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17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꽃의 향기는 타고 나는 것이지만
사람의 향기는 창조되고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분야의 지식에만 천착해
기고만장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대인의 학문을 궁구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요구되는 정신입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사람의 그릇에 대해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군자불기(君子不器)'
즉 '군자는 그릇처럼 국한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공자가 말한 '군자불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공자는 어떤 사람을 군자(君子)라고 정의했는지부터 좀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 논어 위정편을 보면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군자는 어떤 사람인지를 묻습니다.
공자는 '선행기언(先行其言)이요 이후종지(而後從之)니라'라고
했습니다. 풀어보면 '먼저 그 말할 것을 실행하고,
그 뒤에 말이 행동을 따르게 하는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주부선이라는 사람이 다시 해석하기를
'선행기언은 말하기 전에 실행하는 것이며,
이후종지는 이미 실행한 뒤에 말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공자가 이같이 말한 이유는 그 자공이라는 제자가 말은 잘했지만 실행하지 못한 점을 가리켜 지적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공자는 군자에 대한 정의를 내립니다.
'군자는 주이불비(周而不比)하고 소인은 비이부주(比而不周)니라' 즉 군자는 두루 사랑하되 당을 짓지 아니하고,
소인은 당을 짓고 두루 사랑하지 않는다'
공자의 이 말은 군자와 소인이 행하는 바가 같지 않아서
음양과 주야와 같이 매번 상반되는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그 까닭은 공과 사의 사이로
털끝만한 차이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남을 위해 마음을 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군자의 마음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 몸을 돌보고 자신을 위하여 마음을 쓰는 것은
일반인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입니다.
따라서 굳이 군자와 소인을 구분해 말씀드린다면
소인은 자신을 위해 마음을 쓰고
군자는 남을 위하여 마음을 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몸이 작아 소인이 아니고
마음이 작고 좁아서 소인이 되는 것이고,
몸이 크다고 대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크고 도량이 넓어야 대인이 되는 것입니다.
남을 이용해 나에게 이득이 되게 하려는 마음을
욕심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욕심보에서 보면 소인의 것은 한없이 큽니다.
그렇지만 대인의 욕심은
남을 위하고 돕고 보살피는 마음씨로 인해
자기를 위하려는 욕심은 아주 초라합니다.
이러한 대인을 공자는 군자라고 말했습니다.



○ 공자는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어떤 뜻을 갖고 있는 겁니까?

▶ 공자가 말한 군자불기는
'군자는 한 곳에만 쓰이는 한정된 그릇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풀어볼 수 있습니다.
만약에 반찬을 담는 보시기가
간장을 담는 종지를 보고 작다고 깔보면,
국사발은 정작 보시기를 보고 작다고 비웃게 됩니다.
그리고 국을 담는 대접이나 밥을 담는 주발이
밥상에서는 크다고 우쭐댈 수 있지만
부엌에 가면 사구 속에 들어가 설거지 거리가 되어서
종지나 보시기나 사발이나 대접이나 가릴 것 없이
잔챙이 그릇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부엌에서는
설거지 물을 담는 사구나 마신을 담아두는 동이가 큰 그릇이지만 장독대에 가면 이들 역시 작은 그릇에 불과합니다.
된장을 담는 독이라든지
간장을 담는 독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그릇은 크고 작음이 그 쓰임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크고 작음을 따져서 가치를 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 개개인의 개성과 특성이 있기 때문에
두루두루 쓰일 수는 없습니다.
마치 사람 신체의 각 부위가
각각 제 할 일의 소임이 있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군자에게 정해진 그릇이 되지 말라고 했습니다.
군자가 단순히 지식의 습득에만 그친다면 시야가 좁아지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릇에 갇히지 않고 그릇의 단계를 뛰어넘어
마음을 다스리고 신체 단련을 하기 위해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의 육예(六藝)를
익히도록 했습니다.
한 마디로 군자불기(君子不器)는 전인교육을 목표로 한 것입니다.
따라서 공자가 말하는 군자불기는
역사적 주인정신과 실천적 시대정신에 투철하면서도
오기와 아집, 편협과 독선을 부리지 않고
덕을 실천하는 군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군자는 다른 사람들을 인도하는 지도자이이기 때문에 그릇처럼 그 기능이 좁게 국한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뜻으로 봐도 될까요?

▶ 군자의 다스림은 통치가 아닙니다.
힘과 법령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함과 올바름의 마음으로 세상을 감화시켜
다스리는 일을 하는 까닭이기 때문입니다.
영웅호걸이 군자가 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손에 총칼이 들려 있어야 그렇게 되기 때문입니다.
군자에게는 남을 후리는 말솜씨도 필요없고
남을 겁주고 억누르는 총칼이나 법령도 필요가 없습니다.
군자는 다만 사람은 사람을 사랑해야 하고
올바로 대접해야 함을 실천해서 사람을 다스립니다.
따라서 이러한 일을 해야 하는 군자는
어느 하나에 집착해서 어느 이익집단의 대변자가 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사람은 군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큰 도량으로
백성들의 아픈 곳을 찾아 고치고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주는
군자를 과연 지금 세상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요?
오히려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백성들의 위에 군림하려는 사람들만 넘쳐나는 것이
지금의 세상이라고 한다면 과연 지나친 것일까요?
이런말이 있습니다.
'도장은 판대로 찍히고, 사진은 생긴대로 찍히듯이
사람도 그 생긴대로 쓰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자신을 바르게 만들어라'
밥상도 정치판도 작은 그릇이 많으면
소리가 나고 깨지는 일이 많아집니다.
하지만 큰 그릇이 많으면 무겁고 소리가 적은 법입니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불기는
역사적 주인정신을 가지고
실천적 시대의식에 투철한 사람들로 가득찬
그런 세상이 되기를 꿈꾸며 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이 게시물은 황경규님에 의해 2010-03-10 18:09:05 삐딱소리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