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규의 고전산책 70
○ 오늘 고전산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 공자(孔子)는 인간사의 모든 다툼이
어진 마음을 멀리하고 오로지 자신이 가진 힘과 권력을
믿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역사 이래로 지금까지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억누르고, 가진 자가 없는 자를 억압하는 세상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고전산책에서는
고전이 말하는 권력의 허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공자가 말하는 권력의 허상은 어떤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 공자가 살던 시대에도
당대의 세도가들이 임금도 아니면서
임금행세를 하는 참람한 짓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이들 세도가들은 자신의 권력만 믿고
백성들을 억압하면서 자신의 편이 아닌 사람은 죽이거나
다른 곳으로 추방하기도 했습니다.
공자 역시 그들로부터 추방을 당했을 정도이니
따지고 보면 권력의 미움을 사면 추방을 당하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권력을 가진 사람의 야심이
백성을 위한 것이라면 다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역사 이래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스스로는 자신이 하는 일이
백성을 위한 것이라고 최면을 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일에 불과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입니다.
공자는 팔일편(八佾篇)에서
노나라의 권력을 쥐고 있던 대부들이
자신이 가진 세도만 믿고 천자의 춤인 팔일무를
제 집의 뜰에서 추게 한 계씨를 꼬집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시경의 옹(雍)편은
제후들이 천자를 돕고 받들어서
기뻐하는 천자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시구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천자에게 바쳐지는 시를
어찌 세 대부의 사당에서 취해서 쓴단 말인가’
실세나 주류만 되면 겁날게 없다는 듯이
세상을 주물러 백성들을 분노케 하는 일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정권이 바뀌면 앞 정권의 권력들은 추방당하고,
다시 새로운 실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지만
그들 역시 앞 정권의 권력자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단지 그들에게는 권력을 차지하는데에만 관심이 있을뿐
백성들을 위한 일은 언제나 뒷전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권력자들은 이러한 행위 전체가
단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권력의 속성을 결코 알지 못합니다.
다만 백성들을 짓밟고
권력에 올라서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그들이 가진 전부인 것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권력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말로는 백성을 위한 일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제 자신의 야망과 욕망을 채우는 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그러한 권력자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있도록 긴 시간을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백성을 못살게 굴면 한 때는 세상을 휘두를 수 있겠지만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권세는 십 년을 가지 못한다는 말은
백성의 뜻에서 나온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 권력의 다툼이 가져오는 폐해에 대한 공자의 생각은 어땠습니까?

▶ 공자는 권력자들이 자신만 생각하는 야심이
백성을 위하는 꿈으로 탈바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발 자신을 위해 도둑질 하지 마라’
사실 자신이 잘났다고 판을 치면서
백성들을 얕보는 일련의 무리들은
권력에 빌붙은 벼슬아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런 벼슬아치의 아첨에 놀아나
백성들의 말을 듣지 못했던 임금도 망했고,
그런 권력가들도 망했습니다.
어느 시대나 자신이 잘났다고 목에 힘을 주는 사람들은
결국 백성들에게 몰매를 맞는 법임을 안다면
공자의 이 말에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백성을 사랑할 줄 모르는 임금과 세도가들 때문에
춘추시대의 공자는 고뇌했고,
물질의 힘만 믿고 겁 없이 판을 치는 특권층과
신흥세력들 때문에
첨단과학시대의 공자 역시 고뇌할 것이 분명합니다.
최근 지역에서도
권력의 다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앞 정권의 실세들이 차지한 자리를
힘으로 때로는 그들이 가진 권력으로
쫓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지역민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앞선 정권이 가졌던 권력을 회수해
자신들의 권력을 만드는데 혈안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권력의 허상에 빠진 사람은
썩은 물에 마음을 담그고
제 몸을 깨끗이 씻는 시늉만 할 뿐이라는 사실을
그들 스스로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백성들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이 스스로 뼈아픈 통찰을 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역사는 그러한 백성들의 염원에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공자는 팔일편에서 백성을 못살게 구는 세도가가
태산을 밟을 자격이 없는 것처럼
백성을 몰라 주는 자들은
권좌에 앉을 자격이 없다고 했습니다.
권좌에 앉아 있는 자라면 반드시 되새겨봐야 할 말입니다.

○ 오늘의 고사성어를 소개해 주시죠?

▶ 당서(唐書)의 <노회신전>에
「반식재상(伴食宰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풀어보면 ‘재능이 없으면서 정치에 관여해
자리만 지키는 재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당나라 현종이 요숭(姚崇)과 노회신(盧懷愼)이라는
두 명의 재상을 기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숭은 문무를 겸비한 훌륭한 재상이었지만
노회신은 그냥 이름만 걸쳐 놓은
무능한 재상이었다고 합니다.
요숭이 반나절이면 끝낼 일을
노회신은 10일이 넘게 소비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두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달라졌습니다.
요숭은 구시재상(求時宰相)으로,
노회신은 반식재상(伴食宰相)으로 불린 것입니다.
이 글의 뜻을 풀어보면
요숭은 시대의 어려움을 구휼하는 유능한 재상인 반면에
노회신은 편안하게 밥만 축내는
무능한 재상이라는 뜻입니다.
구제역과 폭설을 비롯한
각종 재난으로 얼룩지고 있는 지금,
요숭과 같은 구시재상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