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56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것을
일반적으로 이단(異端)이라고 합니다.
학문(學問)을 하는데 있어서
정도를 밟아서 건실하게 노력하는 것이 성공의 본도(本道)이듯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이단을 배척하고
정도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성공한 삶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이단(異端)의 폐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이단(異端)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 일반적으로 신학에 있어서 이단이라 함은
‘교회의 권위에 의해 그릇된 것으로,
배척된 신학 교리나 체제’를 말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가 이 단어를 쓴 뒤로는
'승인하지 않은 것'이라는 개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전에서 이단(異端)이 갖는 개념은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공자는 이단(異端)의 폐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공호이단(攻乎異端)이면 사해야이(斯害也已)니라」
풀어보면 ‘이단을 전공하면 해로울 뿐이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전공한다는 것은
오로지 전적으로 다루어 연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말하면 당시 유교 이외에
불교나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주장한 양주(楊朱)와
겸애(兼愛)를 주장한 묵적(墨翟)을 전공한다면
자신에게 해로움이 더욱 심해진다는 것을 경고하는 말입니다.
결국 유교적 사상에 근거한 이 이단(異端)이라는 말은
오늘날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바른 길
즉 정도(正道)를 걷지 않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의미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 이단(異端)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 사람이 사는 데는 알아야 할 것이 있고,
몰라야 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은 배울수록 삶을 살찌게 하지만,
서로 미워하는 것은 배울수록 삶을 아프게 만듭니다.
예를들면 빵을 주는 사람과 총을 주는 사람의 마음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비록 총을 주면서 착한 사람을 보호하고
악한 사람을 징벌하라고 충고한다 한들
이미 총을 간직한 사람은
무엇이든 해치는 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선(善)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선한 것은 알수록 좋지만, 악한 것은 모를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늘 선악이 함께 있기 때문에
항상 삶의 적지 않은 곳에서
이단(異端)이라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이단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때로는 진리에 대한 견해차이에서 오기도 하고,
선악에 대한 견해차이에서 오기도 합니다.
또는 아름다움에 대한 견해차이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기독교에서는 뱀을 악마의 하수인으로 보고 증오합니다.
하지만 뱀을 잡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땅꾼의 아들은
뱀을 아름답게 여깁니다.
만약 기독교를 믿는 사람과 땅꾼의 아들이 만나서
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간에 견해차이가 나게 마련입니다.
아마도 두 사람은 생각이 서로 달라서
서로를 이단이라고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당연히 그들은 서로 멀어지고 마음을 나눌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른바 정치판에서
자신의 신념이나 주장이 서로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이단으로 몰아붙이는 일이나, 사상적 차이에서 오는 견해차이로 인해
진보나 보수, 혹은 우익이나 좌익으로 편을 가르는 것 또한
이단(異端)이 되는 것입니다.
정치권이 가지는 이단(異端)의 폐해는
그 어떤 것보다도 심각합니다.
정치란 백성의 삶과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정치는 정도(正道)보다는
이단(異端)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이 속한 정치집단의 이익을 쫓는
수많은 이단(異端)을 쉼없이 생산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국민들이 정치를 썪었다고 폄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 현대인의 삶이 이단(異端)의 폐해로 인해 더욱 각박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사실 많은 현대인들이
어쩌면 이 이단(異端)의 폐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더욱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단(異端)이라는 말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사랑함에 대한 미워함이 이단이고,
올바름에 대한 그릇됨도 역시 이단입니다.
사람에 대해 소홀한 마음에 대한 경솔한 마음이 이단이 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을 의심하는 것 역시
이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효(孝)의 이단(異端)이
곧 불효(不孝)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늘 이단(異端)의 삶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진정으로 남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고,
어른을 모시고 아랫사람을 돌보는 일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도 좀체 보기 어렵습니다.
이해득실을 떠나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사람도 만나기 어렵고, 아무리 믿어도 모자람이 없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어려워진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자는 이단(異端)에 대한 마음을 버리고
오로지 진심으로 남을 사랑하고,
어른을 모시고 아랫사람을 돌보며,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며,
아무리 믿어도 모자람이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은 어쩌면 정도(正道)의 길을 걷기 보다는
이단(異端)의 길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비록 힘들지라도
자신의 삶을 바르게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항상 이해관계를 최우선에 두고
이단의 길을 오히려 달콤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공자가 이단을 배우면 자신에게 오히려 해가 된다고 했습니다.
이단(異端)은 알면 알수록 해롭고,
모르면 모를수록 약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선할수록 좋고 악할수록 나쁘기 때문입니다.
이단(異端)을 배우기 보다는
정도(正道)를 배우려는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공자의 말씀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