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50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도둑이 오히려 성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세상에 도둑질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우회적 표현입니다.
비단 남의 재물을 훔치는 것만이 도둑질이 아닙니다.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서
남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는 기회를 빼앗는 것도
질 나쁜 도둑질에 해당합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백성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도둑질이란 본래 재물에 대한 탐욕에서 비롯된 일이 아닐까요?

▶ 논어(論語) 옹야(擁也)편을 보면
재물에 대한 공자의 견해를 알 수 있습니다.
공자의 제자인 자화(子華)라는 사람이
제(齊)나라에 사신을 가게 되자,
제자인 염자(冉子)가 자화의 모친에게 곡식을 주기를 청했습니다.
공자는 자화의 모친에게 쌀 열말 넉되를 주라고 했는데
염구가 좀 더 주자고 청했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열 여섯말을 주라고 하자,
염구는 공자의 말을 듣지 않고
자화의 모친에게  여든 섬이라는 엄청난 양의 곡식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화는 제 나라로 갈 때 살찐 말을 탔고,
비싼 가죽 옷을 입어 사치스러울 정도였다.
내가 알기로는 군자는 남이 다급할때는 도와주지만
풍족할 때는 더 늘려 주지 않는다’라면서
제자를 꾸짖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공자는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뱅이는 더욱 가난해지는 불의를
가장 큰 도둑으로 여겼다는 것입니다.
사실 공자가 주유천하(周遊天下)를 할때
샘물의 이름이 도둑 도(盜)에 샘 천(泉) 즉 도천(盜泉)
‘도둑 샘’이라고 해서 목이 마름에도 불구하고
그 우물의 물을 마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공자는 재물의 불의(不義)에 대해 엄격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는 여전히 큰 도둑, 작은 도둑이
제 세상을 만난듯 활개를 치고 있고,
때로는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
백성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할 기회마저 빼앗아버리는
신종도둑들까지 판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 도둑질도 여러 종류가 있을 것 같은데요?

▶ 도둑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밤중에 남의 집 담을 타고 넘어가
돈을 훔치고 보석을 훔치는 사람도 도둑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남의 호주머니의 지갑을 슬쩍 하는 것도 도둑입니다.
하지만 강도나 소매치기만 도둑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어떤 것이든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가로채고, 훔치는 짓을 하는 사람은 모두 도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은 도둑이든 큰 도둑이든 모두 동정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좀도둑은 동정의 여지가 있습니다.
가난이 도둑을 만드는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
좀도둑인 까닭입니다.
다만 좀도둑도 버릇이 되면 동정 받을 여지가 없습니다.
한 번 범한 과실은 용서 받을 수 있지만
버릇이 된 과실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도둑질을 하는데도 큰 손이 있고 작은 손이 있습니다.
담을 넘는 강도나 지갑을 빼가는 소매치기는
작은 도둑에 불과합니다.
작은 도둑은 개인의 재물을 훔치지만,
큰 도둑은 나라의 재물을 훔칩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나라에 큰 도둑이 많으면
백성은 날마다 도둑질을 당해 도탄에 빠지고,
나라마저 망한 경우가 적지 않았음을
우리는 고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최근에 고위공직자 자제들의 특혜취업이 논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 이른바 부정부패의 도둑이 있습니다.
세금을 떼어 먹거나 잘라먹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사실 세금은 백성들이 낸 나라의 돈이거나,
백성을 위해 쓰려고 나라가 받아 들이는 돈입니다.
그런데 지위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두 가지의 도둑질을 하게 됩니다.
먼저 백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면
세금을 안내려고 십 원의 뇌물을 써서
그 뇌물을 받는 자를 도둑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나머지 구십원은 자신이 도둑질을 합니다.
자신이 도둑이 되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까지 도둑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짓은 많이 가지면 가질 수록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에서부터 비롯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도둑질이 가장 올바르지 못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보다 더한 도둑이 나타났습니다.
고위공직자들의 자제들이 부모의 후광으로 특혜를 받아
회사에 취업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수년 동안 백수시절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들의 행위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고,
어떻게 보면 그들은 도둑 중에서도
최악의 도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 땅의 모든 백성들에게 주어져야 할 공평한 기회를
그들이 가진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훔쳤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들이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재물을 훔쳤다면
국민들이 쏟아내는 비난의 강도가 이처럼 세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에게도
평생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습니다.
고위공직자로써 자녀들에게 사회의 정의를 가르치기 보다는
도둑질을 가르친 그들은 결코 용서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공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재물이라는 것은 모자라면 모자라는 만큼만 주어지면 된다.
넘치게 주어지면 안된다.
이것이 재물을 운용하는 올바름(義)에 속한다’
줄 것이 있으면 덜 주지도 말고,
더 주지도 말라는 공자의 말에서
덜 주는 것도 재물의 불의(不義)에 속하고,
넘치게 주는 것도 재물의 불이(不義)에 속하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재물을 나누어주는데도 올바름과 그릇됨이 있는데,
하물며 남의 것을 훔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도 주어져야할 기회까지 빼앗는 일에 있어서는
이 보다 더 엄격하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백성의 호주머니를 터는 도둑들이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