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60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공자(孔子)는 성숙한 인간의 기준으로
세 가지 덕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
구요불망 평생지언(久要不忘平生之言)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공자가 제시하는
성숙한 인간의 기준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먼저 그 세 가지 덕목에 대한 설명을 좀 해주시죠?

▶ 공자는 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견리사의(見利思義)하고 견위수명(見危授命)하며
구요불망평생지언(久要不忘平生之言)이면
역가이위성인의(亦可以爲成人矣)라』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말은
‘이익을 보면 먼저 그 정의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고,
견위수명(見危授命)은 ‘국가가 위태로울 때는 목숨을 바친다’,
구요불망평생지언(久要不忘平生之言)은
‘오래 전의 약속일지라도 평생 그 말을 잊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어 공자는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성인 즉 완전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이익의 문제에 부딪힐때
공자가 제시한 이 세가지 덕목은
문제해결에 있어 좋은 척도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글귀 가운데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라는 글은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글귀이기도 합니다.
이 글귀는 안중근의사가 자신의 철학과 심경을 피력한
서예작품으로 남겨 더욱 유명해진 구절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공직자들에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질만큼
비장한 각오로 일할 것을 주문하면서 이 말을 인용해
더욱 관심을 끌게 된 구절이기도 합니다.

○ 논어 헌문편에 보이는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글의 뜻부터 먼저 알아보죠?

▶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글귀는
이익을 보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이익을 얻는 과정이 정당한 것인지 아닌지를
따져보라는 것입니다.
만약 이익이 된다고 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만 쫓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눈 앞에 있는 이익을 보고
이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이익과 관계된 모든 것이
결국에는 세상에 모두 공개된다고 전제를 한다면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실 세상에서 일어나는 개인과 권력의 부정부패는
언젠가는 공개된다는 믿음이 없거나
약하기 때문에 생기게 됩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뇌물사건이나 사기사건들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나면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권력형 비리 역시 마찬가지로,
권력은 사람에게 착시현상을 주어서
그 권력이 오래간다는 믿음을 주는 속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로인해 권력형 비리가 끝없이 양산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공자는
자신에게 다가온 이익이 정의로운 것인지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성인 즉 완성된 사람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 기업들의 윤리경영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은 ‘최대의 이윤추구’가 분명한 목표지만,
이윤추구과정에 의로움 혹은 정의가 살아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기업의 윤리경영이 중요시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업들의 경영실태를 살펴보면
공자가 말한 견리사의(見利思義)와는
전혀 딴판인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던 대기업의 치킨사업 진출은
오로지 기업의 이익추구에만 골몰하는
전근대적인 기업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일시 판매중단이라는 결과를 가져 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그들이 얻고자 했던 것은 이익이었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이 한순간에 잃어버린 것은
지난 수 십 년간 쌓아왔던 기업에 대한 신뢰였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볼때
이번 국회의 날치기 예산통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내년도 나라의 살림살이를 정하면서
국민 개개인의 행복추구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추구에만 올인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전체예산에서 볼때
문제가 된 예산이 빙산의 일각일지는 모르지만
문제의 핵심은 예산편성에 있어
그 중심이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개인의 이익과 혹은 정당의 이해관계를
우선했다는 사실입니다.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히자 뒤늦게 복지예산을 챙기고
국민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들 정치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공자가 말한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중요성이
과연 얼마나 큰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익을 보고도 정의를 생각하지 못한다면 자칫 독선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 《후한서》주부전에 ‘요동 땅의 돼지’라는 뜻을 가진
요종지시(遙東之豕)라는 고사가 있습니다.
고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요동 땅 어느 농가에 머리가 하얀 돼지가 태어나자
주인은 이를 황제에게 진상하기 위해
하동이라는 곳까지 가게 됩니다.
주인이 하동 땅에 도착해서 그곳 돼지들을 살펴보니
모든 돼지들이 흰머리였다고 합니다.
이에 주인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결국 흰머리 돼지를 끌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고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상물정은 모른체
오로지 자기 혼자 옳다고 믿는 독선을 뜻하는 말로 쓰였습니다.
만약 국민 개개인이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에만 골몰하고,
기업 역시 국가전체의 이익보다는 기업이익에만 빠지며,
나라를 경영하는 선량들마저도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는
개인과 정당의 이해관계에만 골몰한다면
이 나라는 온갖 독선만이 판을 치는
끔찍한 나라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 해를 보내는 시점에서
공자가 말한 완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 제시한 이 세가지 덕목을 가슴깊이 새겨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