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68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상대방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스스로가 그 대상이 되어보거나
그 입장에 서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어떠한 대상을 본다는 것은
그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고전이 말하는 오해(誤解)와 이해(理解)의 진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오해가 일어나는 근원은 어디에 있습니까?

▶ 『노자(老子)』라는 책을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이신관신(以身觀身)하고 이천하관천하(以天下觀天下)하라」
풀어보면 ‘그 몸으로써 몸을 보고,
그 천하로써 천하를 본다’라는 뜻입니다.
대개 사람이 가진 어리석음의 상당부분은
아상(我相) 즉 잘못 깨달은 것에 집착해서
이를 참다운 ‘나’라고 생각하는 일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자신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상대방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대상을 대상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집과 선입견을 통해서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인식체계로 상대방을 보게 되면
필연적으로 이른바 오인(誤認)과 오해(誤解) 즉
상대방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그릇된 해석을
수반하게 되는 것입니다.
『장자(莊子)』<외편(外篇)>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노(魯)나라에 해조(海鳥) 한 마리가 찾아왔는데,
노나라 임금은 이 새를 길조(吉鳥)라 생각하고
온갖 음식과 음악으로 이 새를 극진히 대접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임금의 극진한 대접에도 불구하고
이 해조는 사흘 만에 죽었다고 합니다.
이 새가 죽은 이유는
노나라 임금이 자신이 먹고 마시고 노는 방법으로
새를 대접했을 뿐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한 편의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새를 알려면 새의 입장에서 보아야 하고,
아이를 알려면 아이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의 입장에서 새를 보고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를 봐서는
있는 그대로의 새와 아이를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갓난 아이라면 또한 그와 더불어 갓난아이가 되라’
이른바 오해(誤解)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늘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필요하다는 장자의 가르침입니다.

○ 새해에는 서로 오해하기 보다는 이해하면서 살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깨달음과 배움의 과정 역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 노자(老子)에 ‘학문을 하면 날로 더해가고,
도(道)를 행하면 날로 덜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학문이란 지식을 배우는 과정이고,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깨달음에 이르게 된 경지가 바로 도(道)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학문이라는 것은
깨달음에 이르는 하나의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사실 학문에 매진하게 되면 스스로에게 지식이 쌓이게 됩니다.
하지만 노자는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야 하듯이
깨달음에 이르고 나면 이에 이르기 위한 수단이었던
지식은 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학문을 하면 날로 지식이 더해가고,
깨달은 경지에 이르면 지식이 덜어지기 때문입니다.
『회남자(淮南子)』<도응훈(道應訓)>에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공자의 제자인 안회가 공자에게
‘저는 예악(禮樂)을 잊었습니다’라고 말하자,
공자는 ‘잘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다시 안회가 ‘인의(仁義)를 잊었습니다’라고 하자
공자는 이번에도 ‘잘했지만 아직 멀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안회가 ‘저는 좌망(坐忘)에 이르렀습니다’라고 말하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대는 현인의 경지에 들어갔도다’
이 이야기를 보면
공자는 안회가 말한 ‘잊음’의 정도에 따라
그의 현명함을 평가했습니다.
다시말하면 공자는 자신의 지식을 버린 정도가
좌망이라는 궁극의 경지에 이른 것이
이른바 도(道)가 통한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사실 보통의 사람들은 버려야 함을 깨닫기 위해서는
더하는 과정 즉 배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결국 털어내기 위해 우선은 쌓아야 하는 것이
보편적인 사람들의 숙명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작은 지혜가 쌓였다가 버려진 그 자리에
비로소 큰 지혜가 쌓이게 되고,
그곳에서 마침내 이해(理解)라는 결실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면
오해(誤解)는 생기지 않을 것이고,
배움과 깨달음, 그리고 버림의 과정에서 큰 지혜가 축적되어야만 비로소 상대방을 이해(理解)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아집과 선입견이 부르는 오해(誤解)보다는
자신의 가슴속에 바탕을 둔
큰 지혜에 기초하는 이해(理解)가
늘 우선되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 이번주부터 고사성어(故事成語)를 한 편 씩 소개해 주실텐데요, 이번 주 고사성어를 소개해 주시죠?

▶ 도청도설(道聽塗說)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 말은 논어(論語) 양화편(陽貨篇)에 나오는 글로
 ‘길에서 듣고 길에서 말한다’라는 뜻을 가진 고사성어입니다.
공자는 논어 양화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길에서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그것을 자신의 마음속에 넣어
수양의 양식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도 그것을 길에서 다 말해버리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은 말은 마음에 잘 간직해 두었다가
자기 것으로 삼아야 덕을 쌓을 수 있다.’
그런가하면 순자(荀子)는 권학편(勸學篇)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소인의 학문은 귀로 들으면 입으로 빠져 나간다.’
이것은 학문을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배운 학문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입으로 말하기만 좋아할 뿐
자신의 수양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길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마치 진실인양 떠들어대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자신을 뒤돌아보는 교훈으로 삼지 않고
덩달아 그 자체를 또다시 문제삼는 것이 일반화된 요즘 세상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