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54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사람이 사람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공자께서 배움을 설파한 이유는
사람들이 스스로 사람이 되는 법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고전이 말하는 ‘사람의 구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가장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 사실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하거나,
알고서도 모른척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남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자신이 엄연한 사람이면서도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합니다.
때로는 그런 지적을 강하게 배척하면서
자신만의 성역을 침범하는 사람에게는
짐승의 이빨을 드러내며 거부감을 표시합니다.
그래서 공자는 만약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지혜를 가진다면
그보다 더 나은 배움은 없다고 했습니다.
공자는 사람이 사람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남을 아껴 주고 도와주면서 격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져야만 남을 시기하고 해치면서
모함하는 마음을 멀리할 수 있게 되어서
비로소 사람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자의 시각에서 볼 때
‘남이 잘 되면 배가 아프고, 남이 잘못되면 미소를 짓는 인간’은 인간의 탈만 썼을 뿐 인간이 아닙니다.
그리고 천하에 못 된 사람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말하는 부류입니다.
어느 세상이나
남을 해치고 자기만 잘되려는 인간은 환영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사랑함을 널리 베푸는 사람은 어디서나 환영을 받습니다. 곧 세상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는 인정을 베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사람구실을 할 수 있다고 공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 올바른 사람구실을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관계를 바르게 맺어가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 공자는 그러한 일은 제(弟)라고 했습니다.
공자가 말한 제(弟)는 사회적인 효(孝)라고 부를 수 있으며
남남인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고 밀어주고 끌어주는 일을
말합니다.
재난영화를 보면
이러한 공자가 말한 제(弟)가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큰 배가 항해를 하다가 조난을 당하게 되면
맨 먼저 어린아이와 여자들을 구명정에 태웁니다.
그나마 젊은 청년들은 나중에 내리고,
배의 선장은 침몰하는 배의 갑판을 맨 나중에 떠납니다.
이러한 행동이 바로 공자가 말하는 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弟)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서로 끊어지지 않게 합니다.
사람들이 모여 서로 돕고 사는 모든 것의 첫걸음이
바로 제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자는 사람구실을 더욱 잘해 나갈 수 있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충(忠)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자가 말하는 충(忠)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단단히 묶어 주는 것을 말합니다.
때문에 공자는 세상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술수를 부리고 꾀를 부리게 되는 이유가
바로 세상이 불충(不忠)의 바퀴에 놀아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자신이 처한 불충의 현실을 괴로워 했습니다.
그것은 곧 이 세상에 제(弟)와 충(忠)이 없다면,
늘 배반의 가능성만 온 세상에 가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불신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올바른 처세는 어때야 할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 오늘날에는 사람보다는 서약서의 도장을 믿고,
나아가 공증인의 공증을 더 믿는 세태가 된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믿음이 사라진 탓입니다.
그래선지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라면서
눈을 부라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처의 눈에는 만물이 부처로 보이고,
도둑의 눈에는 만 사람이 다 도둑으로 보이는 법입니다.
결국 불신의 시대라는 것은
자신이 상대방을 도둑으로 의심하게 되면,
또한 상대방도 자신을 도둑으로 의심하게 되면서
만연하게 되는 것입니다.
서경(書經)이라는 책을 보면
‘처세지일서자(處世只一恕字)’라는 글이 있습니다.
풀어보면 ‘세상을 사는데는 단지 서(恕)라는 글자 하나가
필요하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서(恕)는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다른사람에게도 시키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것이라도
내 것처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즉 상대방의 기분과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배려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결여된다면 인간관계가 메말라
인간미없는 사회가 되어버리고
이른바 ‘인간성 부재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음어’에는 서(恕)라는 것은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다른사람에게 시켜선 안된다고 말한 후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도,
사람에 따라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있다.
이 점을 이해하고 나면
더할 나위 없는 인생의 묘미가 살아날 것이다.’
가끔 우리는 권력이나 재물이 많은 사람들이
군자의 길을 걷기를 희망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우리들은 불신의 시대,
혹은 인간성 부재의 시대를 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인간이 사는 터전을 인간이 더럽힐 수 없음을 알고
사회의 부름에 순응하라.’
하지만 사회를 노략질 하는 잘난 사람들 탓에
세상은 뒤숭숭하고 서글퍼집니다.
그리고 부정을 일삼아 제 욕심만 채우고
남의 몫을 제 몫으로 챙겨서 사회를 어둡게 만드는 패거리들은 선량한 백성을 서글프게 합니다.
이는 공자의 말처럼
인간이 사는 터전은 인간이 더럽히고
사회의 부름에 역행하는 이들이 득세를 하는 까닭입니다.
고전이 말하는 사람의 구실은 다름이 아니라
늘 자신을 뒤돌아볼 줄 아는 마음가짐과
자신의 잘못된 점에 대해 인정하고
스스로 반성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에 다름아닙니다.
세상이 잘못됐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제대로 사는 길을 바라는 사람은
사회의 질서와 기강이 허물어지지 않게
자신의 삶을 성실히 하는 사람입니다.
그 길을 비로소 아는 사람이라야
사람구실을 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