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32

이어서 황경규의 고전산책입니다.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오늘은 정치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6.2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들마다 서로 적임자임을 내세우면서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어떤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실 사람을 선택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데요, 어떤 사람을 선택해야 할까요?

▶ ‘아이가 몽둥이를 쥐면 사람을 함부로 때리고, 소인이 권력을 잡으면 사람을 마구 해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풀어보면 아이같이 분별력이 없거나 소인같이 판단력이 흐린 사람을 뽑으면 안된다는 말입니다.
아이는 제멋대로 굴다가 뜻대로 안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울어서 제 뜻을 관철시킵니다. 그리고 소인은 옳고 그름의 판단을 함부로 해서 자신에게 이로우면 옳다고 하고, 자신에게 불리하면 그르다고 말합니다. 자기 편을 들어주면 손을 내밀고, 자신과 뜻이 맞지 않으면 해코지를 합니다.
따라서 아이같은 사람에게 몽둥이를 들려주면 애꿎은 사람이 맞아서 다치게 되고, 소인에게 권력을 넘겨주면 안하는 짓이 없고, 못하는 짓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고 그것으로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습니다.
이처럼 아이와 소인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생각이 늘 옳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정치를 하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되면 안하무인이 되는 것은 기본이고, 이른바 정치의 근본이 되는 백성들은 안중에도 없게 됩니다.
따라서 딱 보기에도 어린아이 같고 소인같은 사람이면서 자신의 생각이 늘 옳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선택해서는 안됩니다. 결국에는 사람을 다치게 하고 나라를 파국에 몰아 넣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선거에 출마한 아들에게 앞으로의 선거전망에 대해 묻자 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낙선하면 집안이 망하고, 당선되면 나라가 망한다’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고전에서 말하는 리더는 어떤 사람입니까?

▶ 사실 옛날의 리더인 군자는 태평한 세상에도 함부로 세상에 나서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군자는 이렇게 행동했습니다.
재주는 남이 알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의 재주를 떠들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권력과 가까운 사이가 된다하더라도 들어갈만 해야 들어가는 것이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권력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반면 소인들은 제 알량한 재주를 여기저기 팔고 다니는가 하면, 출세를 위해서는 교언영색을 마다하지 않으며, 걸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권세가와 인연을 맺어 출세의 사다리로 삼으려고 합니다. 만약 선거에 출마한 사람가운데 이런 행동을 하거나 의심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바른 정치인과는 거리가 먼 사람일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 정치하는 사람들은 ‘소인처럼 행동을 하면서 군자의 도를 피하려고 한다면 도는 숨고 권모술수만 남는다’라고 생각하고, 정치하는 사람 가운데 소인을 가장 경계하고 멀리했습니다.
사실 정치 리더는 현명하지 않아도 어진사람에게 명령하고, 무지해도 지식인의 기둥이 될 수 있습니다. 신하는 일의 수고를 다하고, 리더는 일의 성공만 칭찬하면 됩니다. 이런 일만으로도 군주는 지혜롭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리더의 자격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政은 正也라고 했습니다. ‘정치는 바른 것’이라는 뜻입니다. 과연 오늘날 우리 정치판을 서성거리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과연 바를 정(正)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언제나 그랬듯이 공천과 관련해 잡음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만약 옛 성인들이 이 일을 목격했다면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요?

▶ 공자는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다’ 즉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은 본바탕을 올바르게 정립시키지 않는다면 가르침을 펼 수가 없다는 뜻으로 논어 공야장 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시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정치인에게서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것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에게 과연 우리 지역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모두 썩은 나무에 조각을 하는 부질없는 짓이 될 것입니다.
또 맹자는 마치 모든 권력이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정치인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물은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만약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인이 바르지 못한 소인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면 아버지가 선거에 나간 아들이 낙심하면서 말했듯이 ‘낙선하면 집안이 망하고, 당선되면 나라가 망하는 거지꼴’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