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41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예나 지금이나 인재를 구하는 일은 국가의 중대사였습니다.
고금을 통틀어 볼때
국가의 흥망성쇠가 곧 인재선발에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의 조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지금은 어떤 인재가 필요한 세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국가든 기업이든 책임자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자신의 주변만 찾는다면 좋은 인재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반면에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을 주변에 많이 둔다면 각 분야에서 걸출한 인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성호(星湖) 이익(李瀷)이
서애 유성룡이 쓴 징비록(懲毖錄)을 읽고 난 후
그 책 말미에 자신의 느낌을 써놓은
서징비록후(書懲毖錄後)라는 글을 보면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성호 이익은 이 글에서 인재선발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던지고 있습니다.
‘현자를 추천하면 높은 상을 받는 것이 옛 법도이다.
신하 본인이 현자일 경우에는
현자가 죽으면 하던 사업도 끊어진다.
하지만 현자를 추천할 경우
추천한 이는 죽어도 현자는 그대로 남아있다.
때문에 가장 높은 상을 내리는 것이다’
이른바 제환공을 도와서 패업을 이룩한 관중(管仲)보다는
관중을 추천한 포숙(鮑叔)이 더 필요한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신하들 가운데 누가 가장 현자(賢者)인지를 묻자 공자는 제(齊)나라의 포숙(鮑叔)과 정(鄭)나라의 자피(子皮)를 꼽았습니다. 제나라의 명재상인 관중과 정나라의 명재상인 자산(子産)보다는 이들을 왕에게 추천한 포숙과 자피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현자(賢者) 즉, 현명한 인재는
그 자신이 활동하는 기간동안 공적을 쌓는 것으로 끝나지만,
현자를 알아보는 사람은 현자를 발굴해 추천함으로써
그들이 세상을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한나라의 고조는 건국 최고 공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진평(陳平)에게 상을 주기에 앞서서,
진평을 추천한 위무지(魏無知)라는 사람에게
먼저 상을 내렸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당시 서애 유성룡은 도체찰사(都體察使)를 맡아
전쟁을 총 지휘하며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성호 이익은 서애의 이러한 활약은
오히려 작은 일에 불과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임진왜란은 누가 봐도 이순신이라는 걸출한 장수에 의해
극복되었습니다.
오히려 유성룡의 가장 큰 공은 이순신의 능력을 미리 알아보고 임금에게 추천한 일이라고 성호 이익은 말했습니다.
만약 서애 유성룡이 없었더라면
이순신은 일개 하급 장교로 전장에서 이름없이 싸우다
전사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인재를 곁에 두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조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활용하는 방법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 ‘사람이 하늘이고, 인재는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재의 중요성을 지적한 글이자,
좋은 인재의 선발은 국가발전의 기초를 세우는
중요한 일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인재를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인재를 활용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예로부터 인재선발과 활용에 있어 많은 기준이 있어왔습니다.
몇가지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지인선용(知人善用) 용인불의(用人不疑)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인선용은 ‘사람을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다’는 뜻이고,
용인불의는 인재를 기용했으면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글의 뜻은 이른바 인재를 선발하는 책임자는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도 갖추어야 하지만,
인재를 기용했으면 의심하지 말고 일을 맡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도 없고,
일을 맡겨놓고 늘 의심하게 된다면
그것이 국가든 기업이든 결국에는 망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불문과거 납용적인(不問過去 納容敵人)하고
존중인재(尊重人才)하라는 글이 있습니다.
인재라면 과거를 따지지 말고 적이라도 받아들이고,
인재를 극진히 모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국을 제패한 제환공(齊桓公)은
관중이 비록 자신을 죽이기 위해 활을 쏜 사람이지만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포숙의 추천으로 자신의 인재로 받아들였고,
그리고 관중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고 중용함으로써
끝내 춘추 5패의 한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인재를 몰라본 리더의 오만함과 편협성,
인재를 억압한 대가로 돌이킬 수 없는 멸망에 이른
무서운 사례를 우리는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조선시대의 세도정치는
바른인재를 등용하는데 소홀히 함으로써
갑오개혁, 을미개혁, 광무개혁 등 여러 가지 개혁이 실시됐지만 결국에는 조선의 멸망이라는 국운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충신을 배척하고 어진 인재를 살해한 주왕(紂王)으로 인해 상나라가 멸망했으며,
개국공신이었던 고영을 질투하고
아첨하던 소인배 곽연을 총애하던 수 양재도
결국 나라를 망쳤습니다.
삼국시대 위나라 조조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이 바로 사람이라고 했고,
촉나라 유비는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나라 태종은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 사람을 얻는데 있다고 했고,
청의 옹정제는 나라를 다스리는데 용인(用人) 즉
사람을 쓰는 일이 근본이며
나머지는 다 지엽적인 일이라고 했습니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이
그의 저서 '초원왕세가(楚元王世家)'에서
두 번이나 강조한 다음의 글은
마음속 깊이 새겨둘만한 글귀입니다.

'나라가 발전하거나 흥하려면
군자가 기용되고 소인이 쫓겨나는 등
반드시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난다.
반대로 나라가 망하려면 어진 사람은 숨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난신들이 귀한 몸이 된다.
나라의 안위는 군주가 어떤 명령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고,
나라의 존망은 인재의 등용에 달려있다.'
사람이 희망이다 라는 말이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