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52

이어서 황경규의 고전산책입니다.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흔히들 인간세상의 모든 문제들에 대한
원칙과 지침을 제시해 주는 것이
고전이 우리에게 주는 매력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고전은 인간의 본질과 인간관계의 미묘함,
나아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노하우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군자삼락(君子三樂)을 비롯한 고전이 말하는 군자가 지녀야 할 품성(品性)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자신의 체험으로 나름대로 자신만의 철학을 갖게 마련인데요, 군자가 지녀야 할 품성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고전을 읽다보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단어가
바로 군자(君子)입니다.
고전이 말하는 이른바 군자(君子)는 유교에서는 일반적으로
'성품이 어질고 학식이 높은 지성인'을 의미하고,
춘추전국시대 때에는
‘높은 벼슬을 한 사람’을 부르는 말로도 쓰였습니다.
《예기(禮記)》〈곡례편(曲禮)〉에 따르면,
군자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선한 행동에 힘쓰면서
게으르지 않은 사람을 군자라고 한다'고 했고,
《논어(論語)》〈이인편(里仁)〉에서는
'군자는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잘 알고,
소인은 어떤 것이 이익인지 잘 안다.
군자는 어찌하면 훌륭한 덕을 갖출까 생각하고,
소인은 어찌하면 편히 살 것인가 생각한다.'는 말로
군자를 정의했습니다.
군자의 정의에 따르면
고전속에 나타나는 군자는 사람이 걸어갈 길이자,
사람이 배워야 할 배움의 길로도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군자가 지녀야 할 조건에 대해 적어 놓은 글도
적지 않습니다.
아마 가장 잘 알려진 글이 군자삼락(君子三樂)일 것입니다.
군자삼락은 맹자(孟子) 진심편(盡心篇)에 나오는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君子有三樂)이 있다.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 되는 것은
이 세 가지 속에 들어 있지 않다.
부모가 모두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째 즐거움이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사람을 굽어보아도 부끄럽지 않음이 둘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셋째 즐거움이다.』
결론적으로 맹자는
군자삼락이 곧 인생삼락 즉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질 수 있는
세 가지 즐거움이 된다고 본 것입니다.
더불어 단지 외울 줄만 알고
그 의미를 되새겨 자신에게 돌이켜 보지 않는다면
그 세가지 즐거움은 단지 글 속에 있을뿐
우리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도
매우 중요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이외에도 군자가 지녀야할 품성에 대한 글귀들도 소개를 해주시죠?

▶ 고전을 읽다보면 군자삼락(君子三樂)을 비롯해
군자삼서(君子三恕), 군자삼사(君子三思), 군자삼외(君子三畏),
군자삼계(君子三戒), 군자피삼단(君子避三端) 등
군자가 지녀야할 품성을
보통 세 가지로 갖추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 글속에는 군자가 걸어가야 할 사람의 길이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먼저 군자삼서(君子三恕)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서(恕)라는 말의 뜻이 어렵습니다.
쉽게 풀어보면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즉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군자삼서란
‘군자라면 자기는 하기 싫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는 안되는 세가지’라고
풀어볼 수 있겠습니다.
먼저 군자삼서는
유군불능사(有君不能事)하며
유신이구기사(有臣而求其使)는 非恕也라
임금이 계신데도 섬기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자기를 섬기기를 바라는 것은
恕가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有親不能孝하며 有子而求其報는 非恕也라.
양친이 계신데도 보답하지 아니하면서
자식에게 효를 바라는 것은 恕가 아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有兄不能敬하며 有弟而求其順은 非恕也.
형이 있는데도 공경하지 아니하면서,
아우가 자기에게 순종할 것을 바라는 것은 恕가 아니다.
그리고 글의 말미에
士明於此三恕則 可以端身矣
‘선비는 이 三恕에 밝아야만 몸을 단정히 할 수 있다’라고
끝을 맺고 있습니다.   
이른바 군자삼서는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강요하는 삶을 경계하면서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해야만
바른 삶을 살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 군자삼사 즉 군자가 생각해야 할 세 가지는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 군자삼사(君子三思)는 다음과 같습니다.
‘군자에게는 세가지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젊어서 배우지 않으면 장성해서 능할 수 없고,
나이들어서 후학을 가르치지 않으면
죽은 뒤에 생각해 주는 사람이 없고,
가진 것이 있어도 베풀지 아니하면
자신이 궁할 때 구할 수가 없게 된다’ 라는 뜻입니다.
즉 군자삼사가 말하는 바는
군자라면 어릴때는 그 장성했을때를 생각해
배우는데 힘써야 하고,
늙어서는 그 죽음을 생각해서 가르침에 힘써야 하고,
그 궁함을 생각해 베푸는데 힘써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자삼외(君子三畏) 즉 군자가 두려워하는
세가지도 있습니다.
공자는 군자에게 두려운 것이 세가지가 있으니
하늘의 명을 두려워하고,
자신보다 학덕이 높은 사람을 두려워하고,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늘의 명을 두려워 한다는 것은
사회에 기여하지 못함을 두려워 해야 한다는 뜻이며,
학덕이 높은 사람을 두려워 해야 한다는 것은
덕망이 높고 도량이 넓은 인격자인 대인을 숭앙(崇仰)하고서
이를 본받지 못함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뜻이며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 해야 한다는 것은
성인의 가르침을 거울 삼아 스스로 부족함을 깨닫고도
이를 고치려 하지 않음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군자삼외가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지도자에게 주어진 사명으로서
자신이 처해 있는 세계를 바르게 이끌어야 하고,
옳은 것을 본받고 성현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군자삼계(君子三戒) 즉
군자가 경계해야 할 세 가지로
젊을때는 여색을 경계하고,
장성해서는 싸움을 경계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물욕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군자피삼단(君子避三端)
즉 군자가 피해야 할 세가지 끝으로는
붓끝과 칼끝, 혀끝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고전이 말하는 군자가 지녀야할 세 가지 품성
혹은 조건들을 살펴보면
현대사회와 일정부분 괴리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고전의 지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무의미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불행한 삶이 될 수 있다는 고전의 가르침을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