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51

이어서 황경규의 고전산책입니다.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요즘 사회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논란이 되고 있는 일련의 사회적 이슈들이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에는 갈등과 분열만 조장하는 경우를
쉽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모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만 제시해서
결론을 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고전이 말하는 옳고 그름과 이익과 손해 즉, 시비(是非)와 이해(利害)의 기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만약 시비와 이해가 엇갈릴 때는 무엇으로 기준을 삼아야 한다고 보십니까?

▶ 사실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시비와 이해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아니면 이익과 손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은
당사자에게 있어서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대사회로 넘어 오면서 일반적으로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이익과 손해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일반화돼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자신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고 손해가 되는지가
모든 일을 결정하는 판단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산 정약용은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인간의 행위 기준은 옳고 그름과 이익과 손해
두 가지가 있을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산이 말한 이 글을 조합해 보면
모두 네 가지의 상황이 나옵니다.
먼저 옳고도 이익이 되는 상황과
옳지만 손해가 되는 상황,
옳지 않은데도 이익이 되는 상황과
옳지도 않고 이익도 되지 않는 상황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먼저 이 네 가지 상황 가운데
옳고 이익이 되는 상황과 옳지 않고 이익이 되지 않는 상황은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시비와 이해가 서로 엇갈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의 정의에 부합하고
더불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이라면
시비와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뿐더러
고전이 말하는 이른바 군자(君子)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이 옳지도 않고 이익도 되지 않는다면
이해관계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다만 시비의 문제에 있어서는
옳지 않은 행위를 한 부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옳은데도 손해가 되는 상황과
옳지 않은데도 이익이 되는 상황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시비와 이해가 엇갈릴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의 문제가 고민이 되는 것입니다.
아마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옳은데도 손해가 되는 상황보다는
옳지 않은데도 이익이 되는 상황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다산의 결정은 옳고 그름을 우선해야 하며
이익과 손해가 그 다음이라는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옳지 않은데도 이익이 되는 상황보다는
옳지만 손해가 되는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 사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그런 삶을 살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시비와 이해에 대한 고전속의 가르침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고전을 읽다보면
행위의 기준을 예로 들때 군자와 소인을 인용할 때가 많습니다. 앞서 시비와 이해의 기준을 말할때도
군자는 시비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반면에
소인은 행위를 함에 있어 자신에게 득이 되는지를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습니다.
즉 소인에게 있어서 옳고 그름은
보조적인 기준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논어(論語) 술이(述而)편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어도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도다.
의롭지 않으면서 부귀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 뜬 구름과 같도다’
이 글은 시비(是非)의 기준이 이해(利害)의 기준에 앞선다는
공자의 말씀입니다.
이 말을 다시 풀어보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옳아야 당당할 수 있고,
당당해야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군자는
마음의 자유를 최고의 즐거움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할지라도
자신의 행위가 옳고 마음이 당당하다면
그 가운데서 진정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은 쉬워도 막상 시비와 이해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아마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것입니다.
하지만 고전에서는
만약 그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시비(是非)즉 옳고 그름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합니다.
일의 부분만 본다면
당장은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시비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이 당당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어(論語) 이인(里仁)편에서는
‘군자는 옳고 그름에 밝고 소인은 이해에 밝다’라고 했고,
맹자(孟子) 공손추 편에서는
‘스스로 돌이켜 보아서 떳떳하면
비록 수천만이 반대해도 나의 길을 간다’라고 했습니다.

○ 혼탁한 사회를 바로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게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시비와 이해를 가리는 지혜도 필요하지만,
예의염치를 아는 삶도 매우 중요합니다.
일부에서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타락하고 부끄러운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 이유의 하나로,
바로 예의염치, 즉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어져 가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다시말하면, 옳고 그름보다는
자신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또한 그러한 자신의 행위가 부끄러운 일인지조차 모른채
살아가는 세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양 철학자인 파스칼(Pascal)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은 두 종류 밖에 없다.
자신을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의로운 사람과
자신을 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죄인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시비와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 없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처방은
바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가짐입니다.
맹자(孟子)는
‘수오지심은 의지단야(羞惡之心 義之端也)’라고 했습니다.
즉 ‘부끄러워 하는 마음이 의로움의 단초가 된다’라는 뜻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이해관계보다는
시비를 따지는 사람이 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할지라도
만약 그 일이 옳지 않은 일이라면
궁극적으로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못하고
손해를 초래하게 된다는 고전의 가르침을
가슴깊이 새겨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