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69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세상을 살면서
언제나 모든 것을 얻기만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게 되는 것이
‘세상살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얻기 위해 버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을 살면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항상 문제가 됩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고전이 말하는 현자(賢者)의 계산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현자(賢者) 즉 현명한 사람의 계산법은 어떤 것일까요?

▶ 현명한 사람은 작은 계산을 버리고 큰 계산을 취합니다.
짧은 시간을 잃고 큰 시간을 취하며,
가지를 잃고 뿌리를 취합니다.
즉 크고 긴 것을 보는 안목이 있다는 것입니다.
문자(文子)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日計之而不足(일계지이부족)이라도
歲計之而有餘(세계지이유여)라」
풀어보면 ‘하루의 계산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한 해의 계산에는 이득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비록 하루를 계산해 보면
손해가 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한 해를 따져 생각해 볼 때 이익이 되는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고전속에도 이러한 가르침이 되는 이야기는 적지 않습니다.
초(楚)나라에 손숙오(孫叔敖)라는 사람이
병이 들어 죽기 전에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죽으면 왕이 너에게 봉토(封土)를 내릴 것이니,
너는 비옥한 땅은 남에게 양보하고,
모래와 자갈투성이인 유침(有寢)의 땅을 받도록 해라.
그 땅은 척박하기도 하거니와 이름도 추악해서
아무도 그 땅을 탐내지 않을 것이다’
손숙오가 죽은 뒤,
왕이 그의 아들에게 비옥한 영지를 봉토로 주려고 하자
그 아들은 아버지의 유훈에 따라 유침의 땅을 청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초나라의 관습상 공신(功臣)이라 할지라도
2대에 걸쳐 녹(祿)을 누리지 못했는데
오로지 손숙오의 자손만은
그 녹을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손숙오는 짧은 이득과 긴 이득을 가리는 지혜를 가졌던 것입니다.
이처럼 작은 셈을 버리고 큰 셈을 취하는 것이
현자의 계산법입니다.
그는 좋은 땅은 잃었지만,
자손들에게 그 봉록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 그렇다면 우자(愚者) 즉 어리석은 사람의 계산법은 어떻습니까?

▶ 어리석은 사람의 계산법은
작은 셈과 큰 셈의 구분이 없습니다.
자신이 취하는 이득이 큰 셈이 되는지 작은 셈이 되는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작은 셈을 큰 셈으로,
큰 셈을 작은 셈으로 잘못 알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얻고도 결국은 잃게 되는 것이
우자의 계산법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말하면 현명한 사람들은 멀리 내다보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의 생각은
바로 눈 앞에 놓인 이익만 본다는 것입니다.
산림을 다 태우면서 사냥을 하게 되면
잡을 수 있는 짐승은 비록 많겠지만
이듬해에는 잡을 짐승이 없게 되고,
연못의 물을 다 퍼내서 고기를 잡으면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지만,
이듬해에는 잡을 고기가 없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처럼 현자와 우자의 계산법을 잘 알고 있다 할지라도
스스로 노력하고 집중하지 않는다면
일의 성과를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회남자(淮南子) 설림훈(說林訓)에
「축록자 불고토(逐鹿者不顧兎)」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슴을 쫓는 자는 토끼를 돌아보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만약에 큰 일과 작은 일을 구분하지 못하면
아무리 애를 쓴다 할지라도 그 결과는 미미하고,
또한 집중하지 못한다면
이루고자 하는 큰 일은 이룰 수가 없다고 합니다.
사슴과 토끼를 구분하고
사슴을 쫓되, 토끼에 한 눈 팔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사슴을 잡는 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논어(論語)에도
‘작은 이익을 노리지 마라.
작은 이익을 노리면 큰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했고,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는 ‘작은 이익을 희생하지 않으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새해에는
작은 이익보다는 큰 이익을 추구하는 목표를 정하는 동시에
그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노력이 뒷받침될 때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진다는
고전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오늘의 고사성어는 어떤 내용입니까?

▶ 새해를 맞아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신년화두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사자성어로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뜻을 지닌
‘일기가성(一氣呵成)’을 신년화두로 선정했습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태화위정(太和爲政)’을 선정했습니다.
이 말은 대화합을 정치의 근본으로 삼는다는 뜻으로
화합하면 이기고 갈라지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재오 특임장관의 신년화두는
‘불로무영(不勞無榮)’이었습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영광도 없다’는 뜻입니다.
정부부처의 기관장들도 다양한 사자성어를 내놓았습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남보다 먼저 도모하면 능히 남을 앞지를 수 있다는
‘선즉제인(先則制人)’,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바지하여 돕고 부족함을 보태준다’는 뜻을 가진
기여보비(寄與補裨)를 사자성어로 선정했습니다.
그런반면 교수들은 2011년 새해 사자성어로
 ‘民貴君輕’(민귀군경)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민귀군경’은 맹자 ‘진심’편에서
‘백성이 존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 성어입니다.
교수신문이 민귀군경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새해에는 나라의 근본인 국민을 존중하는 정치,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가 시행되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며
나머지 하나는 이전 대통령이 그랬듯이
이명박 대통령도 마지막 임기년도 전에
주요 정책을 실현하는 데 조급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럴수록 민귀군경의 뜻을 되새기고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줬으면 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일기가성도 중요하고,
정치인들의 화합을 기치로 한 정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교수신문이 말한 백성을 근본으로 하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은 아무런 가치를 가질 수 없습니다.
새해에는 그 어떤 일보다
국민이 우선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