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세상을 살다 보면 말을 하면 안될 때 말하는 사람도 많고,
말을 해야 할 때, 도리어 하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비난이나 비판의 대상이 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때에 맞게 말을 할 줄 아는 지혜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고전속에 보이는 말(言)에 대한 시각은 어떻습니까?

▶ 논어(論語)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대화록입니다.
따라서 논어는 ‘말을 모르면 사람에 대해 알 수 없다’는
말씀 언(言)에 관한 문장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습니다.
물론 공자는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면서 교육에 임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분명한 생각은
말을 통해서 제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공자는 세상에 대해 실망했을 때
‘이제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습니다.
이것은 공자가 말을 중시한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공자는 제자들을
교양있는 지식인으로 키우려고 했습니다.
그의 그런 교육의 핵심은 바로 말을 바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공자가 중시했던 덕목이었던 것입니다.
말을 해야 할 때 말하고, 짧게 말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이런 것이 공자의 말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 말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는 일화가 있으면 소개해 주시죠?

▶ 조선시대에도 벙어리 저금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동전을 넣으면 땡그랑 소리가 나고 가득찬 동전을 꺼내려면
저금통을 깨트려야 하는 진짜 벙어리 저금통이 있었습니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안정복의 문집인 순암집(順菴集)을 보면
‘파아기설(破啞器說)’이라는 글에
이 벙어리 저금통에 관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파아기설 즉, ‘벙어리 저금통을 깨부수다’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이글은
‘사람이 말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아 벙어리와 다름없음’을
풍자하는 동시에
‘사람이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말을 하면
재앙을 얻게 되니 벙어리처럼 해야 함’을 경계하는 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73년 전인 조선 영조 13년 1737년에
안정복이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에 갔다가
이상한 물건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물건의 모양을 보니 위는 둥글고 아래는 평평하며
속은 비어 있고 꼭대기에 한 일(一)자 모양의
가느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고 합니다.
안정복은 신기한 마음에 이 벙어리 저금통을 샀다가
얼마되지 않아 그 벙어리 저금통을 부수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 모아 놓았을
동전을 세어 보는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시 침묵하는 조선사회를 위한 근심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조선에서는 경종에 이어 즉위한 영조가
탕평책을 실시하면서 노론과 소론의 모든 웅변이 옳지 않으니
다들 침묵하고 탕평책이 제시하는
탕평의 질서에 동참하라는 주문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당시 조선사회는 ‘우리 임금은 성군이 되었고,
우리나라는 치세(治世)가 되었다’면서
백성과 신하 모두가
벙어리로 사는 지혜를 터득중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안정복은 탕평정치를 개시한 1720년 영조의 처분을
슬며시 벙어리 저금통으로 은유하고 저금통을 부수는 것으로써 조선의 사대부들이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 침묵하는 사회와 웅변하는 사회, 어떤 사회가 더 나은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침묵은 금(金)이고, 웅변은 은(銀)’이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아마 이 격언은 침묵하는 사회가 아니라
웅변하는 사회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웅변이 흔하다 보니, 보다 차원 높은 호소력과 전달력을 가진
웅변의 일종으로 침묵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에 침묵하는 사회였다면
굳이 침묵과 웅변을 비교해서 이런 격언을 짓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선시대는 침묵하는 사회보다는
웅변하는 사회에 더 가까웠습니다.
특히 조선중기 이래 붕당정치가 발달하면서
국정현안에 각 붕당이 서로 다른 의리를 제시하면서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따지는 정치문화가 조성되었습니다.
위로는 국가의 재상으로부터 아래로는 벼슬이 없는 유생들까지 모두 시비를 논하면서 국론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붕당간의 시비가 격화되면서 붕당정치도 서서히 변모돼
임인옥사 등 각종 정치적 폐혜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현대사를 살펴보면
침묵을 강요당하며 억압받는 굴곡의 사회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침묵하는 사회가 나은지,
웅변하는 사회가 나은지에 대한 기준은
정확하게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침묵하는 사회에서는 안정복과 같은 선비처럼
벙어리 저금통을 깨부수고
해야 할 말을 하는 사회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웅변하는 사회에서는
해서는 안될 말을 삼가는 사회풍토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한 가지 병폐를 지적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의 입을 막으면 된다”
말에 대한 격언을 살펴보면
침묵과 웅변을 잘 표현해 주는 것이 있습니다.
장자는 ‘잘 짓는다고 해서 좋은 개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곧 말을 잘 한다고 현명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리고 노자는 ‘지자(智者) 즉 지혜로운 자는 말이 없고,
말하는 자는 모르는 자다’라고 했습니다.
참된 지자는 오히려 말이 적다는 말입니다.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 되듯이,
말해야 할때 말하고, 말하지 않아야 할때 침묵하는 것이
바로 때에 맞게 말할 줄 아는 지혜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