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중국 송나라 말기에 황견(黃堅)이라는 사람이
주(周)나라 때부터 송나라 때까지의 시문(詩文)을 모아 엮은
고문진보(古文眞寶)라는 책에
유종원(柳宗元)이 쓴 ‘종수곽탁타전(種樹郭橐駝傳)’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언뜻 제목만 봐서는 어려운 것 같지만 풀어보면
‘나무 심는 직업을 가진 곽탁타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지나친 애정과 관심이
오히려 나무를 망쳐 놓을 수 도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글입니다.
오늘 황경규의 고전산책에서는
유종원의 종수곽탁타전(種樹郭橐駝傳)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먼저 이 글의 내용부터 좀 알아볼까요?

▶ 이 글의 서문을 읽어보면
“모든 일에 의식하는 마음을 두면 힘을 소비하게 되고,
공교하기를 구하면 도리어 졸렬해지니,
이는 나무를 심는 묘함을 곡진히 다하였다.
끝에는 세상의 일에 끌어댔으니
듣는 자가 경계할 만하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글의 말미에 보면 글쓴이 유종원이
‘나무를 기르는 방법을 물어 백성을 기르는 방법을 배웠다’라면서 그 일을 전하여 관리들의 경계로 삼은 것을 보면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인 곽탁타(郭橐駝)는 처음에는 이름이 없었는데, 곱사병을 앓아서 등이 높이 솟아나와 있고, 구부리고 다녀서
탁타(橐駝) 즉, 낙타와 비슷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탁타’라고 불렀는데
스스로도 자기의 본명을 버리고 스스로 탁타라고 했다고 합니다.
탁타는 나무 심는 일을 직업으로 했는데,
탁타가 심은 것과 옮겨 놓은 나무는 살지 않은 것이 없었고,
또 크고 무성해서 일찍 열매를 맺고 번성했는데
다른 나무 심는 사람들이 비록 탁타를 엿보고 본받았지만
그와 같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 곽탁타가 가지고 있는 나무 기르는 방법에 특별한 것이 있었습니까?

▶ 어떤 사람이 나무를 잘 기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자
곽탁타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무가 오래 살고 번성하도록 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천성을 순하게 하여 그 본성을 다하게 할 뿐이다.
무릇 식목의 성질은 그 뿌리는 펴주기를 바라고,
북돋움은 고르기를 바라며, 흙은 옛 것을 바라고,
다짐은 치밀하기를 바란다.
이미 이대로 했다면 움직이지 말것이며
나무가 죽을까를 염려하지 말고,
떠나가서 다시는 돌아보지 않으며,
심을 때는 자식처럼 사랑하고
내버려둘때는 마치 잊은 듯이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그 천성이 온전해져서 본성이 얻어진다.
그러므로 나는 그 나무의 자람을 해치지 않을 뿐이요,
능히 크고 무성하게 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열매를 억제하거나 모손하지 않을 뿐이요,
일찍 열고 번성하게 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나무 기르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렇게 지적을 합니다.
“나무를 심고 난 후, 나무 사랑하기를 너무 은혜롭게 하고,
근심하기를 너무 부지런히 해서
아침마다 가서 보고, 저녁마다 가서 만져 보고,
떠나가다가 다시 돌아보고,
심한 사람은 그 껍질을 손톱으로 긁어서
나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시험하며,
그 뿌리를 흔들어 심겨진 것이 엉성한가 치밀한가를 살피니
나무의 본성이 날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비록 사랑한다고 하나 그 실제는 해치는 것이 되고,
비록 걱정한다고 하나 실제는 원수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심은 나무만 못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즉 지나친 관심과 애정이 오히려 나무의 본성을 망쳐
나무가 잘 자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 곽탁타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어떤 것일까요?

▶ 이 글의 말미를 보면 글쓴이가 곽탁타에게
 “그대의 나무 심는 방법을 관청의 다스림에 옮기는 것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묻습니다.
이에 대해 곽탁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나무를 심을 줄만 알 뿐이고 관청의 다스림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 지방에서 백성의 우두머리가 된 자들이
번거롭게 명령 내리기를 좋아하여
심히 백성을 사랑하는 듯 하지만 끝내는 화를 끼침을 보았다.
아침저녁으로 관리가 와서
북을 울려 백성들을 모으고 목탁을 쳐서 부르니,
우리 소인들은 아침밥과 저녁밥 먹던 것을 중지하고
관리들을 위로하기에도 겨를이 없으니
또 어떻게 우리의 생업을 번창하게 하고
우리의 본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백성들이 병들고 또 태만해 지는 것이다.”
유종원의 곽탁타전이 당시 백성들을 수탈하는데 골몰했던
타락한 관리를 향한 쓴소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곽탁타라는 글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켜도 교훈이 되는 좋은 글입니다.
우리 사회의 교육현실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면
곽탁타의 지혜는 더욱 빛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요즘 부모들은 자식을 끔찍하게 아낍니다.
하루의 일상이
거의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춰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 관계와 정서적 변화까지 면밀히 체크해서
세심하게 살펴보고 어루만져 줍니다.
그러면서도 조금이라도 결핍이 있을까 전전긍긍합니다.
곽탁타의 말을 빌리면,
아침에 돌아보고 저녁에 다시 헤집어 보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 아이를 해치는 것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조선후기 학자인 명곡(明谷) 최석정(崔錫鼎)이라는 학자는
자식들에게 다음과 같은 네가지 가르침을 전했습니다.
겸손함은 덕의 기초이고, 부지런함은 일의 근본이며,
세밀함은 다스림의 요체가 되고,
고요함은 마음의 본체가 되는 것이니
이 네 가지 덕을 반드시 행해야
사람구실을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전한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과도한 애정을 쏟기 보다는
최석정이라는 학자처럼 우리의 자녀들이
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소중한 열쇠를 건네주는 것이 어쩌면 이 시대에 필요한 교육의 전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나무 심는 사람 곽탁타의 지혜가
여러 분야에 걸쳐 큰 울림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