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선입위주(先入爲主)라는 말이 있습니다.
풀어보면 ‘먼저 들어간 것이 주인이 된다’는 뜻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교육에 있어서 ‘시작이 중요하다’는
고전의 가르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조기 영어교육이나 유학 열풍이 일어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 조기 영어교육이나 유학 열풍을 두고
사실 맹목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배움이라는 것은 어떤 형식으로든
자기 몸속에 영양분을 축적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녀들이 사고의 틀을 제대로 갖추기 전에
이러한 일들이 이루어질 경우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맹자에 알묘조장(揠苗助長)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해석을 하면 ‘벼 싹을 뽑아올려 크는 것을 도와준다’는 뜻입니다.
춘추시대 송나라 사람 가운데 멍청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가 자기 집 논의 벼를
빨리 크도록 해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서는
논에 들어가 벼 싹을 손으로 하나하나 뽑아 올렸습니다.
결국 그 벼들은 다 말라죽고 말았습니다.
아마 이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분들이 그 송나라 사람을 바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중에서
이 멍청한 사람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정도가 심한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의 예를 들면
바로 영어 조기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어린학생들이 조기유학을 가고,
심지어 젊은 어머니들은
자녀들이 영어를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혀와 목수술까지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자기나라 말을 확실하게 배워서
사고의 틀이 높은 수준에 이른 사람만이
외국어의 수준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어릴때 조기유학을 해봤자
일상생활에 쓰이는 간단한 생활어를 배울 뿐이고,
학문이나 사상이 담긴 수준높은 문화어는
배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벼 싹을 뽑아 올린다고 해서 벼가 빨리 자라는 것이 아니고,
벼 싹이 말라 죽는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 그렇다면 ‘먼저 들어간 것이 주인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 중국 북송때 개혁정치가이자
당송팔대가 중의 한사람인 왕안석은
어린 자기 아들을 가르칠 선생을 구하면서
여러 가지 조건을 달아서 까다롭게 굴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글줄이나 읽는 사람을 구해다 그냥 가르치면 될 일을
그리 까다롭게 구느냐고 묻자 왕안석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린아이는 하얀 종이와 같기 때문에
먼저 들어간 것이 주인이 된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것이지만
어릴때 들은 것이나 배운 것들이
어제 배운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맨 먼저 머리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교육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방면에 있어서
먼저 들어온 것이 다 주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 시작할 때 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기업을 시작할 때 인재를 잘못 뽑으면,
그 기업의 미래는 보지 않아도 미리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추진하는 일 모두가 그렇습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바른 길에서부터 시작을 하면
비록 일의 추진은 다소 더디다 할지라도
좋은 결말을 맺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조금 빠른 길이라고 해서
올바르지 못한 길을 선택한다면
비록 일은 빨리 마무리될지 몰라도
그 일의 지속적인 성공을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 정치라고 해서 다를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 사람의 행동거지를 보면
‘먼저 들어가 주인이 된 근본’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평생을 힘들지 않게 살아온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돌아볼줄 아는
여유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대접받을 줄만 알지
대접할줄 모르는 사람이 되기 쉬운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도자 중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평생을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걸어왔고,
높은 직책과 높은 수준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지냈기 때문에
서민들의 아픔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입니다.
따라서 서민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거만할 수 밖에 없고,
늘 깔보고 무시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들어가 주인이 된 근본이 바르지 못한 사람에게서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내일은 지역의 일꾼을 뽑는 6. 2 지방선거일입니다.
혈연 지연에 얽매여 선택을 하기 보다는
후보자들의 사람됨, 즉 그 사람에게 먼저 들어가 근본된 것이
무엇인지를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양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입니다.
어떤 후보가 그런 얄팍한 술수를 쓰는지
관찰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그래야만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고,
지역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