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55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대학(大學)이라는 책에 신독(愼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이 알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인욕(人欲)·물욕(物欲)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삼가한다는 뜻을 지닌
유교의 중요한 수양방법 또는 실천덕목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신독(愼獨)이 갖는 오늘날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신독(愼獨)이라는 말은 조금 생소한데, 의미를 먼저 살펴볼까요?

▶ 신독(愼獨)이라는 단어는
대학(大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는 성의장(誠意章) 즉 ‘그 뜻을 정성스럽게 한다’는 데서 나오는 글귀입니다.
여기서 성의(誠意)란 ‘스스로를 속이지 말라’는 경계의 말로써
스스로의 만족을 추구해서 실행으로 옮기는
신독(愼獨)으로 귀결됩니다.
이 성의장(誠意章)에는
신독을 하지 못한데서 생겨나는 폐단을 말한 ‘소인절(小人節)’과 신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필요성을 밝힌 ‘증자절(曾子節)’,
신독의 공효를 제시하여 마땅히 지극하게 성의를 다해야 한다는 ‘부윤절(富潤節)’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다소 어려운것처럼 보이지만 글귀를 풀어보면
일상생활에서 뜻을 정성스럽게 한다는 성의(誠意)와
홀로 있을때 자기를 속이지 않고 삼간다는
‘신독(愼獨)’이 갖는 의미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대학 성의장(誠意章)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所謂誠意者는 無自欺也니 如惡惡臭하며 如好好色이 此之謂自謙이니 故로 君子는 必愼其獨也니라’
풀어보면
‘이른바 그 생각을 진실되게 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지 아니함이니,
악을 미워하되 역겨운 냄새를 싫어하듯 하며,
선을 좋아하되 어여쁜 여인을 사랑하듯이 해야 한다.
이를 일러 스스로의 만족이라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혼자만이 아는 제 마음을 삼가는 것이다.’
여기서 스스로 속인다는 말의 뜻은
사람이 선(善)이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실행해야 할 덕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실행하지 않고,
악(惡)이란 행해서는 안되는 줄을 알면서도
악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을 살면서 무수히도 스스로를 속이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 성의장(誠意章)이 주는 교훈은 결코 적지 않을 것입니다.

○ 일반인들이 신독(愼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를 들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마소(司馬昭)라는 사람의 검은 마음속은
길 가는 사람까지도 모두 다 꿰뚫어 보고 있다’
이 글귀의 뜻은 만약 마음속에 흑심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바깥으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선이든 악이든 간에 마음의 이면에 있으면
모두 바깥으로 나타나 마치 눈에 보이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른바 소인들은 한가로이 혼자 있을때에는
착하지 못한 일을 서슴없이 해서 못하는 짓이 없다가,
군자를 보면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자신의 선하지 못한 일을 감추고, 선한 것을 드러내려 합니다.
하지만 다른사람들의 눈에는
그 소인의 악행을 바라보는 것이
마치 몸속의 폐와 간을 들여다 보듯이 훤하게 보이기 때문에
그 소인이 행하는 그 어떤 것도 속일 수 없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음속에 실제로 선이든 악이든 그런 것이 있으면
반드시 바깥으로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군자는 반드시 신독(愼獨),
그 혼자만이 아는 제 마음을 삼간다는 뜻입니다.

○ 신독(愼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필요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 증자(曾子)라는 분은 신독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열 개의 눈이 바라보는 바이며, 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이니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사람들이 혼자 있는 곳은 남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남들이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선악이라는 것은 마음속에 있는 그대로
자신도 모르게 바깥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자신도 모르는 열 개의 눈이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행동을 해서는 안되고, 또한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늘 열 개의 손가락이 자신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증자는 남들이 보지 않는 곳,
혹은 혼자 있는 곳에서도 감출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매우 무섭고 또 두려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 성의(誠意)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고, 신독(愼獨)은 혼자만이 아는 마음을 삼간다는 뜻인데, 이를 통해서 사람이 얻게 되는 효과는 어떤 것일까요?

▶ 성의장(誠意章)의 마지막 구절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富潤屋이요 德潤身이라 心廣體胖하니 君子는 必誠其意니라’
풀어보면
‘부유함은 집을 윤택하게 하고, 덕은 몸을 빛나게 한다.
마음이 넓고 몸이 편안하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뜻을 진실하게 하는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이 글을 종합해 보면 성의(誠意)공부 즉
그 뜻을 진실하게 하는 공부는
신독(愼獨) 즉 혼자만이 아는 마음을 삼가하는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물을 모아서 부를 가지게 된 자는
그 씀씀이가 넉넉해서 저절로 집안이 윤택해 지기 마련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의로 덕을 쌓게 되면
이것이 이면의 마음에 근본하여
겉으로 덕이 나타나기 때문에
또한 몸이 윤택해지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군자는 반드시 스스로 속이는 것을 경계하고
스스로 만족을 추구해서
혼자 있을 때를 삼가고
그 뜻을 진실하게 하는 것을 가장 큰 공부로 삼았던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자의든 타이든 간에
자신은 물론 타인도 속이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대학의 성의(誠意)와 신독(愼獨)이 말하는 교훈은
결코 작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이 대학(大學)이라는 책이
성인(聖人)이 되기 위한 학문의 내용을 담은 책이긴 해도,
스스로 속이지 않고,
혼자 있을때 삼가는 삶의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가르침은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알고 실천해야 할
덕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