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49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착한 행동을 하면 반드시 보답을 받고,
악행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고야 만다는,
이 땅의 정의 혹은 인과응보의 존재감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하는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고전이 말하는 인과응보(因果應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정의 혹은 인과응보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볼 필요가 있을것 같은데요?

▶ 정의(正義)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사회 구성원들이 공정하고
올바른 상태를 추구해야 한다는 가치로,
대부분의 법이 포함하는 이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과응보(因果應報)란
행위의 선악에 대한 결과를 나중에 받게 된다는 말로,
흔히 죄 값을 치른다는 개념을 나타낼 때
주로 쓰는 한자성어입니다.
이렇게 정의와 인과응보의 개념을 정의하고 난 뒤 바라본
지금 세상은 결코 사전적 정의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면
‘저 사람은 저렇게 착하게 사는데 왜 저리도 못살까?
그리고 저 사람은 저렇게 나쁘게 사는데
도대체 왜 벌을 받지도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잘사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너무나 자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른바 착하게 살면 바보가 되는 세상을 살고 있고,
그래서 바보가 사는 세상이 되고,
그리고 누군가는 바보만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세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선행은 반드시 보답을 받고
악행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과
혼탁한 세상을 보면서 ‘과연 정의라는게 있긴 한건가’ 혹은
‘인과응보는 실제로 존재하는가’라는 생각에
때로는 의심하고 분노하는 순수하고 정의로운 사람에게
19세기 유학자인 심대윤 선생은
『복리전서(福利全書)』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위로와 확신을 주고 있습니다.
‘선행이나 악행은 그 기운이 쌓여 어느 정도 형체를 이룬 뒤에야 그에 대한 복과 재앙이 이르는 법이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선행에 대한 보답과
악행에 대한 대가가 반드시 이를 것이다.
그것이 혹 나의 대(代)가 아니라면 후대에라도 이루어질 것이니 세상 사람들이여, 이 원리를 안다면
그 어찌 ‘착하게’ 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심대윤 선생의 말은
‘그 근본이 바로 갖추어지지 않으면
나중에 이루어지는 그 모든 일 중에
바로 설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어쩌면 가장 무서운 경고의 말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 고전에서 말하는 인과응보의 의미를 담은 글귀가 아주 많을 것 같은데요?

▶ 칸트라는 철학자는
신(神)은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
선이 꼭 복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악이 반드시 재앙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영원의 세계 속에서 신(神),
인격을 갖춘 선한 하나님이 존재해야 된다면서
신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서양은 신(神)의 존재를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반면에
동양철학에서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
혹은 ‘스스로 자신을 닦아야 한다’는 수신(修身)의 개념을
문제해결의 열쇠로 삼고 있습니다.
소학(小學)에 나오는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즉 선을 차곡차곡 쌓는 집안은 복이 남아 있다’는 말처럼
착한 일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복이 자신 뿐만 아니라 자손에게 까지도 미친다는 것입니다.
『열자(列子)』라는 책에는
언미즉향미(言美則響美)요 언악즉향악(言惡則響惡)이라고 해서
‘말이 아름다우면 그 메아리도 아름답고,
말이 악하면 그 메아리도 악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맹자(孟子)는 출호이자 반호이자(出乎爾者 反乎爾者) 즉 ‘너에게서 나간 것은 너에게로 돌아온다’라고 했고
역경(易經)에서는
‘가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는 경우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만약 그 근본부터 처신이 올바르지 못한데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명예와 부를 구가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행위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고전이 우리에게 주는 엄숙한 가르침입니다.

○ 최근 새로운 총리 후보자를 놓고 또다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것 같은데, 같은 맥락으로 봐도 될까요?

▶ 흔히들 정치인을 두고 재미있는 동물이라는
다소 격한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실제로 입만 열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데도 용케 살아남고 더 큰 권력을 움켜 쥐기도 하고 부와 명예를 축적하기도 합니다.
자신에게는 관대한 반면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가 하면
때로는 뻔뻔하기도 하고, 교활하기도 하며,
음흉하고 잔인하기까지도 합니다.
지난번 장관과 총리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도덕적 결함에 이어 새롭게 지명된 총리 후보자 역시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또 한번 고위층 인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놓고 일부에서는
색다른 시각으로 보는 분도 계신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이런식으로 따지고 든다면
앞으로 총리나 장관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이 세상에는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입니다.
결국 이 세상을 사는 사람중에
이같은 흠결이 없는 사람이 있기 어렵다는 뜻인것 같습니다.
결국 도덕적인 하자는 있을지라도
능력이 있다면 허물은 덮어줄 수 있지 않는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의견에 동의를 하는 분들도
주변을 살펴보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화의 오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총리나 장관 후보에 지명된 후보자들이
대부분 그렇다고 해서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고
결론 짓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치인이 아닌 다른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더욱 더 엄격한 잣대를 갖다 대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른바 착하게 살면 바보가 되는
잘못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고,
착한 바보만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우글대는 세상을
맑게 정화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수신(修身), 즉 제 스스로를 닦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편안하게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 보다 더 위험한 일임을
반드시 기억하고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