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71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역사를 살펴보면 벼슬을 탐하거나 빼앗는 사람은 많지만,
아낌없이 자신의 벼슬을 버리는 사람은 참으로 드문것 같습니다. 그래선지 역사는
벼슬을 구하는 사람보다는
벼슬을 버린 사람을 눈여겨 보고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고전속에 나타난
벼슬을 버리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세상이 어지러울 수록 벼슬을 탐하는 사람은 많아지고 벼슬을 버리는 사람은 적어 질것 같은데 어떤가요?

▶ 중국 고대 요(堯)임금이 나라를 다스렸던 시절의 백성들은
격양가(擊壤歌)를 부르며 태평성세를 마음껏 누렸다고 합니다.
중국 어디를 가던지
강구연월(康衢煙月)에 격양가가 넘쳐 흘렀다고 합니다.
사마천은 그의 저술인 사기(史記)에서
요임금의 사람됨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그의 어짊은 하늘과 같았고, 그의 지혜는 신과 같았다.
백성들은 그를 해처럼 따랐고 구름처럼 바라보았다.
부귀하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사람을 깔보지 않았다’
이처럼 요임금은 총명하고 인정이 깊었으며 하늘의 뜻을 받들고 백성들을 어린자식처럼 사랑하는 정치를 했기 때문에
백성들은 늘 편안한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요임금이 나이가 들어 후계자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될
긴박한 상황에 놓이자,
출신여하를 막론하고 천하를 맡길 만한 인재를 추천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이에 방제(放齊)라는 신하가 요임금의 장남인
‘단주’를 추천하지만,
요임금은 자신의 아들인 단주가 ‘덕(德)과 의리(義理)가 없고
소송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내친 것을 비롯해
중신인 환두(驩兜)가 추천한 공공이라는 사람은
인격에 문제가 있음을 이유로 거절했다고 합니다.
요임금은 일찍이 허유(許由)라는 사람이 어질다는 소문을 듣고
그에게 천하를 물려주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소문을 들은 허유라는 사람은
영수(潁水)가의 기산(箕山)에 숨어버렸고,
다시 요임금이 자신을
구주(九州)의 장으로 삼으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영수가에서 귀를 씼었다고 합니다.
이후 요임금은 순(舜)임금을 후계자로 삼아
요임금때에 못지 않은 태평성세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역사 이래로 벼슬을 탐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강변하곤 했습니다. ‘세상이 더러우면 임금이 주는 벼슬을 받아
세상을 맑게 씻으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백성이 더러워서 세상이 더러워지는 법은 없습니다.
이른바 벼슬을 탐하는 자들의 야욕이 더러워서
세상이 그렇게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벼슬을 탐하는 이가 많아지고
벼슬을 버리는 이가 적은 것은
세상이 어지럽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공자도 벼슬을 한 적이 있지만, 헌신짝처럼 벼슬을 버렸던 때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 사실 공자는 벼슬이라는 것이
사람이 되는 법을 어기기 쉬운 곳임을
누구보다 잘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평생동안 백성을 억압하는 임금을 찾아가
성군(聖君)이 되기를 원했고,
입에 쓴 말을 멈추지 않으면서 벼슬을 버렸습니다.
이러한 공자의 사상은
제자인 민자건(閔子騫)에게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노나라에서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던 계씨(季氏)가
민자건에게 비(費)라는 땅의 고을 원님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하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발 나를 위해 그 명을 거두어 주시오.
만약 또다시 나를 부른다면
나는 반드시 무수강 위에 있게 될 것입니다”
중국 남방의 시인인 굴원(屈原)의 시(詩)에
‘청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탁하면 발을 씻는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당시 굴원이 관직에서 쫓겨나 세상을 원망하자
강가를 지나던 어부가 굴원에게 한 말입니다.
아마도 공자는 당시의 폭군들에게
발을 씻는 심정으로 성군이 되라고 했을 것이고,
공자의 가르침을 받은 민자건 역시
세상을 흉흉하게 만들고 있는
더러운 권문의 일꾼이 되어
하수인 노릇을 할 수 없음을 당당하게 말한 것입니다.
세상은 당시의 폭군들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천하의 맹주가 되기를 거부하면서
영수가에서 귀를 씻었던 허유와
폭군의 하수인이 되기를 거부했던 민자건의 행실은
천하의 본보기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세상 어디에서나 권력다툼의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이래 이러한 권력다툼의 피해자는
여전히 백성들이었습니다.
지금도 벼슬을 구하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나 있습니다.
다만 그들이 백성위에 서는 권력이 아닌
백성을 위한 권력이 되기만을 바랄뿐입니다.

○ 이번 주 고사성어도 소개해 주시죠?

▶ 검려지기(黔驪之技)라는 말이 있습니다.
풀어보면 ‘중국 검(黔) 땅에 있는 당나귀의 재주’라는 뜻입니다. 중국의 검주(黔州)는 당나귀의 산지였다고 합니다.
어느날 당나귀 한 마리가 우연히 길에 버려졌는데
그곳을 지나가던 호랑이가 난생 처음본 나귀를 발견하고는
처음에는 몸을 숨기고 당나귀의 움직임을 살피다가
조금씩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당나귀는 호랑이를 향해 연신 뒷발질을 해댔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호랑이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시간이 흘러 당나귀의 재주가 뒷발질밖에 없음을 눈치 채고는
목덜미를 물어 잡아 먹었다고 합니다.
만약 당나귀가 뒷발질을 하지 않았다면
호랑이는 달려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섣불리 졸기(拙技) 즉 졸렬한 재주를 보인탓에
호랑이의 먹이가 되고 만 것입니다.
공자는 사람이 가진 재주는 물론이고 말을 하는데 있어서도
신중히 해야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말이라는 것은 곧 행동할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항상 말하는 것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신속하게 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자신이 가진 작은 재주를 남에게 보이기 좋아하는 사람치고
자신의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드물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이가 적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