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53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역사를 되짚어 보면
한 나라의 운명이 벼랑 끝에서 대롱대롱하는
비극적인 꼴을 면치 못했던 이유는
일신(一身)의 영달만 도모하는 정치가가 있을 뿐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가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나라의 멸망을 초래한 역사속의 폭군(暴君)과
오늘날의 폭군(暴君)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중국의 대표적인 폭군과 그 실정(失政)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먼저 말씀해 주시죠?

▶ 폭군(暴君)이라는 칭호를 받은 임금의 행적을 살펴보면
대부분 패륜적인 인물이면서 언제나 주색잡기에 능했으며
정치사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기망상에만 빠져
결국에는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만든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고대사에서 대표적인 폭군으로는
은(殷)나라 최후의 임금인 주(紂)왕과 하(夏)나라의 걸(桀)왕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먼저 주(紂)왕은 고대 중국 은(殷)나라 최후(最後)의 임금으로
이름은 제신(帝辛)이고 주(紂)는 그의 시호(諡號)를 말합니다.
주왕은 달기(妲己)라는 여자(女子)에게 빠져 주책을 일삼고
포악(暴惡)한 정치(政治)를 해서 나라가 어지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학정을 그치도록 간하는 신하들에게는
구리 기둥에 기름을 바르고 숯불에 달군 뒤
그 위를 걷게 하는 포락지형을 내려
수많은 신하들의 죽음을 구경하면서 즐겼다고 합니다.
마침내 주왕은 주(周)나라의 성군(聖君)으로 일컬어지는
무왕(武王)에게 살해(殺害)되고 맙니다.
이로써 주왕은 악(惡)한 임금의 전형이 되었고
후대로 오면서 하(夏)나라의 걸왕(桀王)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폭군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하나라의 걸왕도 희대의 폭군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 걸왕(桀王)은 하나라의 마지막 군주로,
포악하고 사치스러웠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걸은 원래 주변을 정복하는 스타일의 군주였다고 합니다.
한번은 현재의 산둥성 쪽에 있는
유시(有施)라는 곳을 공격했는데,
이 때문에 유시는 약탈을 당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유시의 사람들은 걸왕의 공격을 무마하기 위해
매희(妹喜)라는 아름다운 여자를 걸왕에게 진상했습니다.
그 이후 걸은 정치는 뒤로 하고 매희와의 사치에만 빠졌고,
매희는 유시 사람들의 복수를 위해서
걸의 사치를 부추겼습니다.
하루는 매희가
일일이 술을 따르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다면서,
술로 연못을 만들고, 연못 둘레에 고기 숲을 만들어 즐기자고
제안했습니다.
걸왕은 즉각 찬성했고,
여기에서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겼습니다.
희대의 폭군으로 알려진 주왕과 걸왕의 공통점은
한 여자에게 빠져서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과
포악한 정치로 인해
결국에는 나라의 근간인 백성들이 등을 돌리면서
나라를 잃고 목숨을 잃는 비극의 주인공이었다는 점입니다.

○ 그렇다면 오늘날의 폭군(暴君) 혹은 정치가는 어떤 사람들이라고 보십니까?
 
▶ 오늘날 우리 정치권에서
중국의 폭군인 걸왕과 주왕같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미 이 나라 백성들의 민의(民意)가
걸주가 행한 포악한 정치 중
그 어느 것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오늘날의 폭군은
제 나름대로는 잘 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백성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고,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여겨서
감언이설로 백성들을 속이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대의 폭군인 걸왕과 주왕이 힘으로 백성들을 제압했다면,
오늘날의 폭군은
세 치 혀로 백성들을 속이는 자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즉 고대의 폭군과 오늘날의 폭군이 가지는 공통분모는
백성들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고 민의(民意)를 훔쳐
일신의 영달만을 추구한다는 점에 있는 것입니다.
사실 힘이 세상을 지배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공자는 일생을 통해 여러나라의 임금을 찾아다니며
덕(德)으로 나라를 다스릴 것을 간청했지만
그 말을 들어준 국왕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늘날의 정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백성들은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해줄 것을
오랜기간동안 요구해왔고,
그들 스스로도 그렇게 하겠노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백성들의 희망정치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정치가는 여전히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여전히 자신의 영달을 위해 교묘한 말로 백성들을 속이고
현혹하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을 고대 중국의 폭군과 비견되는
오늘날의 폭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그들의 마음속에
백성들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모 정치인이 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
정치권을 겨냥한 수사는 없지만
수사 과정에서 파생적으로 정치인의 비리가 나온다면
이를 내버려 두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말한 것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비리척결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동안 정치인의 비리 척결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비단 정치인 뿐만 아니라 재계인사들의 비리에 대한 척결 역시 국민들의 바람을 만족시킨 적이 드뭅니다.
따라서 누가 들어도 일반적인 접대용멘트였던
그 정치인의 이 말 한마디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 스스로가 결정적인 하자를 지닌
당사자였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오늘날의 정치가 썩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고대에 폭군의 최후는 죽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폭군의 최후는
백성들의 마음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지금 이 땅의 정치가들은
백성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있지는 않은지
묵묵히 성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이것마저 외면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폭군 혹은 포악한 정치인의 반열에 올라있음을
나중에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