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67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나라의 근본은 가정(家)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전속에도 이러한 글은 숱하게 많습니다.
역경(易經)에서는
‘가정을 바로 하면 천하가 바르게 된다’라고 했고,
대학(大學)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데 있다(治國在齋其家)’고 했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을 맞이하여
가정의 소중함과 효(孝)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 고전속에서 나라의 근본이 되는 가정의 중요성을 피력한 글부터 소개를 좀 해주시죠?

▶ 사실 고전을 읽다보면 너무나 평범한 글이지만,
그 글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이른바 가정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는
고전속의 글이 바로 그렇습니다.
맹자(孟子)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國之本在家(국지본재가)요, 家之本在身(가지본재신)이라’
풀어보면 ‘나라의 근본은 가정에 있고,
가정의 근본은 자신의 몸에 달려 있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도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사람 됨됨이가 효성스럽고 공경하면서
윗사람을 해치기를 좋아하는 자는 드물며,
윗사람 해치기를 좋아하지 않고서
난을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자는 있지 아니하다.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이 서면 도(道)가 생기는 것이니,
효제(孝悌)는 인(仁)을 행하는 근본이다’
효(孝)라는 것은 부모를 잘 섬기는 것이고,
제(弟)는 형을 잘 섬기는 것이니,
한 집안의 질서가 바로 서면
사회가 어지럽지 않게 된다는 유자(有子)의 말입니다.
사실 이러한 고전속의 가르침들은
그동안 수없이 들어왔던 말이지만,
실제로 몸소 실천하여 행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만약 이 말씀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올바로 실천돼 왔다면
이른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생기는 혼란은
애초에 없었을 것입니다.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J.G 홀랜드는
‘어떤 나라도 선량한 가정생활이 있는 한 무너지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나라의 기강이 혼란하다고 해서
누구를 욕할 일은 아닙니다.
혼란을 일으키는 사람도 어느 가정의 일원이고,
그 누구의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각자 자기의 가정에서 자기 자식을 올바르게 가르치면
나라 걱정을 별도로 할 일이 없습니다.
가정이 바로 서야만 나라가 저절로 바로 설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이른바 집안에서 효자가 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길, 역시 가정에서 비롯되는 일이 아닌가 싶은데요?

▶ 사람의 마음이란 다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내가 자식에게 원하는 바를
부모 역시 나에게 원하고,
내가 아랫사람에게 원하는 바를
윗사람 역시 나에게 원합니다.
따라서 집안에서 효자가 되고
사회에 나가 이른바 성공하는 사람이 되는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마음을 헤아려서 어버이와 윗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나의 마음이 대접받고자 하는 바로써
다른 사람을 대접하면 되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지극히 평범한
이 두 가지 사실의 이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부모 자식간의 관계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즉 효(孝)라는 것은 무릇 추기급인(推己及人)
즉 ‘자기를 밀추어서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일’과
역지사지(易地思之)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말미암는 것입니다.
가정을 바로 세우는 일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부모와 자식간은 물론이고 부부간의 관계나
형제간의 관계 역시 그렇습니다.
만약 이같은 추기급인과 역지사지의 마음을
동시에 마음속에 갖출 수만 있다면
가정을 바로 세우는 일은 물론
사회에 나아가 성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다는 말입니다.


○ 고전이 말하는 현대적 효(孝)의 가치는 어디에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과연 지극한 효(孝)는 어떤 것일까요?
예기(禮記) 곡례(曲禮)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사람의 자식이 된 자는 부모의 말씀이 없더라도
속 말씀을 들어야 하고,
부모가 나타내지 않더라도 속 모습을 보아야 한다.’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
효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자식에게 모든 속내를 드러낼 수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따라서 밖으로 표현되기 전에
부모의 속내를 살펴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린다면
비로소 지극한 효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것이 우선시되는 오늘날의 효에 대한
공자의 따끔한 가르침도 있습니다.
공자는 제자인 자유(子有)가 효에 대해 묻자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오늘날의 효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부모님을 잘 봉양하는 것만을 가리키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개나 말조차도 봉양함이 있으니
만약 부모님에 대한 공경하는 마음이 없다면
부모님을 봉양하는 것이
개나 말을 돌보는 것과 무슨 구별이 있겠는가?"
명절을 맞이해 부모님을 직접 찾아 뵙지도 않고
몇 푼 안되는 용돈만 부모님 손에 쥐어드린채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떠나는 모습들이 일반화된 요즘입니다.
과연 공자가 이 모습을 봤다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스러워 집니다.
그리고 설원(說苑)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짐이 무겁고 갈 길이 먼 사람은 쉴 곳을 가리지 않고,
집은 가난한데 부모가 연로한 사람은 일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부모의 은혜와 가정의 소중함을 쉽게 잊고 지내는 요즘,
이 고전의 가르침이 일부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은혜를 알지 못하고
사회에 나가서 성공하는 사람이 있지 않고,
가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서
나라를 잘 다스리는 사람이 있지 않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이 복잡다단한 세상에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제 곧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입니다.
이번 명절에는 부모님의 은혜와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뜻 깊은 명절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