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48

이어서 황경규의 고전산책입니다.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내일은 우리나라의 4대 명절(설날, 단오, 한식, 추석) 중의
하나인 한가위, 즉 추석(秋夕)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추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먼저 추석의 유래와 풍속에 대해 한 번 알아볼까요?

▶ 추석(秋夕)은 우리나라 4대 명절의 하나로
한가위, 중추, 중추절, 가배일로 부르기도 하고,
음력 8월 15일에 치르는 명절로서 설날 다음으로 한국인에게
전통적으로 깊은 뜻을 지니고 있는 명절입니다.
추석이 되면 가을 추수를 끝내고 햅쌀과 햇과일로
조상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며,
성묘와 벌초를 하고 소놀이와 원놀이, 반보기, 올게심니 등의
풍속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가위의 어원을 살펴보면 '한'이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란 '가운데'를 나타내는데,
'가위'란 신라 시대 때 여인들이 실을 짜던 길쌈을
'가배(嘉俳)'라고 부르다가 이 말이 변해서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가위란 8월 중에서도 정(正)가운데란 뜻이며,
정중심(正中心)을 우리가 '한가분데' 또는 '한가운데'라고 하듯이
'한'은 제일(第一), 또는 큰(大)의 뜻 이외에도
가운데(正)라는 뜻도 있음도 알 수 있습니다.
추석(秋夕) 즉 한가위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신라의 제3대 왕인 유리 이사금 때 벌인 적마경기(績麻競技)
즉 길쌈경기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따르면
신라(新羅) 3대 유리왕(儒理王) 때에
음력(陰曆) 7월 16일부터 나라 안의 여자(女子)들을 모아 놓고
두 편으로 나눈 뒤, 두 명의 공주(公主)가 한 편씩 거느리고
밤낮 길쌈을 시켜 한가윗날 전까지 그 많고 적음을 견주어,
진 편에서 8월 15일에 음식(飮食)을 내고
춤과 노래와 여러 가지 유희를 했다는데서 유래하고 있습니다.

○ 벌초와 성묘를 비롯한 한가위 세시풍속도 소개를 좀 해주시죠?

▶ 한가위 세시풍속으로는 지역별로 많은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벌초(伐草)·성묘(省墓)·차례(茶禮)·소놀이·
강강수월래·원놀이·씨름·반보기․올게심니 등이 있습니다.
먼저 추석이 다가오면
반드시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와 성묘를 했습니다.
옛날부터 벌초는 자손이 마땅히 해야할
효성의 표시와 도리로 여겼습니다.
만약 한가위 때에 성묘를 와서 벌초를 하지 않으면
보기에도 흉할 뿐만 아니라,
불효의 자손을 두었거나 임자 없는 묘라 해서
남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추석 이른 아침에는 사당을 모시고 있는 종가(宗家)에 모여
고조(高祖)까지의 차례를 지내게 됩니다.
차례 지내는 절차가 설날과 다른 것은
흰 떡국 대신 메[밥]를 쓰는 점입니다.
이때 제물은 조상에 대한 추원보본(追遠報本)과 천신제(薦新祭)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신곡(新穀)으로 만들어 올려야 합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추석에 행하던 놀이중
소놀이가 있었습니다.
차례를 지내고 난 뒤 동네사람들은 소 위에 상 머슴을 태우고
그 해 가장 농사가 잘 된 집이나 부잣집을 찾아가 대문 앞에서
'소가 배가 고프고 구정물을 먹고 싶어 왔다'라고 외치면
주인이 나와서 일행을 맞이해
술과 떡과 찬을 마련해 대접을 합니다.
소놀이를 할 때는 당년에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집 머슴을
상머슴으로 뽑아 소등에 태우고
마을을 돌며 시위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번 상머슴으로 뽑히면
다음해 머슴 새경을 정할 때 우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 원놀이와 반보기라는 풍속놀이는 조금 생소한데요?

▶ 원놀이는 서당공부를 하던 학동들이
추석이 되면 하는 놀이입니다.
서당의 훈장선생이 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성묘를 하러 가면
서당에서 공부하던 학동들 중에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원님으로 정하고
소장을 내어 그 판결을 받는 놀이로
오늘날로 치면 모의재판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반보기는 추석이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일자와 장소를 미리 정하고 만나는 것을 반보기라고 합니다.
옛날에 시집간 여자들은
마음대로 친정 나들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간 지점을 정해서 만나
한나절 동안 나누지 못했던 회포를 푸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추석이 되면 각 마을의 소녀들도
꽃단장을 하고 참여하기 때문에
반보기가 자연스럽게 동네의 며느릿감을 선정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반보기란 중로(中路) 즉 길 가운데서 상봉했기 때문에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올게심니라는 풍속도 있습니다.
추석을 전후해서 잘 익은 벼, 수수, 조 등 곡식의 이삭을
한 줌 베어다가 묶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걸어 두는데
이것을 올게심니라고 합니다.
올게심니를 할 때에는 주찬(酒饌) 즉 술과 음식을 차린 뒤
이웃을 청해서 주연을 베풀기도 합니다.
올게심니한 곡식은 다음해에 씨로 쓰거나,
떡을 해서 사당에 천신하거나, 터주에 올렸다가 먹는데,
올게심니를 하는 것은
다음해에 풍년이 들게 해달라는 기원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추석이 갖고 있는 의미를 알아보고,
직접 해보기는 어렵지만
추석에 행해지던 세시풍속을 찾아 함께 공부를 해보시면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