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46

이이서 황경규의 고전산책입니다.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고전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를 꼽는다면
 ‘사람을 뽑는 일’ 즉 ‘인재를 알아보는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인재를 제대로 알아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고전이 말하는 인재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리더에게 있어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고, 인사의 시작은 사람을 알아보는데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 실제로 한 조직의 리더는 사람을 통해 일을 합니다.
조직을 만들고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을 등용하는 것이
리더의 소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리더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이 말은 곧 리더의 능력은
그 자신이 얼마나 일에 능통한가가 아니라,
인재를 발굴하는 능력에 이어
적재적소에 얼마나 알맞은 인재를 배치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고전에는 인재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한
많은 글들이 있습니다.
먼저 진한시대(秦漢時代) 이래의 여러 전적에서
공자에 관한 일화 등을 모은 책인
왕숙(王肅)의 공자가어(孔子家語)를 보면
애공(哀公)이라는 사람이 공자에게 사람을 취하여 쓰는 법에 대해 묻습니다.
애공의 물음에 공자는
절대로 취해서는 안되는 사람의 종류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먼저 너무 민첩하게 말 잘하는 사람을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너무 민첩한 사람은 반드시 마음속으로 탐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절대로 취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 경솔하게
마구 망언을 하는 사람도 쓰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마구 망언을 하는 사람은
조직내에 수많은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말이 많은 사람도 쓰지 말것을 권했습니다.
말이 많은 사람은 황당한 짓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공자는
활(弓)이란 조정이 잘 된 다음에야 힘이 강하기를 바랄 수 있고, 말(馬)이란 부려본 다음에 잘 달리기를 바라야 하며,
선비란 반드시 성실한 뒤에
슬기롭고 재능이 있는 자를 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만약 성실하지도 못하면서 재능만 많은 사람은
비유컨대, 승냥이나 이리와 같기 때문에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결국 공자는 인재를 취하는데 있어서
말이 많은 사람보다는 성실한 사람인지를 반드시 먼저 살핀 뒤에 등용해야 한다고 결론을 짓고 있습니다.



○ 결국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인것 같은데요?

▶ 중국 통치자들의 필독 인사(人事) 교과서인
『인물지(人物誌)』에는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원래 인물지는 조조의 인사참모인 유소가 쓴 인사 교과서로
중국의 역대 황제 중에
최고의 통치술을 인정받았던 당 태종 이세민과 강희제, 주원장이 인사 교과서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사람을 보고 그 자질을 살필때는
그가 평담(平談)한지를 살피고 난 연후에
총명한지를 알아보아야 한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여기서 평담이란 전체적인 인격의 균형과 조화를 의미합니다.
즉 사람이 얼마나
인격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
사람을 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인물지’에는 각론으로
사람을 관찰하는 8가지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몇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뛰어난 재질을 관찰해서
그가 얻은 명성의 근거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단점을 파악해서 역으로 그가 가진 장점을 파악하고,
행위의 동기를 관찰해서
사이비 인물은 아닌지 가려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어진 상황이나 말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그가 가진 뜻과 자질을 판단하는 한편
감정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해
그 사람이 이른바
군자인지 소인인지를 가려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소인은 마음속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을 도와주면 기뻐하고,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면 원망을 합니다. 이때 그 기뻐하고 원망하는 근거를 파악하면
역으로 그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질에 기뻐하고 원망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명예에 기뻐하고 원망하는 사람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나라가 망하는 것은 현인(賢人)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를 등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 글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해서 제대로 등용하지 못하는 것이 조직을 망치는 원인이 됨을 경고하는 글입니다.
세상에 늘 인재는 있습니다.
다만 범재(凡才) 즉 평범한 사람들 속에 섞여 있어서
쉽게 구별이 되지 않을 뿐입니다.
따라서 인재를 제대로 보는 눈이 없다면
인재도 평범한 인재에 머물고 말뿐입니다.
그리고 인재를 알아보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제대로 대접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말과 백리를 달리는 말에게
같은 양의 사료를 먹인다면
천리마는 제대로 된 힘을 쓸 수 없게 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재를 제대로 대접할 때 인재는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천리마와 인재는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습니다.
다만 천리마를 알아본 백락이라는 사람의 감별력이 없거나
명군의 혜안이 없거나 또는 그 대접이 부실하기 때문에
인재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인재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벌어진 인사청문회 논란을 보면
이러한 고전의 가르침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먼저 가장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결론적으로, 제대로 된 인재를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더군다나『인물지』에서 지적한 대로
인격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갖추었는지를 먼저 살피고
나중에 총명하고 일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고전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못했습니다.
『인물지』의 총담에 나오는 이 말은
가슴깊이 새겨둘만한 글귀입니다.
‘군주의 덕목은 총명하고 평담하여
여러 재능있는 사람을 등용하는 것이지,
스스로 자잘한 임무를 맡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나라를 다스리고 집안을 편안히 하는 것은
사람을 얻었기 때문이고,
나라를 망하고 집안을 망치는 것은
사람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고전의 생생한 가르침을 반드시 명심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