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58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평소에 많이 들어 본 말이지만, ‘책 속에 재물이 있다’는 말은 아마 조금 생소하실 겁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고전이 말하는 독서의 일상적 효용 가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독서와 관련한 명언․명구들 중에 ‘책속에 재물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것 같은데요?

▶ 사람이 일생동안 체험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독서입니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다양한 삶의 방식을 만날 수 있고,
글에 담긴 사상과 가치관을 밑거름으로 삼아
자신의 가치관을 분명히 하고
때로는 삶의 방향을 설정하기도 합니다.
독서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탈무드라는 책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물고기 한 마리를 주면 하루를 살지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일생 동안을 살 수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석학(碩學)들과 부호(富豪)들의 상당수에
유태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탈무드가 가르치는 방식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서양의 고전이 현실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반면,
동양의 고전은 이상적 사고체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오해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최근의 독서경향만 보더라도
자기계발서나 자기경영과 관련한 서적들은
주로 서양의 고전을 바탕으로 한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동양고전은 이미 현실인식이 떨어지고
이상적인 가치만 추구한다는 잘못된 인식체계가
고착화되어 있는 경향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양고전을 살펴보면 서양의 고전보다
보다 현실적인 인식체계를 갖추고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책속에 재물이 있다’는 말에서
바로 그러한 인식체계를 엿볼 수 있는 것입니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편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경야뇌재기중의(耕也餒在其中矣)나
학야녹재기중의(學也祿在其中矣)라』
풀어보면 ‘농사를 짓더라도 그 가운데 굶주림이 있지만,
학문을 하게 되면 그 가운데 봉록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공자는 이른바 먹고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데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 독서가 가지는 효용가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예부터 독서 혹은 학문의 효용가치는
수신(修身) 즉 자신을 갈고 닦는데 있지만,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이름을 떨쳐
출세를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조선시대의 선비들의 일상이
독서와 강론(講論)에 근본을 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를 보고 장원급제를 해서 집안을 일으키고
명예와 부를 추구하는 것이
자신을 수양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출세를 하게 되면 재물과 권세가 따르고,
아름다운 여인은 재물과 권세를 따르는 것이
세상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비록 속물적인 시태이긴 해도
의사가 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려고
그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서도
이름을 떨치고 출세를 하는 길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면 이름을 떨치고 출세를 하는 길을
더 쉽고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서 공부란 출세를 하는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전에서는
책을 읽고 공부를 권하는 글귀들이 적지 않습니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는
『소이불학(少而不學)이면 장무능야(長無能也)』라고 해서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나이들어서 무능하게 된다’라고 했고,
설원(說苑)이라는 책에서는
‘젊어서 학문을 즐기는 것은 동틀 녘의 햇볕과 같고,
장년에 학문을 즐기는 것은 대낮의 빛과 같으며,
늙어서 학문을 즐기는 것은 촛불의 밝음과 같다’고 했습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는
 ‘가난하더라고 배움에 힘쓰면 출세를 할 수 있고,
부유하고도 배움에 힘쓰면 이름이 빛난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송나라의 황제인 진종(眞宗)은
권학문(勸學問)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서중자유천종속(書中自有千鍾粟)이요
서중유여안여옥(書中有女顔如玉)이라』
풀어보면 ‘책 속에 재물이 있고,
아름다운 여인이 들어있도다’라는 뜻입니다.
만약 독서의 실용적인 가치를 따진다면
이 보다 더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말은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 수능시험을 끝낸 수험생들에게 있어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려서부터 책을 읽었고,
역책(易簀) 즉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선비들에게 있어서 책이란
자신의 인격적인 삶을 완성시켜주는 도구이자
삶의 영위해 나가는 유일한 도구였던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독서라는 것은
세상의 그 어떤 사람도 죽는 날까지
계속하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일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독서를 하는 방법입니다.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은 아마 시험을 대비하는
독서방법에 익숙해져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는 깊이 역시 깊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한권의 책을 읽더라도
다음의 5단계를 마음속에 새기면서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독서를 하는 5단계는
박학지(博學之) 심문지(審問之) 신사지(愼思之)
명변지(明辯之) 독행지(篤行之)입니다.
풀어보면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고, 분명하게 분별하고, 독실하게 행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는 것은
독서하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고
분명하게 분별하고 독실하게 행하는 것은
책을 읽고 실천하는 방법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먼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널리 읽고 난 다음에는
모르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자세히 묻고, 그리고 신중하게 글의 뜻을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려운 일과 마주하면 분명하게 분별하고, 바른 길이라면 독실하게 행하는데 까지 이르는 것이
바로 올바른 독서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 서있는 수험생들에게 있어 독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올바른 책 읽기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