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25

최근 선인들의 공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학․중용․논어․맹자 등 사서(四書)는 물론이고
시경(詩經)․주역(周易)에 소학, 고문진보, 통감절요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도 상당히 넓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선인들의 공부법을 알아보면서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공부는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실 사서를 비롯해 고전들은 접하기도 어렵고 배우기도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 책을 펴보면 온통 한문으로 돼있기 때문에
그런 선입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원문을 해석한 풀이본들도 많이 발간되고 있어
고전과 인연을 맺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진주향교를 비롯한 경상대학교 남명학연구소 등
각종기관에서 논어, 맹자, 소학 강의 등
경전강좌를 접할 기회도 최근에는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해오는 말 중에 한문공부, 즉 경전공부는 머리로 하는게 아니라 엉덩이로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랜기간에 걸쳐 꾸준히 해야만 공부가 되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지만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단기간에 외운다고 해서 되는 공부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쉽게 공부를 포기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뜻에서
엄권첨망 이라는 말도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엄권첨망은 ‘책을 덮으면 문득 잊어버린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고전공부는 시간적인 제약을 많이 받기 때문에
또한 어려운 공부에 속합니다.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공부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오늘날과 같은 바쁜 시대에
끝도 보이지 않는 공부를
마냥 붙들고 있을 수만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서를 비롯한 고전공부를 하다보면
성인들을 만났던 시간들이
곧 잃어버린 내 자신의 마음을 찾아가는 길이 된다는
엄연한 사실과
글 읽기를 통해 내면이 즐거움이 생기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운데
나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논어와
세상사의 참다운 진리와
삶에 대한 따뜻한 철학이 담겨있는 채근담,
참된 지도자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맹자 등과 같은 고전공부는 단지 지식만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현대에
가장 절실한 공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 선인들의 공부 방법은 어땠는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 최근 눈에 띄는 책이 있습니다.
경상대학교 최석기 교수가 쓴 우리가 꼭 알아야할 공부,
선비공부 100선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공부에 대한 생각과
방법 100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조선 시대 선비들의 공부에 대한 생각과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를
세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책의 서문에도 나오지만
조선 선비들의 공부는
결국 마음을 붙잡고 성품을 기르는 공부였습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하는 공부는
옛날 과거공부와 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다만 선인들은 그런 공부를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말단적인 공부로 여겨 위인지학이라고 했고,
마음을 닦고 인격을 드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공부를
위기지학이라 해서 매우 중시했습니다.
즉 선인이나 현인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선비공부의 최고 목표였던 것입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을 비롯해서 고전공부와 관련된 책들은
대부분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쉽게 접하기는 어렵지만
당나라때 고문운동이 부화한 사회풍상을 바꾸어
건전하고 진실된 사회를 추구했듯이
오늘날의 고전공부 역시
국민 모두가 지성을 갖고 예의염치를 아는 세상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 처음 고전공부를 하는 분들을 위해 옛날 선비들은 어떤 공부를 했는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 주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부는 끊어지기 쉽고 의리는 미루어 찾기 어렵네
세월은 유수처럼 빠르니 매우 걱정스럽고 두려워할만하네’
이 글은 주자가 여조겸이라는 사람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말입니다.
주자같은 대학자도
공부가 중간에 끊어지는 것을 걱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퇴계 이황은 구원공부(久遠工夫)라 해서
오래도록 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한가지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자기공부(無自欺工夫)’입니다.
스스로를 속이는 공부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춘당(同春堂) 송준길이라는 학자는
‘학문은 남이 보지 않는 어두운 방안에서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공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12자 공부도 있습니다.
‘무자기(無自欺) 신기독(愼其獨) 규모대(規模大) 공부밀(工夫密)’ 이 12자가 그것입니다.
풀어보면 ‘무자기’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는 뜻이고,
‘신기독’은 혼자만 아는 바를 삼가고,
‘규모대’는 규모는 크게,
‘공부밀’은 공부는 정밀하게 하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 글들은
수양론 위주의 학문을 하는 성인들의 공부방법이지만
오늘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시켜도 무리가 없는 공부방법입니다.
그러면서 학문을 할적에는
고원하고 기이하고 현묘한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시말하면 자신의 본분과 명분에 맞게 그리고 이치에 따라
절실하고 가깝고 낮고 평이하고 명백한 공부를 하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부는 내가 서 있는 지금
여기로부터 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특종에 목말라 하는 언론의 특종경쟁이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것의 아름다움을 거들떠 보지 않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부하는 방법중에는
벗과 함께 강론하는 공부를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조선시대 명재(明齋) 윤증(尹拯)이라는 학자는
‘벗과 더불어 강론하고 질정하는 것은
학자의 절실하고 긴요한 공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벗이 함께 공부해서 서로 도움을 받는 것을
이택(麗澤)이라고 했습니다.

○지역에서는 남명 조식선생의 공부법도 유명하지 않습니까?

▶ 남명 조식선생은 성성자(惺惺子)라는 쇠방울을 차고 다니면서 자신의 마음을 경각시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후대에 성호 이익은 남명의 성성자에 주목해
악부시를 지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쥐가 쥐구멍을 지키듯 움직이지 않듯,
닭이 알을 품고 그 마음을 잊지 않듯,
쟁반에 물이 가득 찬 그릇을 받들듯’ 공부를 한 것이
바로 성성자 때문이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노촌(老村) 임상덕(林象德)이라는 선비는
‘나는 근래에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공부를 삼는다’라고 했는데 이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돌이켜 반성하는 것을
공부로 삼았다는 뜻입니다.
공자의 제자인 증삼은 매일 세가지를 반성하는 것으로
공자의 도를 물려 받았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가장 절실한 공부는 자신을 반성하는 것,
즉 공부하는 방법, 태도, 목표, 자세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뒤돌아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산(小山) 이광정(李光靖)이라는 학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루동안 너의 심신(心神)이 네게 존재하는 때가 얼마나 되고,
네게서 벗어나는 때가 얼마나 되며,
책을 보는 시간이 얼마나 되고,
책을 폐지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피면
혹 스스로 경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7시간은 잠을 자고, 3시간은 식사를 하고,
3시간은 휴식을 취하면 11시간이 남습니다.
이 11시간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나는 하루에 몇시간이나 독서를 하고
공부를 하고 있을까요.
이번 기회에 스스로 점검을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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