물이 많아지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가난은 개인의 근면함으로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것임을 고전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고, 만약 가난을 이기기 위한 재물의 획득이 삶의 전부가 될 경우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 전체가 어지럽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사실 부귀와 공명은 모든 사람들의 희망사항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고전의 가르침은 어떻습니까?

▶ 부자가 되고 싶고 명예도 얻고 싶은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임에 분명합니다.
특히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에 있어서의 부귀와 공명은
누구나 모두 희망하는 일이며 때로는 그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쉼없이 돌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귀와 공명을 이미 얻었거나,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부귀와 공명의 뒤에는
반드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희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명나라의 섭자기(葉子奇)라는 사람이 쓴 초목자(草木子)라는 책에 '一家富貴 千家怨(일가부귀천가원)이요,
半世功名 百世愆(반세공명백세건)'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풀어보면 '한 집안이 부귀를 누림에 천 집안의 원망이 있고,
잠시의 공명을 누림에 오랜 세월의 허물이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부귀와 공명은
남보다 많은 재물과 권세를 가진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부귀와 공명은
남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부자의 즐거움은
늘 가난한 사람의 눈물에 바탕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정당하지 못한 부(富)의 경우는 반드시 그렇습니다.
당나라 말엽의 시인인 조송(曺松)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후장상이 되는 이야길랑 하지 마소,
장군 한 명이 공을 세울 때 무려 일만 개의 해골이 말라간다네'
한 사람의 부귀영화로 천 집안이 원망을 하고,
만사람이 죽어간다면
그것은 어진사람이 애써 취할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에서는
'수레가 너무 크면 끄는 사람이 초췌해진다'고 했고,
십팔사략(十八史略)에서는
'부자는 뭇사람들의 원망의 대상이다'라고 까지 했습니다.
최근 최저임금의 인상폭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줄다리기가 팽팽합니다.
이유는 최저임금을 보는 눈이 서로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노동계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영계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이
최저임금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고용 유지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지금,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할지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지난 5공 청문회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 기업의 총수에게 내던졌던 질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은
당시 그 기업의 총수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절대권력인 권부에는 잘 보일려고 수십억원이나 되는 돈은
날름날름 갖다 주면서도,
내 공장에서 내 돈 벌어주려다가 죽은 직원에게는
사천만원을 주니 팔천만원을 주니 싸우는 것이
기업의 총수로서 할 일이며
기업의 윤리상 가능하기나 한 일이냐'고 따져 물으면서
답변을 하라고 다그쳤습니다.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면서
식은 땀을 흘렸던 그 기업 총수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확대해석일지는 모르지만
몇몇 대기업들이 정치권에는 수천억원의 정치자금을
낼름낼름 갖다주면서도
내 공장에서 내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에게 주는
최저임금 몇백원을 두고 이처럼 사회가 시끄러운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진게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부자의 즐거움은
가난한 사람의 눈물에 바탕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그 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라고 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대학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財聚則民散(재취즉민산)하고 財散則民聚(재산즉민취)'
즉 '재물이 모이면 사람이 흩어지게 되고,
재물이 흩어지면 사람이 모이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만약 국가든, 기업이든, 가정이든, 개인든지간에
재물을 끌어 모으는데만 열중할 뿐,
나누어줄 줄 모른다면
백성들은 마침내 그들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08:33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