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채금담을 보면
‘인생에서 하나를 줄이면 그만큼 초탈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교제를 줄이면 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상대방을 줄이면 비난 받을 일이 적어지며,
분별력을 줄이면 피곤함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줄이지 않고 늘려가는 일만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옴짝달싹 못하게 동여매는 이치와 같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고전에서 말하는 삶의 여유란 어떤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최근들어 ‘여유있는 인생’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만큼 사회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겠죠?

▶ 사실 요즘은 개인의 생활이 어떠한가를 보기도 전에
사회 전체가 지나치게 바쁘게 돌아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허둥대는 생활 속에서
 ‘아차’하는 순간에 인생이 지나가버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대인에게 있어서 ‘여유’라는 것은
어쩌면 사치스러운 것이 되어버렸고,
일을 늘려나가는 것은 쉽지만
줄이는 것은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능숙하게 일을 줄이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야말로 인생의 승리자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삶에 있어서 여유를 갖는 것만이
사는 보람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바람직한 인생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가능하면 이 둘을 적절히 조화시켜서 일이 있으면서 여유롭고,
여유로우면서 일이 있어야 이상적인 것입니다.
예기(禮記)에 락불가극(樂不可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즐거움이 지나치면 안된다’는 뜻입니다.
여유있는 인생을,
즐거움만 추구하는 인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자신의 즐거움만 추구하면 의미있는 인생을 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즐거움을 찾으면서
동시에 일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일도 잊으면 안된다는 뜻으로 풀어볼 수 있습니다.

○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서두르다 보면 대부분 낭패를 당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까?

▶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자의 제자인 자하가 ‘거보’라는 한 고을의 장관으로 임명되자 스승인 공자를 찾아가 정치하는 법을 물었습니다.
이에 공자는「무욕속(無欲速)하며 무견소리(無見小利)니,
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하고
견소리즉대사불성(見小利則大事不成)이니라」라고 답했습니다.
풀어보면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지 말아야 한다. 빨리 하려 하면 일이 잘 되지 않고
작은 이익을 탐내면 큰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임기안에 자신의 치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정치인의 속성을 꼬집는 말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도 갖기 쉬운 잘못된 마음가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는데,
우선은 큰 안목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자만이
진정한 성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말한 것입니다.
실제로 서두름에는 세 가지의 약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는 방향이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빨리 지치게 된다는 점이며,
세 번째는 발밑의 걸림돌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방향으로 차근차근 발밑을 살피며 가는 것이
서두르는 것보다 오히려 빨리 도달하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설원(說苑)이라는 책에
서두름의 다른 폐단을 말하는 글이 있습니다.
「주자지속야 이과이리지(走者之速也而過二里止)요
보자지서야 이백리부지(步者之遲也而百里不止)니라」
풀어보면 ‘달리는 사람은 빠르지만 멀리 못가서 그치고,
걷는 사람은 느리지만 백리를 가도 그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인내와 성실로써 자신의 길을 걷되 여유를 가진다면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 노자(老子)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구층지대(九層之臺) 기어누토(起於累土)며
천리지행(千里之行) 시어족하(始於足下)라」
‘아주 높은 건물도 작은 분량의 흙으로 시작되며,
천리의 먼 길도 한 걸음으로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천 리 길을 도달하는 방법은
인내를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쌓아 나가는 것이며,
인내와 성실은
늦더라도 그 결과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나라 시인인 섭이중(聶夷中)이라는 사람의
<객유추탄후 시자 작시면지(客有追嘆後時者作詩勉之)>라는
시(詩)가 있습니다.
후달다만영(後達多晩英)
출세가 늦은 사람은 뒤에 전성기를 누리는 자가 많고
속득다질경(速得多疾傾)
출세가 이른 사람은 빨리 무너지는 자 많도다
군간구대하(君看構大廈)
그대는 보시게, 큰 건물을 짓는데
하증일일성(何曾一日成)
어찌 하루에 완성될 수 있겠는가?

이 시가 의미하는 것은
큰 업적은 오랜시간에 걸쳐 이루어 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오리 바람은 아침까지 계속 불지 않고,
소나기는 종일 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두르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노자의 말입니다.
자연의 순리에 맞는 것만이 오래 갈 수 있는 것이고,
오래가는 것만이 높고 장구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전에서 말하는 여유라는 것은
곧 서두름을 경계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무슨일을 하든지간에 서두르지 않는다면
자신이 할 일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게 되고,
따라서 일을 올바르게 처리하는 여유를 가지게 되면
곧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의 목표를
결국 성취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바쁜 일상일수록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한번쯤 가지게 된다면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과연 올바른 길인지를 확인함과 동시에
성공적인 삶의 길을 걷게 된다는
성인들의 가르침을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