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45

이어서 황경규의 고전산책입니다.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일반적으로 보통사람들의 인생 회고담은
사건(事件)을 중심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공자(孔子)의 인생 회고담은
삶에 대한 보편적인 원칙만 말했을 뿐
사건의 기술이 없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공자의 인생회고담에 담긴 교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공자의 인생론에서 제시된 그 보편적인 원칙이란 어떤 것입니까?

▶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자서전을 쓸 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사건(事件)을 중심으로
기록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예를들면 30대에는 회사에 취직하고
40대에는 활발한 사회활동 등을 삶의 중요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기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5~60대에는 승진을 하고,
일반단체의 장을 맡아서 사회에 공헌한 내역을
빼곡하게 기술해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공자는 일반사람들과 달리 만년에 자신을 회고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간명하고 심오하게
일생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습니다.
「子曰 吾 十有五而志于學하고 三十而立하고 
四十而不惑하고  五十而知天命하고
六十而耳順하고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
풀어보면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고,
마흔에는 인생관이 확립되어 마음에 유혹이 없었고,
오십에는 하늘의 명을 받았으며, 육십에는 귀가 순해지고,
칠십에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쫓아도
어긋남이 없었다’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공자의 생애 회고담은
삶의 굽이굽이에 대한 보편적인 원칙만 말했을뿐
구질구질한 사건의 기술이 없다는 것이
최대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공자가 15세부터 70세까지 자신의 삶을 정의한 말이 어떤 의미들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죠. 먼저 15세는 지학(志學)이라고 했는데 학문에 뜻을 두었다는 뜻이겠죠?

▶ 공자가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공자는 어린시절 고뇌에 찬 청춘시대를 보냅니다.
어린나이에 아버지인 숙량흘을 잃은 공자는
17세에 어머니인 안징재를 잃게 됩니다.
상중(喪中)이었던 공자는
당시 노(魯)나라의 대부였던 계씨(季氏) 집안의 잔치에 갔다가
양호(陽虎)라는 가신(家臣)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게 됩니다.
이 양호라는 사람은 훗날 공자에게는
필생의 숙적이자 라이벌이 된 사람으로
탁월한 지식인이자 정치적 지략가이기도 했습니다.
양호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공자는
당시에 그런 예(禮)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고,
이 때문에 배움에 대한 뜻을 두게 됩니다.
공자가 말한 ‘十有五而志于學’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청춘의 특질을 일반적으로 좌절이라고 볼때,
공자는 이같은 좌절감을
반드시 배움에 대하여 뜻을 세우는 것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공자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최초의 교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30대에 뜻이 확고하게 섰다는 것은
이미 자신의 뜻을 세운 사람들과의 경쟁의 시대에 돌입한 것으로 풀어볼 수 있습니다.

○ 공자가 말한 불혹과 지천명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 공자가 말한 불혹(不惑)의 의미는
‘자신의 주관을 바로 세우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어 볼 수 있습니다.
즉, 이 시기의 공자는 삶에 있어서
인본주의 합리성의 정립을 의미했습니다.
도올 김용옥은 불혹의 나이가 되면
‘정신적으로 허약해서는 안되며, 다른사람들에 의해
이리 흔들리고 저리 삐걱대서는 안되는 나이’라고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흔히 50대를 지칭하는 지천명(知天命)은
하늘의 명령을 아는 나이가 된다는 뜻입니다.
다시말해 공자가 말한 지천명은
자신의 행동이 보편적 입법의 기준이 되도록 행동하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하면 세상사람들이 본받을 수 있는 기준이 되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임마뉴엘 칸트가 말한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써
타당할 수 있도록 행위하라’라는 말과
의미가 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순(耳順)과 종심(從心)은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 공자의 삶은 어땠습니까?

▶ 공자는 60세를 이순(耳順)이라고 했습니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귀가 순해진다’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것은 ‘자신을 감정적으로 순화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공자가 말한 이순은 사람이 60세가 되면
‘다른사람이 나를 비방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눈(目)이 나쁘다는 것은
‘멀리 보고 살아야 한다’는 자연의 명령이며,
귀(耳)가 안들린다는 것은
‘웬만한 소리는 안들리는듯 해라’라는 뜻이며,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은
‘남을 용서하며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어볼 수 있는 것입니다.
유학(儒學)은 성인이 되기 위한 배움의 과정이며,
성인(聖人)이 걸어가는 최후의 길은 감정을 다스리는 일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공자의 위대성이
단순히 지식의 축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문제에 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공자가 말한 이순(耳順)은
‘타인이 나를 비방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자가 말한 70세 즉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는
공자가 정신적인 자유를 얻었음을 알 수 있는 구절입니다.
이 말은 ‘내 마음이 가는대로 따라해도
사회규범에 위배되지 않는다’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공자의 말년은 처량하면서도 찬란했습니다.
공자가 추구한 정치적 이상은 결국 실현하지 못했지만
내적인 희망과 욕심을 찬란한 업적으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공자는 죽음을 앞두고 제자인 자공에게 호소하듯 말했습니다.
‘세상의 정상적인 전통질서와 제도가 무너진지 오래되었다.
누구도 나의 정치적 이상을 믿지 못했구나.
어젯밤 나는 꿈속에서 양 기둥 사이에 앉아있는 나에게
사람들이 제사 지내는 모습을 보았다.
내 조상은 은나라 사람이다. 난 곧 죽을 것이다’
공자는 비록 쓸쓸하게 죽어갔지만
그 쓸쓸함 뒤에는 찬란함도 있었습니다.
공자는 죽은 뒤에 그 지위가 상승해
중국 봉건 사회의 위대한 성인이 된 것입니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호소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사회 질서의 규범 원리를 세우려고 했던 공자의 사상은 각 개인의 도덕적 실천적 엄격함과 수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스스로를
“불가능함을 알고도 힘써 행하는 자(知其佛可而爲之者)”라고
부르면서도 사회의 지적 도덕적 개혁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삶은
오늘날에도 깊이 음미해볼
충분한 향기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