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일반적으로 고사성어나 명언 명구는
일상생활의 대화 속에서도 화제의 핵심이나 상황을
한마디로 압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때
간명하게 상대를 감동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사마천의 사기 속에 나타나는
고사성어에 담긴 삶의 지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사마천의 사기에 어떤 고사성어가 있는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삶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행적을 남긴 사마천은 민심의 동향에 크게 주목했고,
그의 저술인 ‘사기’ 곳곳에
민심과 관계된 유명한 고사성어를 많이 배치했습니다.
먼저 방민지구(防民之口) 심어방수(甚於防水)라는 말이 있습니다. 풀어보면
‘백성의 입을 막기란, 물을 막기보다 어렵다’라는 말입니다.
한 번 민심을 잃으면 홍수보다도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 글입니다.
그리고 여론이나 민심이 깃든 소문과 관련해서는
‘중구삭금(衆口鑠金) 적훼쇄골(積毁鎖骨)’이라는
명구를 남겼습니다.
풀어보면 ‘여러사람의 입은 쇠도 녹이고
헐뜯음이 쌓이면 뼈도 깎는다’라는 뜻입니다.
사마천은 여기서 정치가나 사회지도층이
민심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백성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간파하지 못한 채
정쟁과 사리사욕 추구에만 빠져 있을때
민심은 폭발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맹자를 보면 민심과 관련한 주목할만한 글귀가 있습니다.
맹자는 ‘백성은 물이요, 군주는 나룻배다.
물은 능히 배를 실어 띄울 수 있지만,
한편 배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고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해야만
올바른 군주가 될 수 있다는 이 말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두고두고 가슴에 새겨둘만한 글입니다.

○ 사실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출전을 잘 모르는 사자성어나 명언 명구들이 많지 않습니까?

▶ 우리가 흔히 출세의 기회를 얻었을 때 많이 하는 말이
‘기회는 얻기 어려워도 잃기는 쉽다’라는 글귀입니다.
이 말은 제태공 세가에 나오는 말인데
사실 이 말은 단지 출세의 기회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들면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잘해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닭대가리가 될지언정 소꼬리는 되지마라’라는 말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말은 전국시대 유명한 책사인 소진이 한 말로
흔히 상대방이나 자신의 자존심을 부추기는 말로
자주 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겠는가’라는 말도
자주 사용합니다.
사실 이 말은 중국 최초의 농민 봉기군 수령으로
진나라가 멸망하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진승이라는 사람이 한 말입니다.
진승은 남의 집 일을 해주는 고용살이 머슴이었는데
당시 함께 일했던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나눈
유명한 대화가 있습니다.
진승이 “나중에 잘되면 모른 척 하지 말고
서로 잘 지냅시다”라고 말하자,
다른 사람들이 “머슴주제에 잘되기는 뭘”하면서 비아냥거립니다. 그러자 진승은 한숨을 쉬면서
 “참새가 큰 새의 뜻을 어찌 알리오”라고 말한데서 유래합니다.
그리고 진승이 농민봉기를 일으키면서 남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더냐”라는 말은
고려시대 노비반란의 대명사였던 만적이 이 말을 인용하면서
신분해방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 교수신문에서도 해마다 사자성어를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교수신문은 전국 사립대학교 교수협의회 연합회,
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등
교수 3단체가 전체 교수사회를 대변하는 신문입니다.
교수신문에서는 해마다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데요,
지난 10년간 선정 발표된 사자성어를 살펴보면
지난 10년간의 우리 사회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수신문이 발표한 연도별 사자성어를 보면
2001년에는 오리무중, 2002년에는 이합집산,
2003년에는 우왕좌왕이었습니다.
2004년에는 떼를 지어서 상대를 배척한다는 뜻의
당동벌이(黨同伐異),
2005년에는 끊임없는 정쟁과 논쟁의 갈등으로
소모적인 분열과 갈등을 유발한다는 상화하택(上火下澤),
2006년에는 여건은 조성이 됐지만 일이 성사되지 않아서
불만이 폭발할것 같은 상황을 뜻하는 밀운불우(密雲不雨),
2007년에는 자기를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뜻인
자기기인(自欺欺人),
2008년에는 문제가 있는데도
남에게 충고받기를 싫어한다는 뜻을 가진 호질기의(護疾忌醫), 2009년에는 일을 정당하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 뜻을 가진 방기곡경(旁岐曲逕)이었습니다.
지난해에 방기곡경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이유를 살펴보면 정치권과 정부에서 세종시법 수정과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
여러 현안들을 국민적 동의와 같은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임기웅변식으로 독단적으로 처리해온 행태를 지적한 것입니다.
이처럼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를 보면
지난 10년동안의 우리 사회가
얼마나 피폐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0년 들어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강구연월’을 꼽았습니다.
풀어보면 ‘번화한 거리에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을
나타낸 말로 중국 요임금 시대에
백성들이 태평성대를 노래한다는 뜻입니다.
새해에는 지난 10년간에 걸친 분열과 갈등이 해소되고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강구연월의 시대가 열리기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여망도 함께 담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고사성어나 명언 명구들이 비록 글은 짧지만 여운이 긴 이유는 거기에 깃든 세상과 사람을 향한 지혜와 통찰력 때문입니다.
고사성어에 담긴 진정한 삶의 지혜를 맛보는 시간을
한번쯤 가져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