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22

○오늘은 어떤 내용입니까?

▶논어(論語) 학이편에
'신종추원(愼終追遠)이면 민덕(民德)이 귀후의(歸厚矣)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풀어 보면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초상을 신중히 치르고,
돌아가신 분을 멀리 추모하면 백성의 덕이 후한데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추석을 맞이해서
 '조상을 섬기는 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신종추원이라는 글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설명을 좀 해주시죠?

▶ 신종은 '부모의 임종을 신중히 한다'는 말로
장례를 극진하게 모신다는 뜻이고,
추원은 '먼 조상을 추모한다'는 뜻으로
제사를 정성스럽게 올린다는 뜻입니다.
이 구문은 논어 전체를 통해서
가장 많이 인용된 것 중의 하나이면서
나아가 인간사회에 있어서 가장 깊은 뜻을 지닌
구절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우리 삶의 모든 행동양식과 직결되어 있는
효행의 연장 선상에 있는 명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치르는
4가지 행사가 있습니다.
즉 사례(四禮)라고 하는 관혼상제(冠婚喪祭)입니다.
이중 관(冠)과 혼(婚)은 삶의 의식인 가례(嘉禮)이고
상과 제는 죽음의 의식인 흉례(凶禮)입니다.
따라서 신종이란 곧 상례를 말하는 것이고,
추원이란 곧 제례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종추원이란 흉례인 상과 제를 당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는
행동규범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신종추원이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가
너나할 것 없이 자기자신을 이 땅에 있게 한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경건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상례의 법도에 따라 행하고,
나아가 먼 조상을 추모하는 지극한 뜻을
제사라는 형식을 통해 예를 올리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록 엄격한 법도에 따르도록 형식을 정해 놓은
유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인류들이
각자 그들의 전통과 풍속에 따라 그 양태만 달리할 뿐,
인류 모두가 실천하는 보편적 가치를 지닌
미풍양속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신종추원이라는 말이 나온 연유가 있겠죠?

▶ 이 말을 한 사람은 증자(曾子)라는 사람입니다.
증자는 계모 밑에서 구박을 받으면서 자랐지만
효성이 지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증자는
그의 아내가 부모의 밥상에 덜 익힌 나물을 올리자
아내를 내쫓고 평생 혼자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증자의 아들이 증자에게 재혼을 권유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고종(高宗)은 후처 때문에 효기(孝己)를 죽였고,
윤길보도 후처 때문에 백기를 내쳤다.
나는 위로는 고종에게 못미치고 길보에게도 비교할 수 없는데
그들이 겪은 이런 일들이 내게도 닥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느냐'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증자는 효와 제사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신종추원은 유교에서 효의 연장 선상인
장례와 제례를 강조하는 말로
시대와 하는 방식이 변하고 바뀌기는 했어도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의례를 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따라서 고전에서는 신종추원은 인(仁)의 시작이 되고
양생송사(養生送死) 즉 산 이를 기르고 죽은 이를 보내는 것은
인도(仁道)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 조상을 숭배하는 의식의 기본적인 절차인 제사를 비롯해 조문 등 각종 의례에도 예절이 있을 것 같은데요?

▶ 가문에 따라 제사를 어떻게 모시느냐가
다른 가문과의 차별화의 척도가 되었고,
제사 차림의 규모에 따라
사회적으로 인식되어지는 것도 달랐기 때문에
각 가문에서는 나름대로 조상을 모시는 제사에
정성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방과 계층에 따라 또 집안마다
다양한 제사의 형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사의 기본정신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조상을 공경하는 것이며
각자가 정성을 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법과 관습의 차이에 따른 제사 절차의 다양한 형식은
제사의 근본적인 공경을 실천하는 방법의 차이였을 뿐입니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生事之以禮 死藏之以禮 祭之以禮' 라고 했습니다.
'살아서는 예로써 섬기며, 돌아가시면 예로써 장사지내며,
예로써 제사를 지낸다'라는 뜻입니다.
무릇 부모가 살아계실때나 돌아가실때나 장사지낼때나
언제나 예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오늘날에는 이같은 가장 기본적인 예절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옛날에는 사례 즉 관혼상제에 있어
상당히 많은 예절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조문할때의 예절에 대해 몇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오늘날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조문예절에 있어서
조문을 할 때는 모두 흰 옷을 입어야 합니다.
요즘엔 조문을 갈 때 대부분 검은 옷을 입고 가는데
사실은 흰 옷을 입는 것이 예에 맞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가서 올리는 물건은
향(香), 차(茶), 초(醋), 술, 과일을 썼습니다.
부의는 돈이나 비단으로 하고
자기 명함을 갖추어서 통성명을 하고 들어가서는
곡을 하고 음식을 올린 뒤에 물러난다고 했습니다.
밖에서 명함을 주면 상주들은 영위의 동남쪽에 서서 곡을 하고, 호상이 나와서 손님을 맞이하면
손님이 영위 앞에 나아가 곡을 하고 두 번을 절합니다.
이때 가져간 제문이 있어 내놓으면
독을 읽는 독제문자(讀祭文者)가 읽습니다.
돌아간 사람이 면식이 없거나 손 아래 사람이거나
연령차이가 별로 없는 여자일 경우
곡만하고 절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위로의 말을 할때
상주가 부모상을 당했을 경우가 아니면
'망극(罔極)'이라는 말은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부의금을 낼때는
봉투 안에 부의 단자를 넣어서 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조문은 탈상 이전에는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문상을 간 사람은 너무 화려한 옷을 입어서는 안되고,
술이 취해서도 안되며, 떠들거나 웃거나 싸움을 해서도 안됩니다. 상례 절차에 대해서 아는 체를 해서도 안되고
이 문제를 갖고 상가 측 사람들과 시비를 해서도 안됩니다.
그리고 음식을 평하거나
특정한 음식을 더 달라고 해서도 안됩니다.
그리고 직접 조문을 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위장(慰狀)이라는 글로 조문을 대신했습니다.
옛날 분들의 문집의 서신을 보면 위장과 답장이 많이 있는데
글을 잘 짓는 경우는 자신이 지으면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의 사례편람에 있는 예문을 활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조문을 갈때 조의금을 넣는 봉투를 쓰는 방법이
제각각인 것 같습니다.
만약에 본인이 직접 갈 경우에는
봉투에 근조(謹弔)라고 적으면 되고,
직접 가지 못하고 봉투만 전달할 때는
봉투에 부의(賻儀)라고 적어서 보내는 것이 예의에 맞습니다.
요즘에는 신종 즉, 초상이 날 때 예의를 다하는 것은 잘하지만
추원, 즉 그 제사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다소 소홀한 것 같습니다.
바쁘다고, 혹은 멀리 있다고 해서
제사 지내는 걸 빠트리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신종추원을 하게 되면
백성들의 덕이 후해진다는 뜻을 다르게 해석해보면
부모들이 조상에 대한 예를 제대로 다해야만
그 후손들 역시
부모들에 대한 예를 정성스럽게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바쁜 세상에 추원하는 일이 다소 힘들더라도
정성을 다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09:05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