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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의 고전산책 23

▶ 마하트마 간디는
'인생에 있어서 성공의 참된 표시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부드러움과 성숙함이
얼마나 성장했는가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안으로 곧을수록 밖으로 원만해서
평행을 이루는 중행(中行)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간디의 통찰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사람을 대하는 기준'에 대한
고전의 가르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이 말은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요?

▶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단 10분을 같이 있기 어려운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몇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어도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 사람의 인격에 따라서
사람을 대하는 기준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고전에서는 수신(修身) 즉
자신의 몸을 닦는 일을 가장 중요시 했습니다.
'직이불능왕(直而不能枉)이면 불가여대임(不可與大任)이요,
방이불능환(方而不能　)이면 불가여장존(不可與長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풀어보면 '강직하되 구부러질 수 없으면 큰 일을 맡길 수 없고, 방정하되 원만할 수 없으면 오래 존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즉 강직하기만 하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은
큰 일을 해내기 어렵고,
성품이 곧기만 할 뿐 둥글지 못하면
사람사는 사회에서 오래 존재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춘추시대에 패업을 이룩한 제나라의 환공(桓公)이
몸이 아파 정무를 보기 어려워진 관중을 찾아가
누구를 후임 재상으로 쓸 것인지에 대해 묻습니다.
그러자 관중은 자신을 환공에게 적극 추천해
재상에 등용하게 만든 포숙을 추천하지 않고
오히려 습붕이라는 사람을 재상으로 추천을 하게 됩니다.
제환공이 그 이유를 묻자
관중은 '포숙은 곧은 것을 좋아하지만
나라를 위하여 때로 그 곧은 것을 굽힐 줄 모르기 때문'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리고 재상으로 추천한 습붕에 대해서는
'선을 남과 다투어 이기는 사람은
남을 마음으로 복종시키지 못하고,
선으로 남을 키워주는 사람이야말로
비로소 남을 마음으로 복종시킬 수 있다.
따라서 언제나 관대하고 대범해서
나라에서는 정치의 잔 일에 참견하지 않는 습붕이 적임자'라며
추천이유를 밝혔습니다.
굽힐줄 모르는 강직한 사람의 인격은 물론 훌륭하지만
급변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을 다스리는 큰 일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곧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에게도 같은 정도의 곧음을 요구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남이 그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비난이나 비평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비난과 비평은 그것이 비록 정당할지라도
상대를 적으로 만들게 됩니다.
원만함에 의해 포장되지 아니한 방정함은 남을 찌르는 창이 되고 결국에는 자신을 찌르는 창이 된다는 것입니다.

○ 강해지고자 한다면 안으로 부드러움을 간직해야 한다는 말이겠죠?

▶ 회남자 원도훈(原道訓)이라는 글에
'굳세지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부드러움으로 이를 지키고,
강해지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약함으로 이를 간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연은 본래 양과 음의 조화, 본(本)과 반(反)의 조화,
강함과 부드러움의 조화로 구성돼 있습니다.
자연의 이러한 속성을 따를 때 사람 역시
진정한 강함을 유지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면이 강할수록 그 외면을 부드러움과 약함으로
포장하지 않으면 그 강함은 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노자(老子)는 '천하에 물보다 유약한 것이 없지만
견강한 것을 공략하는데 물에 앞서는 것이 없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굳센 것을 이긴다'라고 했고
'건강한 것은 죽어있는 무리이고
부드러운 것은 살아있는 무리이다.'라고 했습니다.
일본을 평정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의 상관이었던 오다 노부나가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감싸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노부나가는 용감한 무장이었지만 좋은 무장이 되지 못했고,
강한 것이 부드러운 것을 이긴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제압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번 적이 되었던 자에게 느꼈던 분노는
끝까지 풀어버리는 일이 없고 반드시 보복을 해서 뿌리를 자르고 잎을 말려버리는 인물이 바로 노부나가였다는 것입니다.
서경 우서(虞書) 순전(舜典)에 보면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이 가져할 인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직이온(直而溫) 관이율(寬而栗)' 즉
'곧되 따뜻하고 너그럽되 위엄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 요즘 세상을 보면 화합이라는 단어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서
조화나 화합과 같은 단어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목과 질시만이 판을 치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정치판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본 이유는
바로 깨우침의 핵심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논어 자로편을 보면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요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不和)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자는 화합하되 서로 같지 아니하고,
소인은 서로 같되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위정편에도
군자주이불비(君子周而不比)하고
소인비이부주(小人比而不周)라 해서
'군자는 두루 어울리나 패거리를 짓지 않고,
소인은 패거리를 짓지만 두루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법정 스님은 그의 글 무소유에서
'예수와 석가가 이 시점에서 만난다면
어떠한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오늘날 그들의 제자들처럼
서로의 종파에 대해 다투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서로 말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정히 손을 붙드는 모습일 것이다'라고 자답을 했습니다.
법정의 자문자답은 서로 달라도
화합하는 것과 화합하지 못하는 인간군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깨우침의 차이이고, 부드러움의 차이입니다.
성숙한 깨우침과 그렇지 아니한 깨우침의 차이가
부드러움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바로 부드러움은 화합을 만들고
강경함은 불화를 만드는 까닭입니다.
문자(文子)라는 사람은
'무릇 도를 깨우치고 물리를 통한 사람은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깨우침이 핵심에 이르면 서로 통하는 법인데
서로 반목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아직 깨우침의 핵심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것입니다.
'성인은 반듯하되 남을 재단하지 않고
청렴하되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노자의 가르침을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09:05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